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부귀공명은 물론 내 육신까지도
잠시 형상으로 맡겨진 것에 불과하고
실상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부모형제는 물론 만물이 모두 나와 한 몸이다.
사람으로서 이것을 간파하고 또렷이 깨닫는다면
비로소 천하의 책임을 맡을 수 있고
세상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以幻迹言, 無論功名富貴, 卽肢體亦屬委形.
이환적언, 무론공명부귀, 즉지체역촉위형.
以眞境言, 無論父母兄弟, 卽萬物皆吾一體.
이진경언, 무론부모형제, 즉만물개오일체.
人能看得破, 認得眞, 纔可以任天下之負擔, 亦可脫世間之韁鎖.
인능간득파, 인득진, 재가이임천하지부담, 역가탈세간지강쇄.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환적[幻迹] 환상적인 자취. 환상적인 형적. 허상적인 발자취, 거짓된 모습. 실체가 아니고 환상으로 나타나는 형적.
- 허상[虛像] 어떤 사람이나 물체의 참모습과는 상관없이 다른 것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 렌즈나 거울에 의해 반사된 광선을 그 반대 방향으로 연장하여 얻은 가상의 상(像).
- 지체[肢體] 팔다리와 몸을 통틀어 이르는 말. 지체(支體).
- 지체[支體] 사지와 몸, 즉 전신을 가리킨다. 肢體(지체)와 같다.
- 위형[委形] 형상의 일부로 맡겨짐. 천지로부터 위임받은 형체. 장자(莊子) 지북유(知北遊)에 “순임금이 ‘내 몸뚱이가 내 것이 아니라면 누구 것이란 말이오?’라고 묻자, 승(丞)이 ‘그것은 천지자연이 모습을 맡긴 것입니다. 삶 또한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천지자연이 조화로움을 맡긴 것입니다.’라고 하였다.[舜曰: ‘吾身非吾有也, 孰有之哉?’ 曰: ‘是天地之委形也. 生非汝有, 是天地之委和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委는 맡김. 육수지(陸樹芝)는 “맡김이니 위촉함이다.[任也 屬也]”라고 풀이하였고, 유월(兪樾)은 “붙여줌이다.[付屬]”라고 풀이하였다. 열자(列子) 천서(天瑞)에서도 같은 내용이 보인다.
- 위촉[委屬] 위촉하다. 위탁하다. 계속 미루어지다.
- 진경[眞境] 본바탕을 가장 잘 나타낸 참다운 경지(境地). 본바탕을 제일 잘 나타낸 참다운 지경(地境). 참지경. 실지 그대로의 경계. 나라나 고을 사이에서 실지 그대로의 경계(境界). 신선이 사는 곳인 선경(仙境). 도가(道家)의 처소나 불사(佛寺) 등을 지칭하는 말.
- 실상[實像] 겉모양을 떨쳐 버린 진실된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허울이 벗겨진 실제의 진실된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렌즈나 반사경에 의해 맺어지는 영상 중에서 실제로 광선이 모여 이루어진 상.
- 부담[負擔] 어떤 일이나 의무·책임 따위를 떠맡음. 또는 감수(甘受)해야 할 일이나 의무·책임 따위. 신체의 부위에 대한 자극이 지나치게 많이 주어져서 느껴지는 힘들고 괴로운 느낌. 금전적인 면에서 지게 되는 책임. 또는 그 책임량. 주로 세금이나 비용, 물가 따위를 나타내는 명사와 함께 쓰임. 책이나 옷 따위의 물건을 담아서 말에 실어 운반하는 작은 농짝.
- 출세[出世] 세속에서 벗어남. 속계(俗界)를 떠나 신선의 경지에 들어감. 속세의 번뇌를 떠나 불도(佛道)로 들어감. 가(出家). 구체적으로 보이는 세상을 벗어나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 출세(出世)는 출세간의 약칭(略稱)인데, 세간과 상대되는 개념으로, 세간을 초탈한다는 의미이다. 출가(出家)하다. 인간세상을 초월하다. 벼슬길에 오르다.
- 출세간[出世間] 속세와 관계를 끊음. 속세(俗世)를 떠남. 출가(出家)하여 불도를 닦는 것. 생사를 초탈하는 것. 번뇌고(煩惱苦)·미(迷)의 세간(世間)을 벗어나 해탈(解脫) 경계(境界)에 들어감. 속세의 생사 번뇌에서 해탈하여 깨달음의 세계에 듦. 세간(世間)은 세속, 번뇌 등을 뜻하고, 출세간은 그와 상대되는 불법(佛法), 해탈(解脫) 등을 뜻한다.
- 세간[世間] 세상(世上).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사회 또는 사회적 활동을 하는 영역. 유정(有情)의 중생(衆生)이 서로 의지(依支)하며 살아가는 세상(世上). 불교에서 말하는 시간과 공간에 의해 한정지어진 불교의 세계관. 세는 시간, 간은 공간을 의미한다.
- 간득파[看得破] 간파함을 얻는 것.
- 간파[看破] 속내를 꿰뚫어 알아차림. 보아서 속을 확실히 알아냄. 사물의 진상을 확실히 알아 냄. 상대방의 이론을 완전히 깨뜨려 뒤엎음. 드러나지 않은 일이나 숨겨진 마음 따위를 눈치나 짐작으로 앎. 꿰뚫어보다. 알아차리다. 간파하다. 달관하다. 단념하다. 체념하다. 육유(陸游)의 시 파진자(破陣子)에 “속세의 허망함을 알아차리고는, 꿈속에 이룬 공명처럼 던져버렸네.[看破空花塵世 放輕昨夢浮名]”라고 하였다.
- 인득진[認得眞] 진상을 인식하는 것. 진상을 깨달아 앎.
- 인진[認眞] 진지하다. 성실하다. 곧이듣다. 진실하다. 착실하다.
- 강쇄[韁鎖] 고삐와 쇠사슬. 굴레와 사슬. 구속과 속박. 명리에 사로잡히다. 명예와 이익에 속박되다. 명강이쇄(名韁利鎖)의 준말로 명리(名利)의 굴레를 쓰고 이록(利祿)의 쇠사슬에 묶인 것을 뜻하는 말이다.
- 종~래간[從~來看] ~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을 고려할 때.
【譯文】 明世相之本體, 負天下之重任 : 看破認眞, 可負重任.
從虛幻境界而言, 不論是功名富貴, 卽使四肢軀體也是屬於上天委付的形體 ; 從眞實境界而言, 不論是父母兄弟, 卽使一切事物都是屬於吾輩同一的整體. 人要能夠看得透徹, 認得眞切, 才可以勝任人世間的重大責任, 也可以擺脫人世間韁繩鎖鏈.
從虛幻的現象來看, 不只功名富貴是假象, 就連四肢五官也都是上天給予的軀殼 ; 從真實的境界來看, 不要說父母兄弟, 就是萬事萬物也和我同爲一體. 所以, 人要看得透徹, 認得真切, 才可以擔負天下的重任, 也才可以擺脫世間功名利祿的束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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