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하나 반딧불처럼 깜박이고
만물이 아무 소리가 없으니
우리가 비로소 평안히 잠들 때이다.
새벽꿈에서 갓 깨어나
모든 움직임 아직 일지 않으니
우리가 비로소 혼돈에서 나올 때이다.
이 틈을 타 한마음으로 빛을 돌려
스스로를 환하게 비추어 보면
비로소 알리라.
느끼는 모든 것이 속박이고
바라고 좋아하는 모든 것이 구속임을
一燈螢然, 萬籟無聲, 此吾人初入宴寂時也.
일등형연, 만뢰무성, 차오인초입연적시야.
曉夢初醒, 群動未起, 此吾人初出混沌處也.
효몽초성, 군동미기, 차오인초출혼돈처야.
乘此而一念廻光, 炯然返照,
승차이일념회광, 형연반조,
始知耳目口鼻皆桎梏, 而情欲嗜好悉機械矣.
시지이목구비개질곡, 이정욕기호실기계의.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만뢰[萬籟] 자연계(自然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소리. 자연 속에서 만물이 내는 온갖 소리. 만유의 소리. 천지간의 모든 구멍에서 불어나오는 온갖 소리. 인뢰(人籟), 지뢰(地籟), 천뢰(天籟) 따위. 뢰(籟)는 구멍을 통해 나는 소리를 가리킨다.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큰 땅덩어리가 숨을 내뿜는 것을 바람이라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모르지만 일단 일어났다고 하면 만 개의 구멍이 노하여 부르짖기 시작한다.[夫大塊噫氣 其名爲風 是唯無作 作則萬竅怒號]”라고 하였다. 두보(杜甫)의 시 옥화궁(玉華宮)에 “온갖 소리 정말로 피리소리 같고, 가을빛 참으로 맑고 깨끗하네.[萬籟眞笙竽, 秋色正瀟灑.]”라고 하였고, 남제(南齊)의 시인 사조(謝朓)의 시 답왕세자(答王世子)에 “푸른 구름은 대궐 위에 어둑하고, 북풍은 온갖 구멍에서 불어 대네.[蒼雲暗九重 北風吹萬籟]”라고 하였다.
- 만뢰구적[萬籟俱寂] 밤이 깊어 아무 움직임의 소리도 없이 잠잠하여 아주 고요하고 조용하다는 말. 주위가 매우 조용하다.
- 연적[宴寂] 편안하게 잠자는 것. 평안하게 입적(入寂)함. 즉 성자(聖者)의 죽음을 이른다. 안식(安息). 적멸(寂滅). 법화경(法華經) 화성유품(化城喩品)에 “부처님께서 적멸하신 뒤에도, 법을 펼쳐 드날리며 교화를 도우셨네.[於佛宴寂後, 宣揚助法化.]”라고 하였다.
- 혼돈[混沌] 하늘과 땅이 아직 나뉘지 않은 원형 그대로 있는 상태. 천지개벽 초에 아직 만물이 확실히 구별되지 않은 상태. 질박한 상태. 자연스러운 상태. 모호하다. 불분명하다. 무지몽매하다. 온갖 사물이나 정신적 가치가 뒤섞이어 갈피를 잡을 수 없음. 또는 그러한 상태.
- 혼돈[混沌] 천지(天地)가 개벽(開闢)하기 전에 천지의 원기(元氣)가 아직 나누어 지지 않고 한데 엉겨 있는 모호한 상태를 말한 것으로, 전하여 전혀 거짓이 없는 순박(淳朴)한 세상을 의미한다.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에 “남해의 제왕을 숙(儵)이라 하고, 북해의 제왕을 홀(忽)이라 하고, 중앙의 제왕을 혼돈(混沌)이라 하였다. 숙과 홀이 혼돈의 땅에서 만남에, 혼돈이 이들을 매우 잘 대해주자 숙과 홀은 혼돈의 덕에 보답할 것을 의논하여 ‘사람들은 7개의 구멍을 갖고 있어 그것으로 보고, 듣고, 먹고, 숨 쉬는데 이 혼돈에게만 없으니 마땅히 구멍을 뚫어줍시다.’라고 하고는, 하루에 한 개의 구멍을 뚫어주었는데 7일 만에 혼돈은 죽고 말았다.[南海之帝爲儵, 北海之帝爲忽, 中央之帝爲混沌. 儵與忽時與相遇於混沌之地, 混沌待之甚善. 儵與忽謀報混沌之德曰: 人皆有七竅, 以視聽食息, 此獨無有, 當試鑿之. 日鑿一竅, 七日而混沌死.]”라고 하였다.
