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하여 모르는 사이
오랫동안 방치된 통신선을 타고
저 아래서부터 기어오른 한 가닥 덩굴에
꽃이 피어 있다. 나. 팔. 꽃.
오르고 올라서 어디를 가려는지
그 속내야 내 알 수 없지만
기적이라 할까 희망이라 할까
밤새 뒤척인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취한 등을 소곤소곤 다독여주었나 보다.
※ 나팔꽃을 한자로 견우화(牽牛花)라고 한다. 그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보이는데, 송(宋)나라 당신미(唐慎微)의 증류본초(證類本草)에 “한 농부가 나팔꽃 씨를 먹고 고질병이 치유되자, 감격한 나머지 자기 집의 물소를 끌고 나팔꽃 덩굴이 자라는 밭두렁이 있는 곳으로 가 은혜에 사례하였다.[有一農夫因為服用牽牛花種子而治好痼疾, 感激之餘牽著自家的水牛, 到田間蔓生牽牛花的地方謝恩.]”라고 한 데서 보이고, “나팔꽃 봉우리 안에 별모양의 무늬가 있고 꽃이 피는 시기 또한 견우성과 직녀성이 서로 만나는 시기와 같아 견우화라는 명칭이 있게 되었다.[牽牛花的花朵內有星形花紋, 花期又與牛郎織女星相會的日期相同, 故而稱之.]”고도 한다. 참고로, 나팔꽃의 씨앗을 견우자(牽牛子)라고 하는데 한방(韓方)에서 대소변(大小便)을 통(通)하게 하는 데나 부종(浮腫)·적취(積娶)·허리앓이 따위에 쓴다고 한다. ✪
흠… 나팔꽃에게 은혜를 갚는다고 물소를 끌어다 놓으면, 물소가 나팔꽃 덩굴을 다 뜯어먹고 뭉갤 텐데, 그게 사례인지 해코지인지 모르겠다. ^^ 물소를 거시기 해서 제물로 바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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