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의를 내세우는 사람은
절의 때문에 반드시 비방을 받고
도학을 내세우는 사람은
도학 때문에 항상 비난을 불러온다.
그러므로 군자는
악한 일을 가까이 하지 않고
선한 이름 또한 세우지 않으며
순박하고 원만한 온화한 기운만을
그 몸을 보존하는 보배로 삼는 것이다.
標節義者, 必以節義受謗. 榜道學者, 常因道學招尤.
표절의자, 필이절의수방. 방도학자, 상인도학초우.
故君子不近惡事, 亦不立善名, 只渾然和氣, 纔是居身之珍.
고군자불근악사, 역불립선명, 지혼연화기, 재시거신지진.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표방[標榜] 널리 세상에 알리거나 칭찬하다. 어떤 명목을 붙여 앞에 내세워지다. 사람을 품평하는 것. 칭송하며 선양함.
- 절의[節義] 절개와 의리. 신념을 굽히지 않는 꿋꿋한 태도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 도학[道學] 도덕을 닦는 학문. 유교의 도덕에 관한 학문. 원래는 송나라 유학자들에 의해서 형성된 성리학(性理學)을 일컫는 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도덕적 실천까지 갖춘 학문을 말한다.
- 도학군자[道學君子] 도학(道學)을 닦아서 덕행(德行)이 높은 사람. 도학(道學)이 깊고 덕이 높은 사람. 도덕의 이론에만 밝고 실제의 세상일에는 어두운, 융통성 없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 원우[怨尤] 원망과 비난. 증오심. 적개심. 혐오. 반감. 어떤 사람이나 일 따위를 원망하여 꾸짖음. 원망하고 탓하다. 원천우인(怨天尤人)의 약어. 곧 하늘을 원망하는 짓을 하고, 남을 허물하는 짓을 하는 것을 이른다. 논어(論語) 헌문(憲問)에, 공자(孔子)가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고 스스로 탄식하면서 “하늘을 원망하지 않으며 사람을 허물하지 않고, 아래로 배워서 위로 통하니, 나를 아는 이는 하늘일 것이다![不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 知我者, 其天乎!]”라고 하였다.
- 악사[惡事] 악행. 나쁜 일. 악한 일.
- 선명[善名] 선한 이름. 좋은 이름. 선하다는 명성. 참고로 한유(韓愈)의 삼성행(三星行)에 “견우는 짐수레를 끌지 못하고 북두는 주장을 뜨지 못하는데 기성은 유독 신령함이 있어 키질을 멈출 때가 없기에, 잘한 것 없으나 이름은 널리 알려졌고, 악한 일 없으나 비난의 소리 이미 시끄럽네.[牛不見服箱, 斗不挹酒漿. 箕獨有神靈, 無時停簸揚. 無善名已聞, 無惡聲已讙.]”라고 하였다.
- 혼연[渾然] 다른 것이 조금도 섞이지 아니한 모양. 차별이나 구별이 없는 모양. 모나지도 아니하고 결점도 없는 원만한 모양. 음양(陰陽)으로 분화되기 전의 태극(太極)처럼 부족한 것이 전혀 없고 모든 것이 하나로 뭉쳐진 혼돈(混沌) 상태를 이른다.
- 혼연천성[渾然天成] 완전무결하여 억지스럽지 않음. 처음부터 아주 쉽게 저절로 이루어짐. 이루어진 모습이 자연스러워 인위(人爲)의 흔적이 없음. 규각(圭角)이나 결함이 없고 자연히 법도에 맞는 것. 힘을 들이지 않고 자연적으로 쉽게 이루어짐을 이른다.
- 화기[和氣] 인자하고 환한 얼굴빛. 사이좋게 정다운 분위기.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 온화한 기색. 화목한 분위기. 생기 있는 기색. 온화하다. 부드럽다. 상냥하다. 한서(漢書) 권36 초원왕유교전(楚元王劉交傳)에 “화평한 기운[和氣]은 상서로움을 부르고 어긋난 기운[乖氣]은 재이를 부르니, 상서로움이 많으면 그 나라가 안정되고 재이가 많으면 그 나라가 위태로우니, 이는 천지에 변하지 않는 법칙이고 고금에 두루 적용되는 이치이다.[和氣致祥 乖氣致異 祥多者其國安 異衆者其國危 天地之常經 古今之通義也]”라고 하였다.
- 재시[纔是] 이것이야 말로 ~ 이다. 정말로 ~ 이다.
- 거신[居身] 몸을 두다. 처신하다.
【譯文】 渾然和氣, 居身珍寶.
標榜節操義行的人, 必然因爲節操義行受到誹謗 ; 標榜道德學問的人, 經常因爲道德學問招致怨尤. 因此君子不要接近醜惡事情, 也不要建立好的名聲, 只有純樸敦厚·儒雅溫和, 才是立身處世的珍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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