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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투른 듯, 어리숙한 듯, 깨끗잖은 듯, 굽힘으로써 펴라 <채근담>


교묘한 재주는 서투른 듯 감추고

어리숙한 듯이 밝게 살피며

깨끗하면서도 혼탁한 데 머물고

굽힘으로써 펼치는 바탕을 삼는다면

참으로 험난한 세상을 건너는 부낭이며

위난에서 몸을 보호하는 피난처가 되리라.


藏巧於拙,  用晦而明,  寓淸於濁,  以屈爲伸.
장교어졸,  용회이명,  우청어탁,  이굴위신.
眞涉世之一壺,  藏身之三窟也.
진섭세지일호,  장신지삼굴야.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 소창유기小窓幽記)에는 “藏巧於拙, 用晦而明, 寓淸於濁, 以屈爲伸.”라고만 되어 있다.


  • 장교어졸[藏巧於拙]  재능을 감추고 졸렬한 듯이 보임.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제45장에 “크게 곧은 것은 굽은 것처럼 보이고, 크게 교묘한 것은 졸렬한 것처럼 보이고, 큰 언변은 어눌한 것처럼 보인다.[大直若屈, 大巧若拙, 大辯若訥.]”라고 하였고, 제70장에 “나를 아는 자가 드물면 나에게 있는 것이 귀해진다. 그러므로 성인은 갈옷을 입고 보옥을 품는다.[知我者希 則我者貴 是以聖人被褐懷玉]”라고 하였다.
  • 장졸[藏拙]  무능을 감춤. 송(宋)나라 문사 육유(陸游)의 시 추야독서유감(秋夜讀書有感)에 “인간세상 명성과 이욕 오래 전에 잊었고, 깊은 산에 무능을 감추어도 얕아서 혐의스럽네.[人間聲利久忘渠, 窮山藏拙猶嫌淺.]”라고 하였고, 수당가화(隋唐嘉話) 하(下)에, 북제(北齊)의 위수(魏收)가 자기 문집을 진(陳) 나라의 서릉(徐陵)에게 보냈는데, 서릉이 강을 건너면서 모조리 강 속에 던지고는 “내가 위공을 위해서 졸렬한 솜씨를 감추어 주려고 한 것이다.[吾爲魏公藏拙]”라고 말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 용회[用晦]  용회(用晦)는 어둠을 쓴다는 뜻으로, 재능을 갈무리하여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을 말한다. 주역(周易) 명이(明夷) 상전(象傳)에 “밝음이 땅속으로 들어감이 명이이니, 군자는 보고서 무리를 대할 때 어둠을 써서 밝게 한다.[明入地中, 明夷. 君子以, 莅衆, 用晦而明.]”라고 하였다.
  • 용회이명[用晦而明]  어둠으로써 밝게 함. 혼군(昏君)의 시대에 현인이 고난을 받는 것을 상징한 주역(周易) 명이괘(明夷卦) 상(象)에 “밝음의 덩어리가 땅속으로 들어가는 상(象)이 명이(明夷)이니, 군자는 이를 보고서 대중을 대할 적에 어둠을 써서 밝게 한다.[明入地中明夷, 君子以莅衆用晦而明.]”라고 하였는데, 정전(程傳)에 “군자가 대중에게 임함에는 밝게 살피지 말고 모르는 척하여야 대중을 포용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이는 어렵고 혼란한 시대에는 밝다고 자처하며 자세히 살피기보다는 사리에 어두운 척 처신하면서 남을 포용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밝게 처신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 탁세[濁世]  풍교(風敎)가 어지럽고 더러운 세상(世上). 도덕이나 사회 질서가 어지러워 더러운 세상. 명탁(命濁), 중생탁(衆生濁), 번뇌탁(煩惱濁), 견탁(見濁), 겁탁(劫濁)의 다섯 가지 더러운 것으로 가득찬 죄악의 세상. 참고로, 회남자(淮南子) 숙진훈(俶眞訓)에 “몸이 탁한 세상 속에 빠져 있는데, 도를 행하지 못한다고 책망한다면, 이는 천리마의 두 발을 묶어 놓고서 천리를 달리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身蹈于濁世之中 而責道之不行也 是猶兩絆騏驥而求其致千里也]”라는 말이 나온다.
  • 이굴위신[以屈爲伸]  굽힘으로써 펴는 것으로 삼음. 설원(說苑) 권16 담총(談叢)에 “스스로를 낮추는 것으로써 존귀함으로 삼고, 스스로를 굽히는 것으로써 펴는 것을 삼아야 한다. 성인은 그렇게 하므로 해서 하늘로부터 법도(法道)를 받는 것이다.[以卑爲尊, 以屈爲伸, 聖人所因, 上法於天.]”라고 하였다.
