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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장점을 알되 그 장점을 자랑하지는 마라 <채근담>


옛사람이 말하였다.

“자기 집의 무진장은 내버려두고

그릇 들고 집집마다 돌며 동냥질 한다.”

또 말하였다.

“벼락부자 된 가난뱅이야 허황된 말 하지마라.

어느 집의 부엌인들 불 때면 연기 안 나겠느냐.”

하나는 제 가진 것에 어두운 것을 경계한 것이고

하나는 제 가진 것을 자랑함을 경계한 말이니

마땅히 학문의 절실한 경계로 삼을 만하다.


前人云 :  “抛卻自家無盡藏,  沿門持鉢效貧兒.”
전인운 :  “포각자가무진장,  연문지발효빈아.”
又云 :  “暴富貧兒休說夢,  誰家竈裏火無煙.”
우운 :  “폭부빈아휴설몽,  수가조리화무연.”
一箴自昧所有,  一箴自誇所有,  可爲學問切戒.
일잠자매소유,  일잠자과소유,  가위학문절계.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명(明)나라 왕수인(王守仁: 왕양명王陽明)의 시 영양지4수시제생(詠良知四首示諸生) 넷째 수에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이 홀로 알 때, 이것이 바로 천지지간 만물의 기틀이라네. 자신의 한없는 보배는 내버려둔 채, 이리저리 깡통 들고 거지흉내를 내는구나.[無聲無臭獨知時, 此是乾坤萬有基. 抛却自家無盡藏, 沿門持鉢效貧兒.]”라고 하였다. <王文成全書 巻20 詠良知四首示諸生>


