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마음바탕은 멈추고 막힘없이 항상 생동해야 한다 <채근담>


갠 날 푸른 하늘에

느닷없는 벼락에 천둥이 치고

비바람 몰아치던 험한 날씨가

홀연 달 밝은 맑은 하늘이 된다.

기후의 작용이 언제

털끝만큼이라도 멈춘 적이 있었는가?

드넓은 하늘이 언제

털끝만큼이라도 막힌 적이 있었는가?

사람의 마음바탕도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한다.


霽日靑天,  倏變爲迅雷震電.  疾風怒雨,  倏轉爲朗月晴空.
제일청천,  숙변위신뇌진전.  질풍노우,  숙전위낭월청공.
氣機何嘗一毫凝滯?  太虛何嘗一毫障塞?
기기하상일호응체?  태허하상일호장색?
人之心體,  亦當如是.
인지심체,  역당여시.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제일[霽日]  갠 날.
  • 숙변[倏變]  갑자기 변하다.
  • 신뢰[迅雷]  매우 맹렬한 우레. 갑작스러운 천둥. 예기(禮記) 옥조(玉藻)에 “만약 세찬 바람과 빠른 우레와 폭우가 있으면 반드시 얼굴빛을 바꾸어 비록 한밤중이라도 반드시 일어나서 의관(衣冠)을 정제하고 앉는다.[若有疾風迅雷甚雨 則必變 雖夜 必興 衣服冠而坐]”라고 하였고, 논어(論語) 향당(鄕黨) 제15절에 “빠른 우레와 맹렬한 바람에 반드시 낯빛을 변하였다.[迅雷風烈, 必變.]”라는 내용이 보인다.
  • 진전[震電]  천둥과 번개. 시경(詩經) 소아(小雅) 시월지교(十月之交)에 “번쩍이는 천둥 벼락에, 편안하지 못하고 좋지 못하도다. 온 시내가 솟구쳐 오르고 산마루 높은 곳이 무너지도다.[爗爗震電, 不寧不令. 百川沸騰, 山冢崒崩.]”라고 하였다.
  • 질풍[疾風]  강(強)하고 빠르게 부는 바람. 몹시 세고 빠르게 부는 바람. 구당서(舊唐書) 소우열전(蕭瑀列傳)에 당 태종(唐太宗)이 소우(蕭瑀)를 칭찬하면서 하사한 시에 “질풍이 불어야 강한 풀을 알고, 세상이 어지러워져야 성실한 신하를 알 수 있다.[疾風知勁草 板蕩識誠臣]”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자경부봉선현영회(自京赴奉先縣詠懷)에 “세모에 초목들은 시들어 떨어지고, 높은 언덕은 질풍에 찢겨 나갈 듯.[歲暮百草零 疾風高岡裂]”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 노우[怒雨]  노한 듯 내리는 비. 무섭게 내리는 비.
  • 숙전[倏轉]  갑자기 바뀜. 갑자기 전환됨.
  • 낭월[朗月]  맑고 밝은 달. 이백(李白)의 시 고랑월행(古朗月行)에 “소싯적에는 달인 줄 몰라 백옥 쟁반이라 불렀지.[小時不識月 呼作白玉盤]”라고 하였고, 당나라 유창(劉滄)의 시 팔월십오야완월(八月十五夜玩月)에 “중추절 밝은 달에 은하수 고요한데, 까마귀 까치 남쪽으로 날아 객의 슬픔 많아라.[中秋朗月靜天河, 烏鵲南飛客恨多.]”라고 하였고, 세설신어(世說新語) 언어(言語)에 “바람이 맑고 달이 밝으면 문득 현도를 생각한다.[淸風朗月 輒思玄度]”는 말이 있다. 현도(玄度)는 동진(東晉)의 청담객(淸談客) 허순(許詢)의 자(字)이다.
  • 청공[晴空] 맑은 하늘. 맑게 갠 하늘. 소식(蘇軾)의 시 완계사(浣溪沙)에 “다행히 올해는 보리농사 풍년 들어, 밭이랑마다 푸른 맥랑麥浪 하늘 향해 춤을 추네.[慚愧今年二麥豊, 千畦翠浪舞晴空.]”라고 노하였다.
  • 기기[氣機]  기의 기능 활동. 기(氣)의 활동. 오장육부 내의 기 통로. 기세(氣勢). 인체 내부의 기가 정상적으로 운행되는 기의 승강출입의 기본 흐름. 장부의 생리적인 기능활동을 의미하기도 함. 음양(陰陽)이 서로 조화를 이룬 기틀. 음양 두 기운이 형평(衡平)을 이룬 상태. 기기(氣機)란 천지의 일정한 질서에 따라 규칙적으로 운행하게 하는 자연의 기능을 가리키는데,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의 형기기(衡氣機)란 말에서 온 것이다. 형기기(衡氣機)란 기기(氣機)가 평형을 이룸. 곧 음양(陰陽)의 기(氣)가 치우침 없이 조화된 상태를 말한다. 참고로, 주희(朱熹)의 감흥시(感興詩) 20수 중 제3수에 “사람 마음 오묘하여 헤아릴 수 없으니, 기를 타고 제멋대로 출입한다. 얼음처럼 차갑다가 불처럼 뜨겁기도 하고, 못 속에 빠진 듯 다시 하늘로 날지.[人心妙不測 出入乘氣機 凝氷亦焦火 淵淪復天飛]”라고 하였다.
