예로부터 “아는 것이 작은 자에게 일을 도모하게 해서는 안 되고, 작은 충성을 하는 자에게 법령을 주관하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였습니다.
초(楚)나라 공왕(恭王)이 진(晉)나라 여공(厲公)과 언능(鄢陵)에서 싸웠을 때, 초(楚)나라의 군대는 패배하고 공왕(恭王)은 눈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싸움이 한창일 때, 사마(司馬)인 자반(子反)이 목이 말라 마실 것을 찾자 그의 시종[豎] 곡양(穀陽)이 술을 가져다 바쳤습니다. 자반이 “가져가거라. 이것은 술이구나.”라고 하였습니다. 시종 곡양이 “술이 아닙니다.”라고 하자, 자반은 그 술을 받아서 마셨습니다. 자반은 사람됨이 술을 좋아하여 달게 여기며 입에서 떼지 못하고 마시더니 취하여 눕고 말았습니다.
공왕(恭王)은 다시 싸울 것을 도모하기 위하여 사람을 보내 자반을 불렀으나, 자반은 가슴이 아프다는 핑계로 거절하였습니다. 공왕이 수레를 몰고 가 그를 보기 위해 막사 안에 들어갔다가 술 냄새를 맡고 돌아와서는 “오늘 전투에서 나는 눈에 상처를 입었다. 믿을 사람은 사마(司馬)인데 사마 또한 이 모양이니, 이는 초(楚)나라의 사직(社稷)을 잊은 것이고 우리 군사의 곤경을 돌보지 않은 것이다. 나는 자반과 함께 다시 전쟁을 도모할 수가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군사를 물러 떠나면서 자반을 참수(斬首)하여 여러 군사들이 보도록 전시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시종 곡양이 술을 바친 것은 자반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진실한 마음으로 자반에게 충성과 애정을 바친 것이지만 그를 죽이기에 충분한 사유가 되었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작은 충성을 행하려다가 큰 충성을 해친 경우입니다. 그러므로 “작은 충성은 큰 충성의 적이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만일 작은 충성을 행하는 사람에게 법령을 주관하게 하면 반드시 죄인을 사면할 것이고, 죄인을 사면하여 서로 친밀하면 아랫사람과 더불어 안일하게 지내게 됩니다. 이는 백성을 다스리는 일에 방해가 되는 것입니다.
<한비자 제19편 식사>
故曰 : 小知不可使謀事, 小忠不可使主法. 荊恭王與晉厲公戰鄢陵, 荊師敗, 恭王傷. 酣戰, 而司馬子反渴而求飮, 其友豎穀陽奉巵酒而進之. 子反曰 : 「去之, 此酒也.」 豎穀陽曰 : 「非也.」 子反受而飮之. 子反爲人嗜酒, 甘之, 不能絶之於口, 醉而臥. 恭王欲復戰而謀事, 使人召子反, 子反辭以心疾. 恭王駕而往視之, 入幄中, 聞酒臭而還, 曰 : 「今日之戰, 寡人目親傷. 所恃者司馬, 司馬又如此, 是亡荊國之社稷而不恤吾衆也. 寡人無與復戰矣.」 罷師而去之, 斬子反以爲大戮. 故曰 : 豎穀陽之進酒也, 非以端惡子反也, 實心以忠愛之, 而適足以殺之而已矣. 此行小忠而賊大忠者也. 故曰 : 小忠, 大忠之賊也. 若使小忠主法, 則必將赦罪, 以相愛, 是與下安矣, 然而妨害於治民者也. <韓非子 第19篇 飾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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