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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전이 불가피하지 않으면 강화(講和)하지 않는다 <전국책/조책>


진(秦)과 조(趙)가 장평(長平)에서 싸웠다. 조나라는 패했고 도위(都尉) 하나를 잃었다. 조왕(趙王)이 누창(樓昌)과 우경(虞卿)을 불러 물었다.

“싸움에 이기지 못하고 도위만 하나 잃었습니다. 과인이 갑옷을 걷어붙이고 달려갈까 하는데 어떻습니까?”

누창이 말하였다.

“무익합니다. 중신을 사자로 보내고 강화를 맺도록 하셔야 합니다.”

우경이 말하였다.

“본시 강화를 입에 올리는 것은 강화를 하지 않으면 패전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강화를 맺고 안 맺는 것은 진나라의 수중에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왕께서는 진나라가 대왕의 군을 격파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에 조왕이 말하였다.

“진나라는 여력이 없습니다. 조군을 격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자 우경이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잠시 소신의 말씀을 듣고 사자를 세우고, 귀중한 보물을 내어 초(楚)・위(魏)를 이편으로 끌어들이십시오. 초・위가 대왕의 보물이 탐나면 사자를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런데 조나라의 사자가 쉽사리 초・위로 들어가면 진나라는 틀림없이 천하의 제후가 합종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두려움을 품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강화에 대해 말을 붙여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왕은 이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평양군(平陽君)과 강화를 꾀하여 정주(鄭朱)를 진나라로 보냈다. 진나라가 정주를 입국을 받아들이자 조왕이 우경을 불러 말하였다.

“나는 평양군에게 강화를 꾀하였는데 진나라에서는 이미 정주를 입국시켰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경이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강화에 대하여 말을 꺼내지도 못하시고, 군은 패하고 말 것입니다. 지금 천하의 제후들이 보낸 전승축하사절이 모두 진나라에 있습니다. 정주는 조나라의 귀인으로 이번에 진나라로 입국하였습니다. 진왕이 응후와 꾀하고 보란 듯이 뜨거운 대우를 하여 천하의 제후에게 자랑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초・위는 조나라가 강화한 것으로 생각하고 대왕을 구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천하의 제후가 대왕을 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강화가 잘 이루어질 리 없습니다.”

결국 조나라는 강화를 맺지 못하고, 과연 군은 대패하였다. 그래서 조왕은 진나라에 입조하고, 진나라는 억류한 끝에 강화를 맺기로 허락하였다.

<전국책 : 조책(3)>


秦・趙戰於長平, 趙不勝, 亡一都尉. 趙王召樓昌與虞卿曰: “軍戰不勝, 尉復死, 寡人使卷甲而趍之, 何如?” 樓昌曰: “無益也, 不如發重使而爲媾.” 虞卿曰: “夫言媾者, 以爲不媾者軍必破, 而制媾者在秦. 且王之論秦也, 欲破王之軍乎? 其不邪?”
王曰: “秦不遺餘力矣, 必且破趙軍.” 虞卿曰: “王聊聽臣, 發使出重寶, 以附楚・魏, 楚・魏欲得王之重寶, 必入吾使. 趙使入楚・魏, 秦必疑天下合從也, 且必恐. 如此, 則媾乃可爲也.”
趙王不聽. 與平陽君爲媾, 發鄭朱入秦, 秦內之. 趙王召虞卿曰: “寡人俟平陽君媾秦, 秦已內鄭朱矣, 子以爲奚如?” 虞卿曰: “王必不得媾, 軍必破矣, 天下之賀戰勝者, 皆在秦矣. 鄭朱, 趙之貴人也, 而入於秦, 秦王與應侯必顯重以示天下. 楚・魏以趙爲媾, 必不救王. 秦知天下不救王, 則媾不可得成也.” 趙卒不得媾, 軍果大敗. 王入秦. 秦留趙王, 而后許之媾.   <戰國策 : 趙策(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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