  • 하상[何嘗]  ~한 것은 아니다. ~리 없다. 언제 ~한 적 있었느냐. 결코 ~가 아니다. 반문의 어기를 이용하여 그런 적이 없는 것을 나타냄. ‘근본(根本)부터 따지고 보면’, ‘처음부터 캐어 본다면’의 뜻으로, 의문문이나 부정(否定)을 나타내는 단어와 함께 쓰여 ‘따지고 보면’의 뜻을 나타낸다.
  • 일호[一毫]  부정문에 쓰여, 한 개의 가는 털이라는 뜻으로, 극히 작은 정도를 나타내는 말.
  • 응체[凝滯]  막힘. 걸림. 사물에 구애되어 융통성이 없음. 사물의 흐름이 걸리고 막혀 나아가지 못함. 정체되다. 굳어지다. 움직이지 않다. 내려가지 않고 걸리거나 막히는 증상. 사기(史記) 권84 굴원열전(屈原列傳)의 어부사(漁父辭)에 “성인은 사물에 막히거나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따라 미루어 옮겨가나니, 온 세상 사람이 혼탁하거든 어찌 그 흐름을 따라서 그 물결을 일으키지 않는고?[夫聖人者 不凝滯於物 而能與世推移 擧世混濁 何不隨其流而揚其波]”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태허[太虛]  크고 넓은 하늘. 천지와 사방. 한없이 넓은 공중. 고요하고 오묘한 곳. 공허하고 적막한 경지. 우주의 근본. 우주의 본체 또는 기(氣)의 본체인 태극(太極). 북송대의 성리학자인 장재(張載)가 우주만물의 근원이 되는 일기(一氣)를 가리킨 개념. 공허하고 적막한 경지. 참으로 도를 아는 자가 노니는 세계. 태허는 장자(莊子) 지북유(知北遊)에, 태청(太淸)과 무시(無始)가 도에 대하여 논하는 대목에 나오는 말로 “이 같은 자는 밖으로는 우주를 보지 못하고 안으로는 태초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곤륜산을 지나가지 못해서 태허에서 노닐지 못한다.[若是者, 外不觀乎宇宙, 內不知乎大初. 是以, 不過乎崑崙, 不遊乎太虛.]”라고 한 데서 처음 보이는데, 만물을 포함하고 있는 거대한 공간, 구체적으로는 천공(天空)을 뜻하는 것이었다. 태허가 이러한 공간적 의미를 떠나 형이상학적 본체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장재에 의해 태허즉기(太虛卽氣)의 명제가 확립되면서부터이다. 장재는 만물의 생성과 소멸을 기(氣)의 모임과 흩어짐에 의해 설명했다. 기가 모이면 만물이 생기며, 만물이 사라지면 기가 흩어진다. 기가 흩어진 상태를 허(虛)라고 하며, 근원적인 허의 상태를 태허라 한다. 따라서 태허라는 것은 기가 흩어져 있는 우주 만물의 근원적 모습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 태허는 기가 흩어져 있는 것이지 기가 없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허무(虛無) 또는 공무(空無)와는 다른 것이며, 그런 점에서 태허즉기(太虛卽氣)의 명제는 ‘유(有)는 무(無)로부터 생긴다’는 노장적 우주생성론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 장새[障塞]  요새와 보루를 아울러 이르는 말. 가로막혀 통하지 못함.
  • 심체[心體]  마음의 바탕. 마음과 몸. 마음의 본체. 심성(心性). 대학장구(大學章句) 전(傳) 6장 장하주(章下註)에 “심체의 밝음이 미진한 바가 있으면 그 발하는 바가 반드시 실제로 그 힘을 쓰지 못하여 구차하게 스스로 속임이 있게 된다. 그러나 혹 이미 밝게 알았다 하더라도 이 홀로 있음을 삼가지 않으면 그 밝힌 것이 또 자기의 소유가 아니어서 덕에 나아가는 기초로 삼을 수 없다.[心體之明有所未盡, 則其所發必有不能實用其力, 而苟焉以自欺者. 然或已明而不謹乎此, 則其所明又非己有, 而無以爲進德之基.]”라는 주희의 주가 보인다.
  • 역당[亦當]  역시. 마땅히. 당연히. 응당(應當). 이치로 보아 그렇게 하거나 되는 것이 옳게.

【譯文】 君子之心,  雨過天睛.
萬裏晴朗的天空,  忽然變成電閃雷鳴  ;  暴風驟雨的天氣,  忽然轉爲明月當空  ;  氣候變化的自然機能什麼時候有絲毫停止運轉?  廣漠無際的天空什麼時候曾發生絲毫障礙堵塞?  人的心靈形體,  也應當如此.

Leave a Reply

Copyright (c) 2015 by 하늘구경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