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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원시의 땅 / 송옥선


아버지 집 한 채 지었으면요

키가 우뚝한 그런 집 말고요

저마다 꽃이라 우기는 그런 거리 말고요

손을 내밀면 서로에게

체온이 감도는 물가 그 곳에

키 작은 굴뚝 하나 세웠으면요

해뜨는 쪽으로 머리 두른

세상에서 가장 헐렁한 땅 그 땅

다시 손목이 시도록 쥐불 흔들어

송진이나 청솔 향그렁한 불꽃을 봤으면요

어설프게 이겨붙인 가마솥전으로

타고 내리는 애기 배추국

우리 돌아온 사람끼리 둘러앉아

후루룩 후루룩 뜨겁게 국물 마시면

꿈인 듯 꿈이었던 듯

절망도 그렇게 풀릴 거예요

아버지 텃밭 하나 가꿨으면요

자고 새면 수런수런 새 목숨 돋아나는

저 만치 내 맘에 꼭 드는 모습으로

익어가는 감나무

그 나무 등걸 밑 두어 뼘 흙을 뒤져

신성한 땀방울을 묻었으면요

<그리운 원시의 땅 / 송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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