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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있을 때와 일이 없을 때 [寂寂惺惺적적성성] <채근담>


일이 없을 때는 마음이 어두워지기 쉬우니

고요한 가운데 밝은 지혜로 비추어야 한다.

일이 있을 때는 마음이 흐트러지기 쉬우니

깨어 있되 고요함으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


無事時,  心易昏冥,  宜寂寂而照以惺惺.
무사시,  심이혼명,  의적적이조이성성.
有事時,  心易奔逸,  宜惺惺而主以寂寂.
유사시,  심이분일,  의성성이주이적적.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혼명[昏冥]  어두움. 캄캄함. 어두워 미혹한 상태. 혼암(昏暗). 취향(醉鄕)을 이른다.
  • 취향[醉鄕]  술에 얼큰히 취해 느끼는 즐거운 경지. 술이 거나하여 즐기는 별천지(別天地).
  • 적적[寂寂]  적적하다. 고요하다. 괴괴하다. 쓸쓸하다. 외롭다.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힘. 괴괴하고 조용함. 외롭고 쓸쓸함. 조용해서 아무 소리도 없음. 쓸쓸하여 아주 잠잠하고 고요한 상태. 참고로, 좌사(左思)의 시 영사(詠史)에 “남쪽 이웃에는 종과 경쇠 두들기고, 북쪽 마을에는 생황과 피리 불어 대건만, 적적한 양자의 집에는, 문에 높은 벼슬아치의 가마가 없어라.[南隣擊鐘磬 北里吹笙竽 寂寂揚子宅 門無卿相輿]”라고 한 데서 보인다. 한(漢)나라 양웅(揚雄)이 집은 가난하고 술을 좋아하는데 아무도 그 집에 찾아오는 이가 없었다 한다. <文選 卷21>
  • 성성[惺惺]  깨어 있는 지혜. 똑똑히 알아 대처하는 능력. 스스로 마음을 항상 경계하여 개오(開悟)하는 모양. 스스로 경계하여 깨닫는 모양. 똑똑히 알아 대처하는 능력. 슬기롭고 영리하게 대처함. 정신이 맑다. 분명하다. 또렷하다. 총명하다. 머리가 맑다. 마음이 혼매(昏昧)하지 않고 밝게 깨어 있음을 이르는 것으로, 유가의 수양법인 경(敬)을 말한다. 또 선불교(禪佛敎)에서 참선을 통해 마음이 최고조로 각성되어 있는 상태, 정신을 깨끗하게 하여 항상 맑은 상태로 깨어 있는 것을 말한다. 원래 “성성하면서도 적적하고 적적하면서도 성성해야 한다.[惺惺寂寂 寂寂惺惺]”라는 불교 선종(禪宗)의 용어에서 나온 것인데, 송유(宋儒) 사양좌(謝良佐)가 심경부주(心經附註) 경이직내장(敬以直內章)에 이를 차용해 경(敬)을 해석하면서 “경은 항상 깨어 있게 하는 방법이다.[敬是常惺惺法]”라고 하였는데, 이에 대해 주자(朱子)가 이르기를 “서암의 중은 매일 항상 스스로 ‘주인옹은 성성한가?’라고 묻고는, ‘성성하다.’라고 스스로 대답하곤 했다.[瑞巖僧, 每日間, 常自問主人翁惺惺否, 自答曰惺惺.]”라고 하였다. 사양좌가 위와 같이 말한 뒤로부터 유가(儒家)에서 경(敬)을 해석하는 하나의 유력한 용어가 되었다. 상채선생어록(上蔡先生語錄) 권중(卷中)에 이 말이 나오는데, 심경부주(心經附註) 권1 경이직내장(敬以直內章)에서도 이를 인용하여 소개하고 있다. 참고로, 육유(陸游)의 시 불매(不寐)에 “피곤해서 종일토록 눈꺼풀이 무겁더니, 새벽이 다 되도록 도리어 정신 말짱하네.[困睫日中常欲閉, 夜闌枕上却惺惺.]”라고 하였다.
  • 적적성성[寂寂惺惺]  원래는 선불교(禪佛敎)에서 참선을 통해 마음이 최고조로 각성되어 있는 상태를 이른다. 적적성성(寂寂惺惺)이라 하여 마음이 고요한 가운데 또렷이 깨어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인데, 송유(宋儒) 사양좌(謝良佐)가 이를 차용해 경(敬)을 해석하면서 ‘경은 항상 깨어 있게 하는 방법이요, 심재는 일마다 놓아 버리는 것이니, 그 도리가 같지 않다.[敬是常惺惺法 心齋是事事放下 其理不同]’이라고 하였다. 이는 “성성하면서도 적적하고 적적하면서도 성성해야 한다.[惺惺寂寂 寂寂惺惺]”라는 선종의 용어를 차용한 것이다.
  • 분일[奔逸]  빠르게 뛰어서 도망 침. 아주 빨리 달림. 제멋대로 행동함. 제 마음대로 행동함. 갈피를 못 잡고 흩어지는 것. 바삐 내닫고 쉽게 놓치다. 참고로, 장자(莊子) 전자방(田子方)에 안회(顔回)가 “부자께서 걸으면 저도 걷고 부자께서 빠르게 걸으면 저도 빠르게 걸으며 부자께서 뛰면 저도 뛰어서 따라갑니다. 그런데 부자께서 먼지도 나지 않을 정도로 빨리 달리면 저는 그저 멍하니 뒤에 처져서 눈만 휘둥그레 뜨고 바라볼 뿐입니다.[夫子奔逸絶塵, 而回瞠若乎後矣.]”라고 하여 공자(孔子)에 미칠 수 없음을 말한 데서 보인다.

【譯文】 無事昏冥,  有事奔逸.
無所事事時心情容易昏然無知,  應當靜靜地聰明機警地加以察覺明白  ;  有事忙碌時心情容易奔放縱逸,  應當聰明機警地靜靜地加以主導控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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