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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섭리를 보라. 지혜와 기교를 믿지 마라 <채근담>


물고기그물을 치니 기러기가 걸려들고

먹이를 탐하는 사마귀를

참새가 또 뒤에서 노리고 있다.

기밀 안에 기밀이 숨어 있고

변고 밖에 변고가 생기나니

지혜와 기교를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魚網之設,  鴻則罹其中.  螳螂之貪,  雀又乘其後.
어망지설,  홍즉리기중.  당랑지탐,  작우승기후.
機裏藏機,  變外生變,  智巧何足恃哉.
기리장기,  변외생변,  지교하족시재.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어망홍리[魚網鴻離]  물고기 그물을 쳤는데 기러기가 걸렸다는 뜻으로, 구하려는 것은 얻지 못하고 반대로 엉뚱한 것을 얻게 되었음을 이르는 말. 남의 일로 횡액(橫厄)을 당함을 이르는 말. 어망에 부당하게 걸려든다는 뜻으로 법망에 걸리는 뜻밖의 재앙을 당하는 것을 말한다. 시경(詩經) 패풍(邶風) 신대(新臺)에 “고기 그물을 설치했는데 기러기가 걸렸도다. 연완(燕婉)을 구했는데 이 척이(戚施)를 얻었도다.[魚網之設 鴻則離之 燕婉之求 得此戚施]”라고 하였는데, 이 시는 위(衛)나라 선공(宣公)이 아들의 처를 가로챈 것을 미워하여 지은 시이다. 신대는, 선공이 그 아들 급(伋)을 제(齊)나라 여인 선강(宣姜)에게 장가들도록 하였는데, 그의 미색(美色)이 뛰어나다는 말을 듣고는 자신이 차지하고 싶어서 선강을 맞이하기 위하여 하수(河水) 가에 새로 지은 누대이다. 주자(朱子)는 “고기 그물을 설치했는데 도리어 기러기를 얻었다. 이는 훌륭한 배필을 구했는데, 도리어 추악한 사람을 얻은 것이므로, 얻은 것이 구하던 바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 당랑식선[螳螂食蟬]  눈앞의 작은 이익을 탐하여 정신을 쏟느라 더 큰 화가 자신을 망치는 줄을 모른다는 의미이다. 한시외전(韓詩外傳) 권10에 “사마귀가 매미를 잡아먹으려고 노려보느라 뒤에서 참새가 머리를 들고 자신을 쪼려는 줄을 모르고, 참새는 사마귀를 쪼아 먹을 욕심에 나무 아래서 꼬마가 새총을 자신에게 겨누는 줄을 모른다.[螳螂方欲食蟬, 而不知黃雀在後, 擧其頸, 欲啄而食之也; 黃雀方欲食螳螂, 不知童挾彈丸在下.]”라고 하였다.
  • 당랑박선[螳螂搏蟬]  눈 앞의 이익만을 탐하여 그 뒤의 위험을 알지 못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장자(莊子) 외편(外篇) 산목(山木)에 “장자가 숲 속을 거닐다가 이상한 까치를 보게 되었다. 엄청나게 큰 날개와 눈을 가진 까치는 장자의 이마를 스치고 밤나무 숲으로 날아가 앉았다. 장자가 ‘무슨 새가 날개는 크면서도 멀리 날지 못하고, 눈이 크면서도 잘 보지 못하는구나.’라고 하였다. 장자는 바지를 걷어 올리고 빠른 걸음으로 숲 속으로 들어가 활을 들고 그 새를 겨누었다. 이 때 매미 한 마리가 나무그늘에 앉아 자신의 몸조차도 잊고 울고 있었다. 그 매미를 잡으려고 사마귀 한 마리가 나뭇잎에 몸을 숨기고 매미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사마귀 또한 매미를 잡으려는 생각에 빠진 나머지 아까 그 까치가 자신을 잡으려고 노리고 있다는 것을 모를 만큼 자신을 잊고 있었다. 