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와 눈으로 보고 듣는 것은 외부의 도적이고
욕망에 사로잡힌 의식은 내부의 도적이다.
그러나 마음이 주인으로 늘 맑게 깨어
집안 한가운데 우뚝 앉아 있으면
도적들도 변하여 하인이 된다.
耳目見聞爲外賊, 情欲意識爲內賊.
이목견문위외적, 정욕의식위내적.
只是主人翁惺惺不昧, 獨坐中堂, 賊便化爲家人矣.
지시주인옹성성불매, 독좌중당, 적변화위가인의.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정욕[情欲] 마음속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욕구. 마음에 생기는 온갖 욕망(慾望). 사욕(四欲)의 하나. 물건을 탐내고 집착하는 마음. 사람의 여러 가지 감정과 본능적인 욕망란 뜻의 양생(養生) 용어.
- 의식[意識] 어떤 대상을 특별히 두드러지게 느끼거나 마음에 두는 것. 감각하거나 인식하는 모든 정신 작용. 사물을 분별(分別)하여 생각하는 마음.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하여 인식하는 작용. 사회, 역사 속에서 형성되는 사물이나 일에 대한 견해나 사상. 삶이나 역사와 같은 대상에 대한 올바르고 제대로 된 인식이나 판단.
- 분별[分別] 느끼고 헤아려서 현상을 식별함. 대상을 사유하고 식별하는 마음의 작용. 심(心), 심소(心所)가 대경(對境)에 대하여 작용을 일으켜 그 상(相)을 취해서 생각하는 것. 구별하여 판단함. 서로 구별(區別)을 지어 가르는 것. 사물을 종류에 따라 나누는 것. 세상물정(世上物情)에 대한 바른 생각이나 판단.
- 지시[只是] 다만. 그러나. 오직. 오로지. 그런데.
- 주인옹[主人翁] 나이가 많은 주인. 주인장. 주인공. 주인 늙은이. 주인 할아버지 등을 점잖게 이르는 말. 또는, 주인옹(主人翁)은 몸의 주인인 마음을 의인화한 것이다. 당(唐)나라 때 서암(瑞巖)이란 승려가 매일같이 자신에게 묻기를 “주인옹(主人翁)은 깨어 있는가?[惺惺]”라고 하고서, 자신이 답하기를 “깨어 있노라.”라고 하여 마음을 다스렸다 한다. <心經 卷1 易坤之六二條 注> 마음이 외물(外物)에 이끌리지 않도록 시시각각 일깨우는 지경(持敬) 공부의 한 방법이다.
- 주인옹[主人翁] 마음을 가리킨다. 주자어류(朱子語類) 권12 학육(學六) 지수(持守)에 “학문은 모름지기 경계하고 반성해야 한다. 예컨대 서암화상(瑞巖和尙)은 매일 스스로에게 항상 ‘주인옹은 깨어 있습니까?’라고 묻고 또 스스로 ‘깨어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지금의 배우는 자들은 도리어 그렇지 못하다.[大抵學問須是警省. 且如瑞巖和尙每日間常自問: 主人翁惺惺否? 又自答曰: 惺惺. 今時學者卻不如此.]”라고 하였다.
- 성성[惺惺] 정신이 맑다. 분명하다. 또렷하다. 총명하다. 머리가 맑다. 스스로 경계하여 깨닫는 모양. 똑똑히 알아 대처하는 능력. 슬기롭고 영리하게 대처함. 육유(陸游)의 시 불매(不寐)에 “피곤해서 종일토록 눈꺼풀이 무겁더니, 새벽이 다 되도록 도리어 정신 말짱하네.[困睫日中常欲閉, 夜闌枕上却惺惺.]”라고 하였다. 꾀꼬리 울음소리. 주사위의 딴 이름.