- 혼돈[渾沌] 혼돈은 천지개벽 초에 만물이 아직 구별되지 않은 어두운 상태를 가리킨다. 이 혼돈은 중국 고대 문헌에서 주로 부정적인 존재로 의인화(擬人化)되었다.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에서는 눈, 코, 입, 귓구멍, 콧구멍이 없는 중앙의 제왕으로 소개되어 있다. 삼황(三皇) 이전 천지의 시초의 제왕이라고도 한다. 또한 사기(史記) 오제본기(五帝本紀)에는 제홍(帝鴻) 즉 황제(黃帝)의 못난 자식으로서 그 후손이 요순(堯舜) 시대 때 악명 높은 사흉(四凶)의 하나였다고 한다. 신이경(神異經)에는 곤륜산(崑崙山) 서쪽에 사는 악수(惡獸)라고도 하였다.
- 일념[一念] 한 가지만을 생각하는 한결같은 마음. 하나의 생각. 극히 짧은 시간. 한 순간의 생각. 한결같은 생각. 전심(專心)으로 염불(念佛)함.
- 형연[炯然] 밝게 빛나는 모양. 안광이 예민한 모양. 아주 분명한 모양. 환히 아는(이해하는)모양. 번쩍번쩍 빛나다. 형형하다. 소식(蘇軾)의 시 유혜산(遊惠山)에 “형형하게 가슴속에서, 이미 빙옥이 되어 빛나도다.[炯然肝肺間, 已作冰玉光.]”라고 하였다. <東坡全集 卷10 遊惠山>
- 회광[廻光] 빛을 돌리는 것. 언어나 문자에 의지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반성하다.
- 회광[回光] 반사되는 빛. 반영. 반사. 되비치다. 반사되다. 도가(道家)의 수련법(修鍊法)의 하나인 회광반조(回光返照)의 준말이다.
- 반조[返照] 돌이켜 비추다. 빛이 되비치다. 빛이 반사되어 되비침. 동쪽으로 비치는 저녁 햇빛. 지는 해가 동쪽으로 비침. 환자가 임종 직전에 돌연히 분명하게 의식을 되찾는 것. 반사하다.
- 회광반조[廻光返照] 회광반조(回光返照). 빛을 돌이켜 되비춤. 자기의 본분(本分)을 돌아보는 수양(修養). 자신을 성찰(省察)하여 자기 마음속의 영성(靈性)을 직시함. 선종(禪宗)에서 쓰는 말로 언어(言語)나 문자(文字)에 의지하지 않고, 자기를 회고반성(回顧反省)하여 바로 심성(心性)을 조견(照見)하는 것을 이른다. 회광반조(廻光返照)란 밖으로 향해 찾는 마음을 안으로 거두어들여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임제(臨濟義玄) 선사는 임제록(臨濟錄)에서 “그대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스스로를 돌이켜 비추어 봐라 다른데서 구하지 말지니, 그대 마음이 부처님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爾言下便自回光返照, 更不別求, 知身心與祖佛不別]”라고 하였다.
- 회광반조[回光返照] 해가 지기 직전에 잠깐 하늘이 밝아진다는 뜻으로, 머지않아 멸망하지만 한때나마 그 기세가 왕성함을 이른다. 죽기 직전에 잠깐 기운을 돌이킴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보통 사물이 쇠하기 전에 잠깐 다시 반짝하는 것을 가리키지만,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한다는 뜻도 있다.
- 회광반조[回光反照] 도가(道家)의 수련하는 법을 이른다. 참동계(參同契) 주(注)에 “사람이 능히 회광반조하여 출식(出息)은 미미(微微)하고 입식(入息)은 면면(綿綿)하여 간단(間斷)하게 말면 신기(神氣)가 뿌리로 돌아가서 오래오래 하면 호흡이 다 없어진다.”고 하였다. 태상순양진군경(太上純陽眞君經)에 “回光返照中 神歸氣穴裏”라고 하였다.
- 이목구비[耳目口鼻] 귀, 눈, 입, 코를 아울러 이르는 말. 귀, 눈, 입, 코 등(等)을 중심(中心)으로 본 얼굴의 생김새. 듣고, 보고, 맛보고, 냄새 맡는 것, 즉 감각기관으로 욕망을 이른다.
