昔日齷齪不足誇[석일악착부족과] 어제까지 쪼잔한 삶 내세울 것 없더니
今朝放蕩思無涯[금조방탕사무애] 오늘 아침 우쭐하여 거리낄 것 없어라
春風得意馬蹄疾[춘풍득의마제질] 봄바람에 뜻을 이뤄 말 발길 재촉하니
一日看盡長安花[일일간진장안화] 하루 만에 장안 꽃을 모조리 보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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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登科後등과후 / 고시考試에 합격한 후에 / 孟郊맹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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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교[孟郊] 당조(唐朝)의 시인으로 자는 동야(東野), 사시(私諡)는 정요선생(貞曜先生)이다. 호주(湖州) 무강(武康: 지금의 절강성浙江省 덕청德淸) 사람이며(낙양洛陽사람이라는 설도 있음) 맹호연(孟浩然)의 손자이다. 한유(韓愈)와 망년(忘年)의 교우 관계를 맺었다. 한유(韓愈)와 함께 중당(中唐) 시기 한맹시파(韓孟詩派)를 대표한다. 현존하는 시가가 5백여 편인데 단편인 오언고시로는 가장 많지만 율시는 한 편도 없다. 대표작으로는 유자음(遊子吟)을 꼽는다. 어려서 가정이 빈한하여 여러 곳을 주유했고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응시했으나 급제하지 못하다가 46세(일설에는 45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진사가 되었다. 정원(貞元) 17년(801) 율양위(溧陽尉)가 되었는데 정사를 돌보지 않고 술과 시로 날을 보내 감봉을 당하기도 하였다. 한유(韓愈)는 그런 맹교를 일러 산한율양위(酸寒溧陽尉: 군색한 율양위)라고 불렀다고 한다. 맹교가 세상을 뜨자 오랜 벗인 장적이 정요선생(貞曜先生)이라는 사시(私諡)를 지어주었다. 한유의 복고주의에 동조하여 작품도 악부나 고시가 많았는데 외면적인 고풍 속에 예리하고 창의적 감정과 사상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시에 이치(理致)가 깃들어 있어 한유로부터 가장 칭찬을 받았으나, 일반적으로 사고기삽(思苦奇澁)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백성의 고통, 사회의 불평등, 관리의 악행 등을 읊은 시가 많고, 가을의 처량한 회포를 읊은 것이 많은데, 서재양병야회다감(西斋養病夜懷多感)에 “침상 가득 투명한 달빛, 네 벽에는 가을 귀뚜라미 소리[一床空月色 四壁秋蛩聲]”라는 구절이 있다. 흔히 교한도수(郊寒島瘦)라고 하는데, 이는 송나라의 소식(蘇軾)이 당나라 시인들의 시풍(詩風)을 비평한 말로, 맹교의 시는 한산(寒酸)해서 살풍경하고, 가도(賈島)의 시는 메말라서 힘이 없다는 뜻이 담겼다. 소식(蘇軾)이 교한도수(郊寒島瘦)라고 말한 이후, 평론가들이 맹교와 가도(賈島)를 병칭하여 고음시인(苦吟詩人)의 대표로 불렀다. 맹동야시집(孟東野詩集) 10권을 남겼다.
- 등과[登科] 과거(科擧) 시험에 급제(及第)함. 예전에 과거에 합격하는 것을 이르던 말이다.
- 악착[齷齪] 좁고 급하다. 좀스럽다. 사소(些少)한 일에 매우 끈기 있고 모진 것. 도량(度量)이 몹시 좁은 것. 잔인(殘忍)하고 깜찍스러운 것. 국촉(局促)하고 협애(狹隘)하다. 악착(齷齪)은 규모가 작아 국촉(局促)하다는 뜻으로, 소절(小節)에 얽매이는 것을 말한다. 한(漢)나라 장형(張衡)의 서경부(西京賦)에 “홀로 검소하고 인색함으로써 악착스럽다.[獨儉嗇以齷齪]”라고 하였는데, 그 주(注)에 “악착(齷齪)은 소절(小節)이다.”라고 하였다. 소절(小節)은 작은 지조(志操)나 작은 일이다. 또, 한유(韓愈)의 글에 “외쇄(猥)하고 악착(齷齪)한 자는 족히 더불어 말할 수 없다.”라고 하였다.
- 방탕[放蕩] 구애 받지 않다. 거리낌 없이 행동하다. 마음이 들떠서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주색잡기(酒色雜技)에 빠져서 행실이 좋지 못한 것. 술, 성적 쾌락, 노름 등에 과도하게 빠져 바르게 살지 못함. 절제하지 못하고, 허영심이 넘쳐 나며, 삶의 규모가 없고, 그 내면에 가치 있는 것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타락한 자의 그릇된 행태를 가리킨다.
- 무애[無涯] 가이없이 넓음. 무한(無限). 넓고 멀어서 끝이 없음. 참고로 장자(莊子) 양생주(養生主)에 “우리의 생은 유한한 데 반하여, 우리의 생각은 끝이 없다.[吾生也有涯 而知也無涯]”는 유명한 말이 나온다. 무애(無涯)는 끝도 없이 펼쳐지는 생각을, 유애(有涯)는 유한한 인간의 몸뚱이를 비유한 말이다.
- 득의[得意] 일이 뜻대로 이루어져 만족해하거나 자랑스러워함. 바라던 일이 이루어져서 뽐냄. 뜻을 이루어 자랑함. 자기의 뜻대로 행동함. 뜻을 얻다.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어 가다. 마음에 들다. 의기양양하다. 포조(鮑照)의 글 학고(學古)에 “인생은 뜻을 얻는 것을 귀히 여긴다.[人生貴得意]”는 글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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