- 성성[惺惺] 스스로 마음을 항상 경계하여 개오(開悟)하는 모양. 성성(惺惺)은 마음이 혼매昏昧)하지 않고 밝게 깨어 있음을 이르는 것으로, 유가의 수양법인 경(敬)을 말한다. 북송의 학자 사상채(謝上蔡)가 말하기를 “경이란 항상 성성하게 하는 법이다.[敬是常惺惺法]”라고 하였다. <心經附註 卷1>
- 성성[惺惺] 정신을 깨끗하게 하여 항상 맑은 상태로 깨어 있는 것을 말한다. 선불교에서 참선을 통해 마음이 최고조로 각성되어 있는 상태를 이른다. “성성하면서도 적적하고 적적하면서도 성성해야 한다.[惺惺寂寂 寂寂惺惺]”라는 불교 선종(禪宗)의 용어에서 나온 것인데, 송유(宋儒) 사양좌(謝良佐)가 이를 차용해 경(敬)을 해석하면서 “경은 항상 깨어 있게 하는 방법이다.[敬是常惺惺法]”라고 말한 뒤로부터 유가(儒家)에서 경(敬)을 해석하는 하나의 유력한 용어가 되었다. 상채선생어록(上蔡先生語錄) 권중(卷中)에 이 말이 나오는데, 심경부주(心經附註) 권1 경이직내장(敬以直內章)에서도 이를 인용하여 소개하고 있다.
- 성성[惺惺] 성성(惺惺)은 마음이 항상 맑게 깨어 있음을 말한다. 심경부주(心經附註) 경이직내장(敬以直內章)에, 사양좌(謝良佐)가 말하기를 “공경은 바로 항상 성성하는 법이다.[敬是常惺惺法.]”라고 한 데 대해, 주자(朱子)가 이르기를 “서암의 중은 매일 항상 스스로 ‘주인옹은 성성한가?’라고 묻고는 ‘성성하다.’라고 스스로 대답하곤 했다.[瑞巖僧, 每日間, 常自問主人翁惺惺否, 自答曰惺惺.]”라고 하였다. 서암(瑞巖)의 중이란 곧 당대(唐代)의 어떤 고승(高僧)을 가리키는 말로, 그 고승이 태주(台州)의 서암원(瑞巖院)에 있었던 데서 말미암은 호칭이다.
- 불매[不昧] 어둡지 않음. 명확함. 불망(不忘). 민멸되지 않음. 도리를 통찰함. 사욕(邪慾)에 현혹되지 않음. 대학장구(大學章句)> 경 1장의 재명명덕(在明明德)에 대한 주희(朱熹)의 주석에 “명덕이라는 것은 사람이 하늘로부터 받은 것으로, 텅 비고 신령스럽고 어둡지 않아, 모든 이치를 구비하여 온갖 일에 대응하는 것이다.[明德者 人之所得乎天 而虛靈不昧 以具眾理而應萬事者也]”라고 하였다.
- 중당[中堂] 본채. 안방이나 대청. 집의 제일 가운데 자리. 제사 때 신주를 놓거나 또는 중요한 손님을 맞거나 의식을 거행하는 집 가운데의 마루. 대청 위에서 남북의 중간에 해당하는 부분.
- 중당[中堂] 재상(宰相)이 정무(政務)를 보던 곳. 당나라 때 중서성(中書省)에 정사당(政事堂)을 설치하고 재상(宰相)이 정무를 처리하였으므로 재상(宰相)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명나라 때에는 내각(內閣) 대학사(大學士)가 재상의 권한을 지니고 있었으므로 대학사를 일컬었고, 청나라에서는 대학사와 협판대학사(協辦大學士)를 모두 중당(中堂)이라고 불렀다.
- 화위[化爲] ~로 변하다.
- 가인[家人] 가족(家族). 한집안 사람. 한 집안 식구. 일가. 한 가족이나 가까운 일가를 이르는 말. 아내. 하인. 종. 참고로, 대명률부례(大明律附例)에 “가인(家人)은 이성(異姓)이나 무복친(無服親)을 구분하지 않고, 단지 동거만 하면 모두 가인이다.[家人 不分異姓有無服 但同居卽是]”라고 하였고, 대명률집해부례(大明律集解附例)에 “가인은 한집안의 사람으로, 예를 들어 형이나 아우, 아들이나 손자, 노복(奴僕) 따위가 모두 이에 해당한다.[家人是一家之人 如兄弟子孫奴僕之類 皆是]”라고 하였다.
【譯文】 心公不昧, 外賊無蹤.
耳聞目睹所見所聞是外來侵害 ; 感情欲望意念認識是內在敵人, 只要是主人翁自己警覺淸醒不愚昧糊塗, 獨自靜坐中央廳堂, 內賊外賊便可以教化成受我掌控的家中仆人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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