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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피었다 지는 것은 덤덤하니 오래감만 못하다[濃夭淡久 大器晚成] <채근담>


복사꽃 오얏꽃이 곱다하지만

푸르른 송백의 굳고 곧음만 못하고

배와 살구가 다디달다지만

노란 유자 푸른 귤의 맑은 향만 못하다.

참으로 그러하니

화려했다 빨리 스러지는 것은

담담하니 오래가는 것만 못하고

일찍이 빼어남은 느지막이 이루니만 못하다.


桃李雖艶,  何如松蒼栢翠之堅貞.
도리수염,  하여송창백취지견정.
梨杏雖甘,  何如橙黃橘綠之馨冽.
이행수감,  하여등황귤녹지형렬.
信乎,  濃夭不及淡久.  早秀不如晩成也.
신호,  농요불급담구.  조수불여만성야.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견정[堅貞]  굳고 곧은 것. 굳다. 꿋꿋하고 바르다. 절개가 굳다.
  • 등귤[橙橘]  운향과 감귤나무아과에 속한 나무 또는 그 열매를 통틀어 이르는 말. 열매는 단맛과 신맛이 있고 독특한 향취가 있어 속살을 먹거나 주스, 향료 따위에 널리 쓴다. 귤, 레몬, 유자, 탱자 따위가 있다. 술이기(述異記)에 의하면 “월 지방 사람들은 귤유원이 많아서 해마다 귤세를 내므로, 이들을 등귤호라 한다.[越人多橘柚園 歲出橘稅 謂橙橘戶]”라고 하였고, 명(明)나라 왕세정(王世貞)의 시 소하만(銷夏灣)의 제목 주석에 “만은 표묘봉 아래에 있는데, 두 산이 끼고서 작은 호수를 이루었다.[灣在縹緲峯下, 兩崦夾成小湖.]”라고 하였다. 이곳의 숲에 대해 “소나무와 삼나무 푸르니 집을 숨길만하고, 유자와 귤 노랗게 달려 길이 어둡지 않네.[松杉翠合家堪隠, 橙橘黄縈路不迷.]”라고 하였다.
  • 등황귤록[橙黃橘綠]  등자가 노랗고 귤이 초록임. 초겨울. 소식(苏轼)의 증유경문(贈劉景文)에 “연잎은 다 떨어져 하늘 향해 벌어지지 않지만, 시든 국화엔 오상고절 가지가 남았소. 기억하시오, 일년의 좋은 경치 중, 등자 누렇고 귤 초록인 초겨울이 최고라는 걸.[荷盡已無擎雨蓋 菊殘猶有傲霜枝 一年好景君須記 最是橙黃橘綠時]”라고 하였다.
  • 형렬[馨冽]  맑은 향기. 향기가 몹시 강렬함.
  • 만성[晩成]  대기만성(大器晩成). 큰 솥이나 큰 종(鐘), 큰 항아리 등을 주조(鑄造)하거나 만들 때 오랜 기간이 걸려 만들어지듯이, 큰 인물은 보통 사람보다 늦게 대성(大成)한다는 말이다. 만년(晩年)이 되어 성공하는 일. 과거에 낙방한 선비를 위로하는 말로도 쓰인다. 참고로, 노자(老子) 제41장에 “큰 네모는 모서리가 없고,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지고, 큰 소리는 소리가 드물고, 큰 형상은 형체가 없다.[大方無隅 大器晩成 大音希聲 大象無形]”라고 하였다.

【譯文】 濃夭淡久,  大器晚成.
桃花李花雖然鮮豔,  怎能像蒼松翠柏那樣節操堅定?  梨子杏子雖然甘甜,  怎能像黃橙綠橘那樣馨香淸冽?  確實如此,  濃豔夭折不如淸淡持久,  早年秀茂不如大器晚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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