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꼬리 우짖고 꽃들 만발하여
산과 골짜기가 아름다워도
그것은 모두 천지의 환상일 뿐이다.
물이 마르고 나뭇잎 떨어져
바위며 벼랑이 앙상하게 드러나면
비로소 천지의 참모습을 보게 된다.
鶯花茂而山濃谷艶, 總是乾坤之幻境.
앵화무이산농곡염, 총시건곤지환경.
水木落而石瘦崖枯, 纔見天地之眞吾.
수목낙이석수애고, 재견천지지진오.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후집後集>
- 앵화[鶯花] 앵화(鸎花). 봄날의 정경. 꾀꼬리 울고 꽃 피는 것을 이르는 말로, 봄철을 대표하는 구경거리로 일반적으로 쓰이는 말. 일반적으로 봄철의 경색(景色)을 가리키는데, 기녀(妓女)에 비유하기도 한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배이재주왕낭주소수주이과주사사군등혜의사(陪李梓州王閬州蘇遂州李果州四使君登惠義寺)에 “앵화는 세계를 따르고, 누각은 산정에 의지하였네.[鶯花隨世界, 樓閣倚山巔.]”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증장조이로(贈張刁二老)에 “장춘오 안에는 꾀꼬리와 꽃들이 떠들썩하고, 인수교 가에는 해와 달이 길기만 하네.[藏春塢裏鶯花鬧, 仁壽橋邊日月長.]”라고 하였다. 또, 송(宋)나라 재상 한기(韓琦)가 무정(武定)을 진무(鎭撫)할 적에 흉년이 들어 늦봄이 되도록 봄놀이 한 번 안 하므로 진천(陳薦)이 막부에서 시를 지어 그를 초청하니 “백성들 도랑 골짝 전전하여 한창 구원하느라, 별관에 꾀꼬리 울고 꽃 피어도 봄을 그냥 보낸다오.[細民溝壑方援手 別館鶯花任送春]”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건곤[乾坤] 하늘과 땅. 남녀. 천지. 하늘과 땅을 상징적으로 일컫는 말. 온 세상. 주역(周易)의 두 가지 괘명(掛名). 건괘(乾卦)와 곤괘(坤卦). 양(陽)과 음(陰). 서북(西北)과 서남(西南). 천하를 가리킨다. 해를 가리킨다. 임금을 가리킨다.
- 환경[幻境] 환상적인 경지. 몽환(夢幻)의 경지. 꿈 세계.
- 진오[眞吾] 참된 자기. 자기(自己)의 진상. 참다운 나.
【譯文】 春色為人間之粧飾, 秋氣見天地之眞吾.
鶯啼花開草木茂盛而山峰濃鬱峽穀豔麗, 全都是大自然的虛幻境界 ; 泉水幹枯樹木凋零而山崖光禿岩石突現, 才顯見天地間的眞實自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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