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귀하다 남이 나를 받드는 것은
나의 높은 관과 띠를 받드는 것이요
비천하다 남이 나를 업신여기는 것은
나의 베옷과 짚신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래가 나를 받든 것이 아니니
내 어찌 분별없이 기뻐할 것이며
원래가 나를 업신여긴 것이 아니니
내가 어찌 분별없이 노여워할 것인가.
我貴而人奉之, 奉此峨冠大帶也.
아귀이인봉지, 봉차아관대대야.
我賤而人侮之, 侮此布衣草履也.
아천이인모지, 모차포의초리야.
然則原非奉我, 我胡爲喜. 原非侮我, 我胡爲怒.
연즉원비봉아, 아호위희. 원비모아, 아호위노.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존귀[尊貴] 지위나 신분이 높고 귀함.
- 아관[峨冠] 높게 쓴 관(冠). 고사(高士)의 관(冠). 아관(峨冠)은 치관(豸冠)을 가리키는데, 치관은 시비를 가리는 법관이 쓰는 관으로 해태가 부정한 사람을 죽이는 고사에서 비롯하였다. 아관을 썼다는 것은 사헌부의 관리가 되었다는 말이다.
- 대대[大帶] 남자(男子)의 심의(深衣)와 여자(女子)의 원삼(圓衫)에 띠는 넓은 띠. 예전에, 무늬 없는 비단으로 만든 띠를 이르던 말. 제복(祭服)에 매는 데 사용하였다.
- 대대[大帶] 왕과 문무 관원, 왕비의 예복에 띠던 큰 띠로, 허리 부분과 아래로 늘어뜨리는 부분, 매는 끈으로 구성되어 있다.
- 아관대대[峨冠大帶] 높은 관과 넓은 띠. 옛날 고관들은 이러한 관과 복장을 하였으므로 고관대작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 아관박대[峨冠博帶] 높은 관과 넓은 의대(衣帶). 유생(儒生)이나 사대부(士大夫)의 복장이다. 삼국연의(三國演義) 제37회에 “문밖에 한 선생은 높다란 관과 넓은 띠를 띤 옷을 입고 있고 남달리 빼어난 풍모를 갖추고 있는데, 특별히 찾아서 왔다.[門外有一先生, 峨冠博帶, 道貌非常, 特來相探.]”라고 하였다.
- 부의박대[裒衣博帶] 품이 넓은 옷과 폭이 넓은 띠라는 뜻으로, 유자(儒者)의 복장을 말하는데, 포의박대(襃衣博帶)라고도 한다.
- 비천[卑賤] 지체가 낮고 천(賤)함. 신분이나 지위가 낮고 천함. 신분이 낮거나 보잘 것 없이 천박함. 비(卑)는 위치가 낮다는 뜻이고 천(賤)은 하찮다는 뜻으로 모두 가치가 낮다는 뜻이다.
- 포의[布衣] 베옷. 가난한 선비. 관직이 없는 선비. 서민(庶民). 서인(庶人). 평민(平民). 베옷은 벼슬하지 않은 사람이 입는 옷이니, 전하여 벼슬하지 않은 사람을 이른다. 옛날 서인은 모(耄:8, 90세)에 이르기 전에는 비단옷을 입지 못한 데서 온 말이다. 무위무관(無位無官). 백의(白衣). 백포(白布). 포의한사(布衣寒士). 포의지우(布衣之友). 참고로, 사기(史記) 고조본기(高祖本紀)에, 한(漢)나라 고조(高祖)가 천하를 통일한 뒤에 “내가 포의의 신분으로 삼척의 검을 쥐고서 천하를 차지했으니, 이것이 천명이 아니겠는가.[吾以布衣提三尺劍, 取天下, 此非天命乎?]”라고 한 데서 보이고, 사기(史記) 권55 유후세가(留侯世家)에, 한 고조(漢高祖)의 모신(謀臣) 장량(張良)이 한 고조를 도와 천하를 통일하고 유후(留侯)에 봉해지고 나서는 스스로 말하기를 “내가 지금 세 치의 혀로써 제왕의 스승이 되어 만호에 봉해지고 열후가 되었으니, 이는 포의에게 극도의 영광으로서 나에게는 더없이 만족한 것이다. 이제는 인간의 일을 다 버리고 선인 적송자를 따라서 노닐고 싶을 뿐이다.[今以三寸舌 爲帝子師 封萬戶 位列侯 此布衣之極 於良足矣 願棄人間事 欲從赤松子游耳]”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초리[草履] 볏짚으로 삼아 만든 신의 하나. 짚신.
- 포의초리[布衣草履] 베옷과 짚신. 벼슬 없이 가난하게 사는 것을 뜻한다.
- 포의지교[布衣之交] 옛날에 서민(庶民)은 비단옷을 입을 수 없었으므로, 포의(布衣)는 벼슬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니, 벼슬이 없거나 가난할 때의 사귐, 또는 이욕(利慾)을 떠난 사귐을 포의지교(布衣之交)라 한다.
- 연즉[然則] 그런즉. 그러면. 앞 내용을 받아들이면서 그것을 전제로 새로운 논지를 펼 때 쓰여 앞뒤 문장을 이어 주는 말.
- 호위[胡爲] 하위(何爲). 무슨 이유로. 왜. 어찌. 어째서. 무엇 때문에. 함부로 행동하다. 분별없는 짓을 하다. 멋대로 굴다. 어째서 ~일까. 어찌 ~일 것인가. 시경(詩經) 패풍(邶風) 식미(式微)에 “군주 때문이 아니라면 어이하여 이슬 가운데 있으리오.[微君之故 胡爲乎中露], 군주의 몸 때문이 아니라면 어이하여 진흙 속에 있으리오.[微君之躬 胡爲乎泥中]”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정주별후마상기자유(鄭州別後馬上寄子由)에 “술도 안 마셨는데 어째서 어지러운가 했더니, 내 마음이 돌아가는 너를 따라가는 모양이다.[不飮胡爲醉兀兀 此心已逐歸鞍發]”라고 하였다.
【譯文】 人情冷暖, 世態炎涼 : 人情冷暖, 原非奉我.
我尊貴他人就奉承我, 是在奉承我的官位官服 ; 我卑賤人們就侮慢我, 是在侮慢我的布衣草鞋. 那麼原來不是奉承我, 我爲什麼爲此欣喜呢? 原來不是侮慢我, 我爲什麼爲此憤怒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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