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를 위해 항상 밥을 남겨 두고
불나방이 가여워 등불을 켜지 않는다는
옛사람의 이러한 마음은
우리를 면면히 살아나가게 하는 한 점의 기틀이다.
이런 마음이 없다면, 한낱
이른바 흙이나 나무로 만든 형체와 같을 뿐이다.
爲鼠常留飯, 憐蛾不點燈.
위서상류반, 연아불점등.
古人此等念頭, 是吾人一點生生之機.
고인차등염두, 시오인일점생생지기.
無此, 便所謂土木形骸而已.
무차, 변소위토목형해이이.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爲鼠常留飯, 憐蛾不點燈.』 동파(東坡) 소식(蘇軾)의 시 차운정혜흠장로견기(次韻定慧欽長老見寄) 8수(首) 첫 수에 아래와 같이 보인다.
左角看破楚[좌각간파초] 왼쪽 뿔 위에서 초나라 깨뜨림을 보고
南柯聞長滕[남가문장등] 남쪽 가지에선 등나라가 어른이라 듣네
鉤簾歸乳燕[구렴귀유연] 발을 걷어 올려 새끼 제비 돌려보내고
穴紙出癡蠅[혈지출치승] 창호지 구멍 뚫어 미련한 파리 내보내네
為鼠常留飯[위서상류반] 쥐를 위하여 항상 밥을 남겨두고
憐蛾不點燈[연아불점등] 나방을 불쌍히 여겨 등불을 켜지 않네
崎嶇真可笑[기구진가소] 기구한 신세가 참으로 가소로우니
我是小乘僧[아시소승승] 내가 바로 소승 불교의 중이 아니겠는가
이 시는 와각지쟁(蝸角之爭), 남가일몽(南柯一夢), 등설쟁장(滕薛爭長) 등 여러 고사를 내포하고 있다.
- 점등[點燈] 등(燈)에 불을 켬.
- 생생[生生] 계속하여 낳고 낳음. 만물을 생육하는 일. 만물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모양. 만물이 생기어 퍼지게 하는 것. 끊이지 않고 살아 나감. 끊임없이 생성하는 만물. 힘차게 활동하는 것. 참고로, 주역(周易)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낳고 낳음을 역이라 한다.[生生之謂易]”라고 하였고, 태극도설(太極圖說)에 “이기(二氣: 음양)가 교감(交感)하여 만물을 화생(化生)하니 만물이 생생함에 변화가 무궁하다.[二氣交感 化生萬物 萬物生生 而變化無窮]”라고 하였고, 서경(書經) 반경(盤庚)에 “너희 만민이 생업에 종사하여 즐겁게 살아가지 못하니[汝萬民, 乃不生生.]”라고 하였는데, 채전(蔡傳)에서는 낙생흥사(樂生興事)로 보아 “삶을 즐기며 열심히 일을 하면 생활이 윤택해질 것이니, 이것을 생생(生生)이라 이른다.[樂生興事 則其生也厚 是謂生生]”라고 풀이하였다.
- 생생지기[生生之機] 세상의 모든 것을 살게 하는 기틀이나 원리. 만물이 끊임없이 나고 자라는 자연의 작용.
- 기틀 : 어떤 일의 가장 중요한 계기나 조건. 어떤 일을 해 나가는 데 있어서의 가장 중요한 밑받침.
- 면면[綿綿] 면면(緜緜). 죽 연이어 끊이지 않는 모양. 끊임없이 이어짐.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모양. 오래 계속되어짐. 미세하다. 미약하다. 안정된 모양.
- 면면약존[綿綿若存] 이어나가 끊어지지 않음. 노자(老子) 제6장에 “면면히 이어져 그것을 아무리 써도 수고롭지 않다.[綿綿若存, 用之不勤.]”라고 하였는데, 동파(東坡) 소식(蘇軾)이 양생법(養生法)을 논하여 “비단백을 바라보며 들고 나는 숨의 수를 헤아리면서 면면약존하게 하면 하루 종일 해도 피곤하지 않게 될 것이다.[視鼻端白 數出入息 綿綿若存 用之不勤]”라고 하였다. 동파는 해석하기를 “면면(綿綿)은 미세하면서도 끊어지지 않음이요, 약존(若存)은 있긴 하지만 볼 수 없음을 말한다.”라고 하였다.
- 형해[形骸] 사람의 몸과 몸을 이룬 뼈. 중심이 되는 부분. 사람의 몸뚱이. 사람의 형체(形體). 생명이 없는 육체. 어떤 구조물의 뼈대를 이루는 부분. 내용이 없는 뼈대라는 뜻으로, 형식뿐이고 가치나 의의가 없는 것을 이르는 말. 장자(莊子) 천지(天地)에 “그대가 그대의 마음을 잊고 몸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만 도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오.[汝方將忘汝神氣, 墮汝形骸, 而庶幾乎.]”라고 하였고, 진서(晉書) 권49 혜강열전(嵇康列傳)에 혜강(嵇康)에 대한 평가 가운데 “풍채가 있었으나 육체를 토목처럼 여겨, 스스로 잘 보이게 꾸미지 않았다.[有風儀而土木形骸, 不自藻飾.]”라고 하였고, 동진(東晉) 왕희지(王羲之)의 난정서(蘭亭序)에 “사람이 서로 더불며 세상을 살아감에 혹은 자신의 회포에서 취하여 한 방 안에서 서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혹은 마음에 의탁한 바를 따라 형체의 밖에 방랑하기도 한다.[夫人之相與俯仰一世, 或取諸懷抱, 悟言一室之內, 或因寄所託, 放浪形骸之外.]”라고 하였다.
- 토목형해[土木形骸] 흙이나 나무 같은 무감각한 형체. 형체를 흙이나 나무처럼 자연스럽게 두고 전혀 꾸미지 않음. 흙과 나무로 된 뼈대라는 뜻으로 외형을 장식하거나 덧붙이지 아니한 상태를 이르는 말. 흙이나 나무처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다는 뜻으로 겉치레에 개의치 않고 꾸미지 않음의 비유. 참고로, 진서(晉書) 권49 혜강열전(嵇康列傳)에 혜강(嵇康)에 대한 평가 가운데 “풍채가 있었으나 육체를 토목처럼 여겨 스스로 잘 보이게 꾸미지 않았다.[有風儀而土木形骸 不自藻飾]”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구각[軀殼] 몸의 껍질이라는 뜻으로, 육신을 가리킨다. 온몸의 형체 또는 몸뚱이의 윤곽을 정신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불가에서는 육신을 보기를 한갓 껍질로 여기기 때문에 구각(軀殼)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 이이[而已] ~만. ~뿐. ~일 뿐이다. ~일 따름이다. ~에 불과하다. 이미 그런데도. 잠시 뒤에. 이연이(已然而). ‘而已矣’ 혹은 ‘耳’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다.
【譯文】 慈悲之心, 生生之機.
“爲了老鼠經常留些剩飯, 可憐飛蛾不要點著燈火”, 古代人的這種慈悲心腸, 是我們人類一點顧念萬物生生繁衍不息的契機, 沒有這點意念, 就是所爲泥土樹木一樣沒有靈魂的軀殼罷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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