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근 대숲에 바람이 불어와도
바람이 가고나면 대숲은 소리를 남기지 않고
차가운 연못에 기러기가 지나가도
기러기 가고나면 연못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일이 오면 비로소 마음에 드러내고
일이 가면 마음도 따라 비운다.
風來疎竹, 風過而竹不留聲. 雁度寒潭, 雁去而潭不留影.
풍래소죽, 풍과이죽불류성. 안도한담, 안거이담불유영.
故君子事來而心始現, 事去而心隨空.
고군자사래이심시현, 사거이심수공.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주자어류(朱子語類) 권16 대학(大學) 전(傳) 7장에 “마음에는 무엇 하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외면에서 온갖 변화에 수작하는 것을 모두 다만 그 분수에 따라 응할 뿐 전혀 자신의 심사와는 관계되지 않으니, 외물에 얽매이는 순간 마음이 바로 동요된다. 외물에 얽매이는 것에 세 가지가 있으니, 일이 미처 오기도 전에 스스로 먼저 기대하는 마음이 있거나, 혹은 일에 이미 응대했는데도 또 오히려 오래 마음에 남아 잊지 못하거나, 혹은 정히 일에 응해야 할 때 뜻에 편중됨이 있어 곧 그 부분에 무게를 두고 보는 것이니, 이 모두가 외물에 얽매이는 것이다. 이미 외물에 얽매이게 되면 곧 이 일이나 사물이 마음에 있어 다른 일이 면전에 닥쳐올 때에 응하는 것이 곧 차질을 빚게 되니, 이래서 어떻게 마음이 바름을 얻을 수 있겠는가.[心不可有一物. 外面酬酢萬變, 都只是隨其分限應去, 都不關自家心事, 才係於物, 心便為其所動. 其所以係於物者有三: 或是事未來而自家先有這箇期待底心; 或事已應去了, 又却長留在胸中, 不能忘; 或正應事之時, 意有偏重, 便只見那邊重, 這都是為物所係縛. 既為物所係縛, 便是有這箇物事, 到別事來到面前, 應之便差了, 這如何㑹得其正?]”라고 하였다.
【譯文】 事來心現, 事去心空.
輕風來了敕曉竹子, 輕風過後竹林沒有留下聲音 ; 大雁度過寒涼水潭, 大雁離去水潭沒有留下雁影. 所以君子當事情到來時內心開始顯現, 事情過去後內心隨著空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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