  • 전인[前人]  앞 세대의 사람. 옛 사람. 고인(古人). 이전 사람. 예전 사람.선인(先人). 윗 문장(文章)에서 말한 바 있는 사람.
  • 포각[拋卻]  던져버리다. 버려두다, 포기(抛棄)하다.
  • 무진장[無盡藏]  바닥이 나지 않는 곳간이라는 뜻으로, 아무리 꺼내도 없어지지 않음을 이른다. 불교에서는 넓고 무궁한 덕(德)을 포용하는 것을 뜻하고, 양명학에서는 양지양능(良知良能)의 선천적인 능력을 말한다. 유마힐경(維摩詰經) 불도품(佛道品)에 “중생을 도와 이롭게 하여, 모든 빈궁한 이들에게는 비지 않는 창고가 되어준다.[以祐利眾生, 諸有貧窮者, 現作無盡藏.]”라 하였고, 유마힐경(維摩詰經) 보살품(菩薩品)에 “불성은 넓고 크고 무궁하며, 신묘한 작용이 끝이 없으니, 이를 일러 무진장이라 한다.[佛性廣大無窮, 妙用無邊, 謂之無盡藏.]”라고 하였고, 수(隋)나라 혜원(慧遠)의 대승의장(大乘義章)에 “덕의 넓음이 이루 다하기 어려우니 이름하여 무진(無盡)이라 하며, 무진의 덕이 포함하는 것을 장(藏)이라 한다.[德廣難窮, 名爲無盡. 無盡之德, 包念曰藏.]”라고 하였다. 이처럼 무진장은 불교 용어로 본래 부처의 공덕이 광대무변하여 만물에 무궁무진하게 작용함을 뜻하는 말이었는데, 후에는 엄청나게 많아 다함이 없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참고로, 소식(蘇軾)의 전적벽부(前赤壁賦)에 “또한 천지 사이에 사물에는 제각기 주인이 있어, 나의 소유가 아니면 터럭 하나라도 가지지 말 것이나, 오직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간의 밝은 달은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으로 보면 빛을 이루는데, 이를 취하여도 막는 사람이 없고,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으니, 이것이 바로 조물주의 다함이 없는 보고이며, 나와 그대가 함께 즐기는 것이라오.[且夫天地之間, 物各有主, 苟非吾之所有, 雖一毫而莫取. 惟江上之淸風與山間之明月, 耳得之而爲聲, 目遇之而成色, 取之不禁, 用之不竭, 是造物者之無盡藏也. 而吾與子之所共適.]”라고 하였다.
  • 연문[沿門]  집집마다. 한 집 한 집. 남의 집 문전을 따라서 가는 것. 남의 집 대문을 기웃거림.
  • 발[鉢]  바릿대. 바리때(승려의 밥그릇). 사발(沙鉢: 사기로 만든 국그릇이나 밥그릇). 승려(僧侶)가 되는 일
  • 빈아[貧兒]  거지. 가난한 집의 어린아이.
  • 폭부[暴富]  갑작스럽게 부자가 된 사람. 벼락부자. 졸부(猝富).
  • 빈아폭부[貧兒暴富]  가난한 사람이 갑자기 큰 부자가 되다[貧兒成暴富]라는 말이다. 송(宋)나라 소식(蘇軾)의 ‘추관 정전보에게 답한 편지[答程全父推官書]’에 “아이가 근래 당서(唐書) 한 부를 베껴오더니 또 한서(漢書)를 빌려와서 베끼고 싶어 합니다. 만일 이 두 책을 다 베끼면 바로 가난뱅이가 횡재한 것입니다.[兒子比抄得唐書一部 又借得前漢欲抄 若了此二書 便是窮兒暴富也]”라는 내용이 보인다. 보통 학식이 매우 빨리 진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 휴[休]  그만두다, 그치다, 쉬다. ~하지 말라.
  • 설몽[說夢]  꿈 이야기를 하다. 꿈같은 이야기를 하다.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다. 허황된 이야기를 하다. 참고로, 대반야바라밀다경(大般若波羅蜜多經) 권596에 “선용맹아, 마치 사람이 꿈속에서 꿈에 본 종종의 자성을 말하는 것 같구려. 이와 같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꿈속에 본 자성을 말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선용맹아, 꿈도 오히려 존재하지 않는 것인데, 더구나 꿈속에 본 자성을 말할 것이 있겠는가.[善勇猛 如人夢中說夢所見種種自性 如是所說夢境自性都無所有 何以故 善勇猛 夢尙非有 況有夢境自性可說]”라고 하였다. 여기서 말한 선용맹(善勇猛)은 보살의 이름이고, 자성(自性) 역시 불가의 용어로, 만유 제법(萬有諸法)이 각자 갖추고 있는 불변불멸(不變不滅)의 본성을 가리킨다.
  • 조리[竈裏]  부엌의 안.
  • 잠[箴]  경계(警戒)하다.
  • 자매소유[自眛所有]  원래 가지고 있는 것(良知)을 스스로 깨닫지 못함.
  • 자과소유[自誇所有]  가지고 있는 재물이나 잔재주를 스스로 자랑함.
  • 학문[學問]  지식을 배워서 익힘. 또는 그 지식. 일정한 이론을 바탕으로 전문적으로 체계화된 지식. 보고 들은 바가 많아 일의 선후나 사물의 본질을 분별하는 능력. 일정한 분야에서 어떤 이론을 토대로 하여 체계화한 지식의 영역.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워서 익히는 일. 또는 사물을 탐구하여 이론적으로 체계화된 지식을 세우는 일.
  • 절계[切戒]  간절한 경계. 절박한 깨우침. 절실히 경계함.

【譯文】 勿妄自菲薄,  勿自誇自傲  :  勿昧所有,  勿誇所有.
前人說 :  “拋棄自己家中無盡寶藏,  效仿乞丐到處乞求施舍”  又說 :  “暴富的乞丐不要誇耀財富,  那個人家火灶裏不冒炊煙?”  上面這兩句箴言,  一句是說看不見自己所擁有的人,  一句是說那誇耀自己所擁有的人,  這些都是做學問的人必須徹底戒除的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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