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괴롭히는 역경과 곤궁은
호걸을 단련하는 한 벌의 도가니와 쇠망치이다.
그 단련을 잘 받아내면 몸과 마음에 모두 이득이 되고
그 단련을 이겨내지 못하면 몸과 마음에 모두 손해가 된다.
橫逆困窮, 是鍛煉豪傑的一副爐錘.
횡역곤궁, 시단련호걸적일부노추.
能受其鍛煉, 則身心交益. 不受其鍛煉, 則身心交損.
능수기단련, 즉신심교익. 불수기단련, 즉신심교손.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횡역[橫逆] 떳떳한 이치와 도리에 어그러짐. 일이 어긋나서 역경에 처함. 횡포한 행위. 무리한 처사. 상리에 어긋난 짓을 함. 강포(强暴)하여 이치를 거스르는 것. 횡포하고 억지스럽다. 갑작스럽게 기운이 역상(逆上)하는 증상. 횡역(橫逆)은 강포(强暴)하여 이치에 따르지 않는 것을 말한다. 맹자(孟子) 이루 하(離婁下)에 “여기에 어떤 사람이 있는데, 그가 나에게 횡역(橫逆)하게 대한다면 군자는 반드시 스스로 반성하기를 ‘내가 필시 그에게 불인하게 대했을 것이며, 내가 필시 그에게 무례하게 대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러한 일이 어찌 이를 수 있겠는가.’라고 할 것이다. 스스로 반성해 보아도 인하게 대했고 스스로 반성해 보아도 예의가 있었는데 그가 나에게 이렇게 횡역하게 대한 것이라면 군자는 반드시 스스로 반성하기를 ‘내가 필시 성의를 다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할 것이다. 스스로 반성해 보아도 성의를 다하였는데 그가 나에게 이렇게 횡역하게 대한 것이라면 그제야 군자는 ‘이 사람은 망녕된 사람이다.’라고 할 것이다. 이와 같다면 금수(禽獸)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금수를 상대로 다시 무엇을 따진단 말인가.[有人於此 其待我以橫逆 則君子必自反也 我必不仁也 必無禮也 此物奚宜至哉 其自反而仁矣 自反而有禮矣 其橫逆由是也 君子必自反也 我必不忠 自反而忠矣 其橫逆由是也 君子曰 此亦妄人也已矣 如此則與禽獸奚擇哉 於禽獸又何難焉]”라고 하였다.
- 곤궁[困窮] 생활이 매우 가난하고 어려움. 가난하여 살림이 구차(苟且)함. 어렵고 궁핍(窮乏)함.
- 단련[鍛煉] 금속을 불에 달군 후 두드려서 단단하게 하는 것. 수양이나 훈련을 쌓아 심신을 단련하거나 기능을 닦는 것. 혹리(酷吏)가 죄가 없는 자를 죄에 빠뜨리는 것. 쇠를 불리다. 몸과 마음을 단련하다.
- 호걸[豪傑] 지혜와 용기가 뛰어나고 높은 기개와 사나이다운 풍모를 갖춘 사람. 재주, 슬기, 용기가 뛰어나고 도량이 넓고 기개 있는 사람. 넓은 마음과 높은 기상을 가진 사람. 신간증보삼략(新刊增補三略)에 “소서(素書)에 ‘행실이 충분히 의표(儀表)가 될 만하고 지혜가 충분히 혐의를 결단할 만하고 신의(信義)가 약속을 지킬 수 있고 청렴이 재물을 나누어줄 수 있으면 이는 사람의 호(豪)이며, 직책을 지켜 폐(廢)하지 않고 의리(義理)에 처하여 마음을 바꾸지 않고 혐의스러움을 당하고도 구차히 면하려 하지 않고 이익을 보고도 구차히 얻으려 하지 않으면 이는 사람의 걸(傑)이다.’라고 하였다.[素書云 行足以爲儀表 智足以決嫌疑 信可以守約 廉可以使分財 此人之豪也 守職而不廢 處義而不回 見嫌而不苟免 見利而不苟得 此人之傑也]”라고 하였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세병마행(洗兵馬行)에 “두세 분 호걸이 이때를 위해 나오시어, 하늘과 땅을 정돈하고 시대를 구제하였어라.[二三豪傑爲時出 整頓乾坤濟時了]”라고 하였다.
- 일부[一副] 하나. 한 쌍. 한 벌.
- 노추[爐錘] 노추(罏捶)는 노추(鑪捶)와 같은 말이다. 노추(爐錘)는 화로 또는 도가니와 쇠망치로, 모두 금속을 제련하는 데 쓰이는 도구인데, 전하여 우주 자연의 조화(造化)를 주관하는 조물주(造物主)를 비유하는 말로 흔히 쓰인다.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무장(無莊)이 그의 아름다움을 잃고, 거량(據梁)이 그의 힘을 잃고, 황제(黃帝)가 그의 앎을 잃은 것은 모두가 노추의 사이에 있을 뿐이다.[夫無莊之失其美, 據梁之失其力, 黃帝之亡其知, 皆在鑪捶之間耳.]”라고 하였다.
- 교익[交益] 모두 유익함. 서로 유익함. 함께 이익이 있음.
- 교손[交損] 함께 해로움. 모두 손해를 봄.
【譯文】 困苦窮乏, 鍛煉身心.
橫禍逆運困苦貧窮, 是鍛造錘煉英雄豪傑心性的一副熔爐鐵錘, 能受到它的鍛煉, 則身體心靈共同受益, 不承受它的鍛煉, 則身體心靈一齊損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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