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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 최명숙


황단보도 저쪽

그가 서 있었다

노란 은행나무 아래

우산을 들고

신호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버스가 지나가고

승용차가 지나가고

경적도 없이

트럭이 지나갔다

그렇게 우리 사이를

몇 번의 가을이 지나갔다

푸른 신호등이 켜졌다

횡단보도 저쪽

걸어갈 만한 거리인데

노란 은행나무 아래

그는 보이지 않았다

은행잎들만 젖고 있었다

<횡단보도 / 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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