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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선운사에서 / 최영미 :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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