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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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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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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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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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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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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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나도
그 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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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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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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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제 / 김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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