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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간하게 아는 사람과는 함께하기 어렵다 <채근담>


지극한 사람은

생각하고 근심할 것이 없고

어리석은 사람은

모른다는 것도 알지 못하니

더불어 학문을 논할 수 있고

더불어 공업을 이룰 수도 있다.

다만, 재능이 어중간한 사람은

나름대로 사려와 지식이 많고

억측과 의심 또한 많아

모든 일에서 함께 하기가 어렵다.


至人何思何慮,  愚人不識不知,  可與論學亦可與建功.
지인하사하려,  우인불식부지,  가여논학역가여건공.
唯中才的人,  多一番思慮知識,  便多一番億度猜疑,  事事難與下手.
유중재적인,  다일번사려지식,  변다일번억탁시의,  사사난여하수.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지인[至人]  도의 극치에 이른 사람. 도덕(道德)이 극치(極致)에 이른 사람. 덕이 지극히 높은 사람. 진인(眞人). 지인(至人)은 도가(道家)에서는 세속을 초월한 무아(無我)의 경지에 오른 사람을 의미하며, 순자(荀子)에서는 사상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한 사람을 가리킨다.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지인은 신묘하고 측량할 수 없다. 큰 연못을 태워버릴 뜨거운 불도 그를 뜨겁게 할 수 없고, 황하와 한수를 얼어붙게 할 추위도 그를 춥게 할 수 없으며, 산을 깨트리는 빠른 우레나 바다를 흔들어놓는 거센 바람도 그를 놀라게 할 수 없다.[至人神矣! 大澤焚而不能熱, 河漢沍而不能寒, 疾雷破山, 風振海而不能驚.]”라는 말이 나오고, 순자(荀子) 천론(天論)에 “그러므로 자연계의 법칙과 사람이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해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은 지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故明於天人之分, 則可謂至人矣]”라고 하였다. 참고로 후한서(後漢書) 권79 중장통 열전(仲長統列傳)에 “지인은 마음대로 변하고 달사는 세속에서 벗어난다.[至人能變, 達士拔俗.]”라고 하였다.
  • 지인[至人]  지인(至人)은 보통 도덕(道德)과 수양(修養)이 극치(極致)에 이른 사람을 이르는데, 도가(道家)에서는 영극(靈極)에 도달하여 진여(眞如)를 잃지 않는 사람. 즉, 덕(德)이 지극한 경지에 이르고, 이치를 온전히 깨달아 세속에 구애되지 않고 무심(無心)에 노니는 경지로 성인(聖人)보다 더 높다고 한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지인은 자기를 내세우지 아니하고, 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공을 내세우지 아니하며, 성인은 이름을 얻고자 하는 생각이 없다.[至人無己 神人無功 聖人無名]”라고 하여 지인, 신인, 성인을 구분한 말에서 유래하였다. 황제내경(黃帝內經) 상고천진론편 제1(上古天眞論篇第一)에 “황제가 말하기를……중고 시대에는 지인이 있었는데, 그는 도덕을 잘 지켰고 음양에 조화를 이루었고, 사철의 기후에 맞게 생활하였고, 세상풍속을 떠나서 정을 간직하고 신을 온전히 하여 천지 사이를 오갈 수 있었으며 먼 곳까지 보고 들었다. 이에 그는 오래 살게 되고 건강해서 역시 진인과 같이 되었다.[黃帝曰……中古之時有至人者 淳德全道 和於陰陽 調於四時 去世離俗 積精全神 游行天地之間 視聽八達之外 此蓋益其壽命而强者也 亦歸於眞人]”라고 하였다.
  • 하사하려[何思何慮]  주역(周易)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천하가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근심하겠는가. 천하가 돌아감은 같으나 길은 다르며, 이치는 하나이나 생각은 백 가지이니, 천하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근심하겠는가.[天下何思何慮? 天下同歸而殊塗, 一致而百慮, 天下何思何慮?]”라고 하였다. 또, 장자(莊子) 지북유(知北游)에 “어떻게 사색하고 무엇을 고려해야 도를 알 수 있으며, 어떻게 처신하고 일해야 도에 편안할 수 있으며, 무엇을 따르고 무엇을 말미암아야 도를 터득할 수 있는가?[何思何慮則知道, 何處何服則安道, 何從何道則得道?]”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사려[思慮]  여러 가지 일에 관한 깊은 생각과 근심. 마음속으로 분별(分別)함. 또는 그 분별(分別). 어떤 사물이나 일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주의깊게 생각함. 근심하고 염려하는 따위의 여러 가지 생각. 사색(思索)과 고려(考慮). 숙고하다. 깊이 생각하다.
  • 불식부지[不識不知]  아는 것이 없음. 깨닫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함. 아무것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음. 식견이 없고 무지하다. 시경(詩經) 대아(大雅) 황의(皇矣)에 “상제께서 문왕에게 이르시기를, 나는 밝은 덕의 소리와 색을 대단하게 여기지 않으며, 회초리와 채찍을 훌륭하게 여기지 아니하고, 아는 체 지혜로운 체도 하지 아니하며, 상제의 법칙을 따르는 자를 사랑한다.[帝謂文王 予懷明德 不大聲以色 不長夏以革 不識不知 順帝之則]”라고 한데서 보인다.
  • 지식[知識]  교육이나 경험, 또는 연구를 통해 얻은 체계화된 인식의 총체. 어떤 대상을 연구하거나 배우거나 또는 실천을 통해 얻은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 알고 있는 내용이나 사물. 인식에 의하여 얻어진 성과.
  • 억탁[臆度]  근거가 없이 제멋대로 추측함. 근거 없이 억측으로 헤아림. 이치나 조건에 맞지 아니하게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 억탁하다. 억측하다. 근거 없이 짐작하다. 참고로, 심덕부(沈德符)의 야획편(野獲編)에 “남몰래 이간질을 하거나 근거 없이 억측을 해댄다면 깊은 믿음이 생길 수 없다.[窃謂兩說, 或出臆度, 未足深信.]”라고 하였다.
  • 시의[猜疑]  시기(猜忌)와 의심(疑心). 남을 시기하고 의심함. 의심하다. 의구심을 갖다.
  • 사사[事事]  모든 일. 일마다. 이 일 저 일. 만사. 일을 열심히 행함. 어떤 일에 종사하다. 일을 하다.
  • 하수[下手]  일에 손대기 시작함. 일을 시작함. 일에 착수(着手)함. 수준이 낮은 재주나 솜씨. 낮은 솜씨나 수(手). 또는 그런 솜씨나 수를 가진 사람. 손을 움직이어 사람을 죽임.

【譯文】 下愚可教,  中才難與.
智慧至高的人對事物何須思索與考慮,  天賦愚昧的人不認識遠古不知曉現今,  這兩種人可以和他們討論學問也可以和他們共建功業.  唯獨中等才能的人,  多了一些思索考慮了解辨識, 就多了一些主觀推斷猜測疑惑,  什麼事都難以和他們合作著手完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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