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하나의 자비심이 있으니
깨달은 자와 도살자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
어디나 나름의 참다운 멋이 있으니
화려한 집과 오두막이 다른 곳이 아니다.
다만, 욕심에 가려지고 사사로운 정에 갇힌
빤한 잘못으로, 지척이 곧 천리가 되고 만다.
人人有個大慈悲, 維摩屠劊無二心也.
인인유개대자비, 유마도회무이심야.
處處有種眞趣味, 金屋茅簷非兩地也.
처처유종진취미, 금옥모첨비양지야.
只是欲蔽情封, 當面錯過, 便咫尺千里矣.
지시욕폐정봉, 당면착과, 변지척천리의.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유마[維摩] 유마힐거사(維摩詰居士). 부처의 속제자(俗弟子)로 인도(印度) 비사리국(毘舍離國)의 장자(長者)로서 속가(俗家)에 있으면서 보살 행업을 닦았다. 석가가 일찍이 그곳에서 설법할 적에 유마힐이 병을 핑계로 법회(法會)에 나가지 않자, 석가가 문수사리(文殊師利) 등을 보내어 문병하게 하였다. 문수사리가 문병하며 유마힐에게 “거사의 이 병은 무슨 연유로 생긴 것입니까?” 하자, 유마힐이 대답하기를 “일체중생이 병들었는지라, 이 때문에 나도 병이 들었으니, 만일 일체중생이 병들지 않을 수 있다면 내 병도 곧 사라질 것이다.”라고 하였다. <維摩經 文殊師利問疾品>
- 도회[屠劊] 백정과 망나니. 도(屠)는 가축을 도살하는 백정을 이르고, 회(劊)는 죄인의 목을 치는 회자수(劊子手)를 이른다.
- 금옥[金屋] 화려한 집. 황후가 거처하는 집. 한 무제(漢武帝)와 진아교(陳阿嬌)의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한무고사(漢武故事)에 “한(漢)나라 진영(陳嬰)의 증손녀의 이름은 아교(阿嬌)였는데, 그 어머니는 한 무제의 고모 관도장공주(館陶長公主)였다. 무제가 어렸을 때 장공주가 무릎 위에 올려놓고 묻기를 ‘너는 어떤 아내를 얻고 싶으냐.’라 하고는 아교(阿嬌)를 가리키며 ‘이 아이는 어떠하냐.’라 하니, 무제는 웃으며 답하기를 ‘만약 아교를 얻게 된다면 마땅히 금옥(金屋)에 모셔두겠습니다.’라고 하였다.[漢陳嬰曾孫女名阿嬌 其母爲武帝姑館陶長公主 武帝幼時 長公主抱置膝上 問曰 兒欲得婦否 竝指阿嬌曰 好否 帝笑對曰 若得阿嬌 當以金屋貯之]”는 내용이 보인다. 과연 진아교는 후일에 진황후(陳皇后)가 되었다. 또, 양 귀비(楊貴妃)를 노래한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에 “금옥 안에서 화장하고 애교 있게 밤에 모셨으며, 옥루 위의 연회가 끝나면 취하여 춘풍과 동화됐네.[金屋粧成嬌侍夜 玉樓宴罷醉和春]”라는 구절이 나온다. <白樂天詩集 卷12>
- 모첨[茅簷] 띠로 인 처마. 띠 풀로 지붕을 이은 초라한 집. 簷(첨)은 집의 처마로 檐(첨)과 동자(同字)이다.
- 당면착과[當面錯過] 눈앞에 두고 보면서도 잘못을 저지름. 당면(當面)은 일이 바로 눈앞에 닥침, 얼굴에 댐, 얼굴을 마주 대함의 의미이다. 착과(錯過)는 잘못, 과실의 의미이다.
- 착과[錯過] 착오(錯誤)와 과실(過失). 잘못과 실수. 기회 등을 놓치다, 스치고 지나가다,
- 욕폐정봉[欲蔽情封] 욕심에 가려지고, 정에 가로 막힘. 욕심과 정욕에 사로잡혀 마음이 흐려짐. 폐(蔽)는 가리고 덮음, 봉(封)은 ‘가두고 막음의 뜻이다.
- 지척[咫尺] 아주 가까운 거리. 8치(寸)을 지(咫)라고 하고, 10치(寸)을 척(尺)이라 한다.
【譯文】 眞偽之道, 只在一念.
每人都有一個寬大的慈愛悲憫, 維摩詰和屠夫劊子手沒有兩樣心地 ; 到處都有一種眞正的生活情趣, 黃金屋和茅草屋簷並非是天壤之別. 只是欲望閉塞情感封鎖, 當面交錯而過, 卽便近在咫尺也相去千裏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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