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한 관리가 대개 후손이 없는 것은
지나치게 깨끗하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이가 매번 복이 많은 것은
친근하고 너그럽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청렴과 결백을 중히 여기되
치욕과 더러움도 끌어안는 아량이 있어야 하고
어리석고 완고함을 경계하되
깊이 감추어진 것까지 밝혀내는 총명은 필요치 않다.
廉官多無後, 以其太淸也 ; 癡人每多福, 以其近厚也.
염관다무후, 이기태청야 ; 치인매다복, 이기근후야.
故君子雖重廉介, 不可無含垢納汙之雅量.
고군자수중염개, 불가무함구납오지아량.
雖戒癡頑, 亦不必有察淵洗垢之精明.
수계치완, 역불필유찰연세구지정명.
<채근담菜根譚/청각본淸刻本(건륭본乾隆本)/평의評議>
- 염관[廉官] 청렴한 벼슬아치. 청렴한 관리. 청백리(淸白吏).
- 무후[無後] 대를 이을 후손이 없음. 대를 이을 후손이 없게 되다. 효경(孝經) 기효행(紀孝行)에 “오형의 종류가 3천 가지인데, 불효보다 큰 죄는 없다.[五刑之屬三千, 而罪莫大於不孝.]”라고 하였고, 맹자(孟子) 이루 상(離婁上)에 “불효에 세 가지가 있으니, 후손이 없는 것이 가장 크다.[不孝有三, 無後爲大.]”라고 하였다. 또, 후한(後漢) 조기(趙歧)의 십삼경주(十三經注)에 이르기를 “예기(禮記)에 따르면 불효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부모의 뜻을 무조건 따르고 좇아서 부모가 불의에 빠지는 것이 그 첫 번째 불효이고, 집안이 가난하고 부모가 늙었는데도 벼슬에 나아가서 봉록을 받지 않는 것이 두 번째 불효이며, 결혼을 하지 않아 자식이 없어 선조에 대한 제사가 끊기는 것이 세 번째 불효이다.[于禮有不孝者三者, 謂阿意曲從, 陷親不義, 一不孝也. 家貧親老, 不爲祿仕, 二不孝也. 不娶無子, 絶先祖祀, 三不孝也.]”라고 하였다.
- 후사[後嗣] 대(代)를 잇는 자식(子息).
- 근후[近厚] 친근하고 도탑다.
- 염개[廉介] 청렴(淸廉)하고 결백(潔白)함.
- 함구[含垢] 더러운 것을 포용함. 치욕스러운 일을 참고 견딤. 나쁜 사람과 나쁜 일을 포용함.
- 납오[納汙] 납오(納汚). 더러운 것을 받아들여 포용함. 더러운 것을 받아들임. 더러움을 용납함.
- 함구납오[含垢納汚] 능히 물(物)을 용납하고 욕(辱)을 참는 것. 허물을 감싸주고 더러움을 받아들임.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선공(宣公) 15년 기사에 “천택은 더러운 것을 받아들이고, 산과 숲은 악물을 감추어 주고, 아름다운 옥은 흠결을 숨겨 간직하고, 나라의 임금은 더러운 것을 포용하나니, 이것이 바로 하늘의 도이다.[川澤納汚, 山藪藏疾, 瑾瑜匿瑕, 國君含垢, 天之道也.]”라고 하였는데, 이는 도량이 넓어서 온갖 것을 모두 포용하는 것을 비유한다. 전하여 잘못을 용서해 주는 군주의 은혜를 가리킨다.
- 치완[癡頑] 어리석고 완고함. 어리석고 미련함.
- 찰연[察淵] 깊은 곳을 살피다. 전설에 의하면, 무소의 뿔에 불을 붙여 비추면 깊은 물속의 괴물들을 다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진서(晉書) 온교전(溫嶠傳)에 “교(嶠)가 무창(武昌)을 돌아 우저기(牛潴磯)에 이르니 물이 매우 깊은데, 세인들이 그 속에는 괴물이 많다고 하였다. 그가 물소 뿔에 불을 붙여 비추니 곧 물속의 괴물이 나와서 불을 끄는데, 수레를 타기도 했고 붉은 옷을 입은 것도 있었다. 그날 밤 꿈에 괴물이 ‘그대와 나는 유명(幽明)이 다른데, 무슨 마음으로 비추었는가?’라고 하였는데, 진(鎭)에 이르러서 얼마 안 되어 죽었다.”고 하였다.<晉書 卷67 溫嶠列傳>
- 세구[洗垢] 때를 씻어내다. 때를 씻어내고 보다.
- 세구구하[洗垢求瑕] 때를 씻어내고 흉터를 찾는다는 말로 세구색반(洗垢索瘢)이란 말과 같은데, 작은 흠까지 일일이 찾아낸다는 뜻이다.
- 정명[精明] 아주 깨끗하고 밝음. 총명하다. 교활하다. 영리하다. 머리가 잘 돌다.
【譯文】 須有雅量, 勿過精明.
淸廉官吏大多沒有後嗣, 因爲他過於淸淨了 ; 癡拙的人每每多有福氣, 因爲他近乎厚道了. 所以君子雖然重視淸廉耿介, 不可以沒有含忍垢辱容納汙蔑的高雅度量. 雖然鑒戒癡拙頑劣, 也不必具有明察淵魚淸洗汙垢的精幹聰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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