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치를 놓으려 아배는 논으로 나려간 지 오래다
오리는 동비탈에 그림자를 떨어트리며 날어가고 나는 동말랭이에서 강아지처럼 아배를 부르며 울다가
시악이 나서는 등뒤 개울물에 아배의 신짝과 버선목과 대님오리를 모다 던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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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 아츰에 앞 행길로 엄지 따러 지나가는 망아지를 내라고 나는 조르면
아배는 행길을 향해서 크다란 소리로
– 매지야 오나라
– 매지야 오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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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려 가는 아배의 지게에 지워 나는 산(山)으로 가며 토끼를 잡으리라고 생각한다
맞구멍난 토끼굴을 내가 막어서면 언제나 토끼새끼는 내 다라 아래로 달어났다
나는 서글퍼서 서글퍼서 울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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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망아지 토끼 /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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