까치 또한 사마귀를 잡으려는 욕심에 자신을 잊고 있었다. 장자는 두려워하며 ‘아아, 물건이란 본시 서로 해를 끼치며, 이로움과 해로움은 같이 있는 것이구나.’라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활을 버리고 뒤돌아 도망을 치니 숲을 관리하는 사람이 뒤쫓아 와 이유를 캐물었다. 장자는 되돌아와 사흘 동안 우울했다. 제자가 그 이유를 물으니 장자가 ‘나는 외형에 마음이 사로잡혀 내 몸을 잊고 있었다. 흐린 물을 보고 있어서 맑은 연못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내가 선생님께 들은 바에 의하면 그 습속으로 들어가서는 그 금령에 따라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숲 근처에 놀러 나갔다가 나의 몸을 잊었던 것이다. 이상한 까치는 나의 이마를 스치고 숲 속으로 날아가 그의 몸을 잊었다. 그리고 밤나무 숲 관리인은 나를 도둑으로 알고 욕보였으니, 그래서 나는 기분이 좋지 않다.’라고 말하였다.[莊周遊於雕陵之樊, 覩一異鵲自南方來者, 翼廣七尺, 目大運寸, 感周之顙而集於栗林. 莊周曰:「此何鳥哉, 翼殷不逝, 目大不覩?」 蹇裳躩步, 執彈而留之. 覩一蟬, 方得美蔭而忘其身. 螳螂執翳而搏之, 見得而忘其形. 異鵲從而利之, 見利而忘其眞. 莊周怵然曰:「噫! 物固相累, 二類召也!」 捐彈而反走, 虞人逐而誶之. 莊周反入, 三月不庭. 藺且從而問之:「夫子何爲頃間甚不庭乎?」 莊周曰:「吾守形而忘身, 觀於濁水而迷於淸淵. 且吾聞諸夫子曰:‘入其俗, 從其令.’ 今吾遊於雕陵而忘吾身, 異鵲惑吾顙, 遊於栗林而忘眞, 栗林虞人以吾爲戮, 吾所以不庭也.」]”고 한 데서 유래 하였다.
  • 승기[乘機]  가장 알맞고 효과적인 기회를 탐. 좋은 기회를 이용함. 또는 기회를 탐. 승시(乘時).
  • 현기[玄機]  심오하고 미묘한 기틀. 깊고 묘한 이치(理致). 현묘한 이치. 도가(道家)의 말로 심오한 도리(道理)라는 뜻이다. 천기(天機).
  • 변환[變幻]  갑자기 나타났다 없어졌다 함. 또는 그렇게 종잡을 수 없이 빠른 변화. 별안간 나타났다 없어졌다 하여 생각으로 미루어서는 알 수 없는 변화. 종잡을 수 없이 빠른 변화(變化). 변환하다. 종잡을 수 없다.
  • 기밀[機密]  외부에 드러내서는 안 될 중요한 비밀. 함부로 드러내지 못할 대단히 중요한 비밀(秘密).
  • 변고[變故]  재변(災變)이나 사고(事故). 갑작스러운 재앙이나 사고. 갑작스럽게 일어난 좋지 않은 일.
  • 지교[智巧]  지혜와 기교. 지혜롭고 공교(工巧)로움. 재주가 있고 슬기로움. 슬기롭고 기민(機敏)하다.
  • 하족[何足]  ~에 족한가. 무슨 ~할 가치가 있는가. 전혀 ~하지 않다. 어찌 ~할 만하겠는가? ~하지 않다. ~할 가치[필요]가 없다. ~할 것이 못된다.

【譯文】 自然造化,  智巧不及.
魚網的鋪設,  鴻雁就罹難魚網中  ;  螳螂的貪婪,  黃雀又乘機於其後.  玄機裏藏著玄機,  變幻外發生變幻,  智慧技巧哪裏值得仗恃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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