  • 섭세[涉世]  세상(世上)을 살아나감. 세상을 살아가다. 세상 물정을 겪다. 세상 경험을 쌓다. 세상사를 겪다. 세상일을 경험하다. 당언겸(唐彦謙)의 시 제삼계(第三溪)에 “세상일 꿈 같단 걸 일찍부터 알아서, 봄비 내린 뒤 때 산밭 가는 걸 버려둘 수 없었네.[早知涉世眞成夢 不棄山田春雨犁]”라고 하였다.
  • 일호[一壺]  본디 연하면 나물로 먹고 굳으면 그릇도 만드는 열매인 박[壺]을 가리키는 말이다. 물에 뜨기 때문에 옛날에는 박에 의지해 물을 건너는 일이 있었다. 갈관자(鶡冠子) 학문(學問)에 “중하에서 배를 놓치면 박 하나가 천금과 같다.[中河失船 一壺千金]”라고 하였고, 소동파(蘇東坡)의 시 동신교(東新橋)에 “배를 잃어버렸을 때 탈 호로박을 팔아 버린 것과 같고, 누각에 올라갈 때 밟고 올라갈 사다리를 없애 버린 것과 같네.[似賣失船壺 如去登樓梯]”라고 하였다.
  • 일호천금[一壺千金]  하잘것없는 것이라도 때와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쓸모가 있음. 갈관자(鶡冠子) 학문(學問)에 “강 가운데서 배를 잃으면 박 하나가 천금같이 귀중한 것이다.[中河失船, 一壺千金.]”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이는 곧 강 가운데서 배를 잃었을 경우, 박은 하찮은 물건이지만 그것을 허리에 차면 물을 건널 수 있어 생명을 구하는 도구가 되기 때문에 천금같이 귀중하다고 한 것이다.
  • 부낭[浮囊]  헤엄을 치거나 물에 빠졌을 때 몸이 잘 뜨게 하는 물건. 헤엄칠 때 인체의 부력을 돕기 위하여 쓰이는 것. 방수포나 고무로 만들어 공기를 넣어서 씀. 선박에 비치하는 구명구(救命具). 구명대(救命帶). 구명동의(胴衣). 동에 지는 구명대(救命袋). 둥근 구명부환(浮環) 따위가 있음. 부대(浮袋·浮帶). 부포(浮包).
  • 장신[藏身]  몸을 숨기고 나타내지 않음. 몸을 감춤.
  • 위난[危難]  위급하고 곤란한 경우. 위험한 재난. 매우 위급하고 어려운 경우.
  • 삼굴[三窟]  토끼가 위험한 상황을 감안하여 미리 세 개의 굴을 뚫어 놓는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준말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퇴로(退路)를 미리 확보해 놓는 것을 말한다. 전국책(戰國策) 제책(齊策) 4에 “전국 시대 제(齊)나라 맹상군(孟嘗君)이 처음 설(薛)에 봉해졌을 때, 그의 문객(門客) 풍훤(馮諼)이 맹상군에게 말하기를 ‘교활한 토끼는 세 굴을 파두어 근근이 죽음을 면하는데, 지금 주군(主君)께서는 굴이 하나밖에 없으니 베개를 높이 베고 누울 수 없습니다. 주군을 위하여 두 개의 굴을 더 팔까 합니다.[狡兎有三窟, 僅得免其死耳. 今君有一窟, 未得高枕而臥也. 請爲君復鑿二窟.]’라고 하면서, 세 가지 계책[봉지(封地)인 설(薛) 땅의 토지 문권(土地文券)을 불태워 버림으로써 의리를 베풀 것, 위(魏)나라가 맹상군을 초빙하게 함으로써 제(齊)나라에서 다시 정승의 자리에 복직시키도록 할 것, 설(薛) 땅에 종묘(宗廟)를 세울 것]을 건의하여, 맹상군이 그대로 따른 결과, 그 후로 맹상군이 제나라 재상(宰相)을 수십 년 동안 지내면서 조금의 화(禍)도 입지 않았다.”는 고사가 있고, 진서(晉書) 권43 왕연전(王衍傳)에 “진(晉)나라 때 왕연(王衍)이 재상으로 있으면서 나라 다스리는 일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안전만을 도모한 나머지, 자기 아우 징(澄)을 형주 자사(荊州刺史)로, 족제(族弟) 돈(敦)을 청주 자사(靑州刺史)로 각각 삼고, 말하기를 ‘형주는 강한(江漢)의 요새가 있고, 청주는 바다를 등진 험고함이 있으니, 그대 두 사람은 밖에 있고 나는 여기에 머무르면 세 굴[三窟]이 되기에 충분하겠다.’라고 했었는데, 뒤에 석륵(石勒)에게 붙잡혔을 때, 석륵이 자기 도당인 공장(孔萇)에게 왕연을 살려 주어야 할지를 묻자, 공장이 말하기를 ‘저 사람은 진(晉)나라의 삼공(三公)이었으니, 반드시 우리를 위해 힘을 다하지 않을 터인데, 또 무엇이 귀할 게 있겠는가.’라 하고, 마침내 그를 살해했다.”는 고사가 있다.

【譯文】 藏巧於拙,  寓淸於濁.
隱藏智巧於笨拙,  用隱晦而明察,  寄寓請純於濁世,  以屈曲爲伸舒.  眞正涉足世事的救命法寶,  安身立命的避禍方法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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