- 질곡[桎梏] 차꼬와 수갑. 질(桎)은 발에 채우는 족쇄이고 곡(梏)은 손에 채우는 수갑이다. 몹시 속박(束縛)하여 자유를 가질 수 없는 고통의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른다. 주역(周易) 몽괘(蒙卦) 초6(初六)에 “사람을 형벌하여 몽매한 질곡을 벗겨줌이 이롭다.[利用刑人 用說桎梏]”라는 내용이 보인다. 항쇄(項鎖). 족쇄(足鎖). 맹자(孟子) 진심 상(盡心上)에 “모든 것이 천명 아닌 게 없으나, 순하게 정명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명을 아는 자는 담장 아래에 서지 않는다. 도리를 다하고 죽는 자는 정명이고, 질곡으로 죽는 자는 정명이 아니다.[莫非命也, 順受其正. 是故知命者不立乎巖牆之下. 盡其道而死者正命也, 桎梏死者非正命也.]”라고 보이는데, 주자(朱子)의 집주(集註)에 “질곡은 죄인을 구속하는 것이다. 죄를 범하여 죽는 것은 위험한 담장 아래에 서 있다가 압사하는 것과 같으니, 모두 인간이 취한 것이요 하늘이 한 것이 아님을 말씀한 것이다.[桎梏所以拘罪人者. 言犯罪而死, 與立巖墻之下者同, 皆人所取, 非天所爲也.]”라고 하였다.
- 정욕[情欲] 마음속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욕구. 마음에 생기는 온갖 욕망(慾望). 사욕(四欲)의 하나. 물건을 탐내고 집착하는 마음. 사람의 여러 가지 감정과 본능적인 욕망란 뜻의 양생(養生) 용어.
- 기호[嗜好] 무엇을 즐기고 좋아하는 일. 또는 그런 취미. 참고로, 여씨춘추(呂氏春秋) 우합(遇合)에 “몸에서 대단한 악취가 나는 사람이 있어 친척, 형제, 아내, 친지 등 그 누구도 그와 함께 거처할 수가 없게 되자, 스스로 고민 끝에 홀로 바닷가에 가서 살았는데, 그 바닷가에 사는 한 사람이 유독 그 냄새를 좋아하여 밤낮으로 그를 따라다녀서 그의 곁을 떠날 수 없었다.[人有大臭者 其親戚兄弟妻妾知識無能與居者 自苦而居海上 海上人有說其臭者 晝夜隨之而不能去]”는 기호(嗜好)가 아주 괴벽(怪僻)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 기계[機械] 구속. 속박. 기(機)는 올가미, 우리. 계(械)는 형틀, 수갑, 차꼬, 칼, 병장기, 무기. 금(金)나라 채송년(蔡松年)의 시 경신윤월종사환자영상대신월독작(庚申閏月從師還自潁上對新月獨酌)에 “자기 스스로 세속 일에 얽매여, 순순히 구속을 받아들이네.[自要塵網中, 低眉受機械.]”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기계[機械] 본체에 어긋나게 일을 쉽게 하거나 욕구를 유발하는 기틀. 도구(道具)를 짜 맞추어 이에 동력(動力)을 응용(應用)함으로써 일정(一定)한 운동(運動)을 전(傳)하여 작업(作業)을 행(行)하게 하는 물건(物件). 역학(力學) 기계(機械), 전기(電氣) 기계(機械), 열 기관(機關) 따위가 있음. 자기(自己)의 생각이나 감정(感情)이 없이 기계(機械)처럼 움직이는 사람. 장자(莊子) 천지(天地)에 “공자(孔子)의 제자 자공(子貢)이 초(楚)나라를 유람하고 진(晉)나라로 가면서 한수(漢水)의 남쪽을 지나다가 한 노인을 만났다. 그 노인은 밭이랑에 물을 주기 위해 한창 우물을 깊이 파 놓고 물동이를 안고 우물로 들어가 물을 퍼내 오곤 하였는데, 그 일이 몹시 힘들어 보이므로 자공이 그 노인에게 용두레를 사용하여 물을 퍼내면 힘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많은 물을 퍼낼 수 있다고 일러 주었다. 그 노인이 처음에는 성을 벌컥 냈다가 이내 웃으면서 말하기를 ‘내가 우리 스승에게서 들으니, 기계가 있으면 반드시 꾀를 부리는 일이 있게 되고, 꾀를 부리는 일이 있으면 반드시 교사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고 하였다.[吾聞之吾師 有機械者必有機事 有機事者必有機心]’고 했다.”라고 하였다.
- 기계지심[機械之心] 교활하고 간사하게 속이거나 책략(策略)을 꾸미는 마음. 잔재주. 권모술수. 장자(莊子) 천지(天地)에 “기계를 가진 사람은 반드시 교묘한 일을 하게 되고, 교묘한 일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교묘한 마음을 지니게 된다.[有機械者必有機事 有機事者必有機心]”라고 하였다.
【譯文】 人心惟危, 道心惟微.
一盞孤燈螢光閃爍, 萬般簫籟俱無聲息, 這時我們剛剛進入宴息寂謐的時候 ; 拂曉夜夢開始醒來, 群眾活動尙未開始, 這時我們剛剛走出混混沌沌的境地. 乘著此時一個念頭的回旋靈光, 明白地往返對照, 才知道耳目口鼻都是桎梏, 而情欲嗜好全是機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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