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취를 얻는 것은 많은 데에 있지 않으니
동이만 한 연못과 주먹만 한 돌멩이에도
안개와 노을이 두루 깃든다.
마음에 드는 경치는 먼 데 있지 않으니
쑥대로 얽은 창과 대나무로 엮은 집에서도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거저 누릴 수 있다.
得趣不在多, 盆池拳石間, 煙霞具足.
득취부재다, 분지권석간, 연하구족.
會景不在遠, 蓬窗竹屋下, 風月自賖.
회경부재원, 봉창죽옥하, 풍월자사.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후집後集>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소창유기小窓幽記 : 소素>
- 정취[情趣] 깊은 정서를 자아내는 흥취. 고요한 느낌이나 맛. 또는 고요 속의 흥취. 심미에 바탕을 둔 정서적 흥취. 정조(情調)와 흥취(興趣). 취향. 흥취. 성정(性情).
- 분지[盆池] 동이만한 작은 못. 동이 같은 연못. 수생식물 등을 심어 관상용으로 키우기 위해 동이 같은 것을 땅에 묻어두고 물을 채운 그릇. 분지(盆池)는 땅에 동이를 묻고 물을 부어 작은 못을 이룬 것인데, 여기에 보통 관상용 수생(水生) 화초를 심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송나라 정명도(程明道)가 분지에다 송사리 몇 마리를 기르면서 때때로 관찰하곤 하였는데, 어떤 이가 그 이유를 묻자 “만물이 자득하는 뜻을 보고 싶어서 그런다.[欲觀萬物自得意]”라고 대답했다는 고사가 있다. <宋元學案 卷14 明道學案下> 송(宋)나라 정이(程頤)가 지은 양어기(養魚記)에, 가인(家人)이 돌을 쌓아 동이만 한 작은 못을 하나 만들어 물고기 새끼를 사다 길러 고양이 먹이로 썼는데, 그것이 불쌍해서 살려 주고 그것을 관찰하면서 느낀 바를 기록한다는 내용이 있다.
- 권석[拳石] 크기가 주먹만 한 돌. 참고로, 당나라 백거이(白居易)의 시 곡최상시회숙(哭崔常侍晦叔)에 “단단하고 천한 한 덩이 돌이요, 정하고 진귀한 백 번 단련한 금이라오.[頑賤一拳石, 精珍百鍊金.]”라고 하였다. 돌을 깨뜨려서 한쪽은 손으로 잡아 쥘 수 있고, 다른 한쪽은 물건을 자르거나 땅을 파도록 만든 주먹만 한 구석기 시대의 도끼.
- 연하[煙霞] 연하(烟霞). 연기와 안개. 안개와 노을을 아울러 이르는 말. 안개가 낀 듯한 고요한 산수의 경치. 안개와 노을이라는 본뜻에서 전하여 산수(山水), 산림(山林)을 의미하는데, 속세를 벗어난 산수 깊은 곳을 말한다. 당(唐)나라 전유암(田遊巖)이 벼슬을 그만둔 뒤에 온 가족을 데리고 태백산(太白山)에 들어가 20여 년 동안 은거하다가 뒤에 기산(箕山)으로 들어가자, 고종(高宗)이 그를 불러 산속 생활이 어떤지를 물어보니 그가 대답하기를 “신은 물과 바위의 병이 이미 고황에 들고 안개와 노을의 고질병이 들었는데, 성상의 시대를 만나 다행히 소요하고 있습니다.[臣泉石膏肓, 煙霞痼疾, 旣逢聖代, 幸得逍遙.]”라고 한 고사가 있다. <新唐書 卷196 隱逸列傳 田遊巖> 천석고황(泉石膏肓). 연하고질(煙霞痼疾).
- 구족[具足] 충분(充分)히 갖추어 있음. 빠짐없이 두루 갖춤. 잘 갖추고 있음. 필요한 것을 모두 갖추고 있음. 부족함이나 흠이 없음. 온전함.
- 구족[具足] 원래는 구비(具備)의 뜻과 같은데, 불교에서는 승려가 계율(戒律)을 받는 것을 이르는바, 즉 계율 조항을 원만 충족(圓滿充足)하게 수행한다는 의미에서 구족계(具足戒)라 일컫는다.
- 회경[會景] 마음에 드는 경치. 좋은 경치. 모든 것이 다 갖추어진 아름다운 경치.
- 봉창[蓬窗] 봉창(蓬窓). 쑥대로 얽은 창. 쑥대를 엮어서 만든 창으로 매우 가난한 집을 뜻한다. 공자(孔子)의 제자인 원헌(原憲)이 매우 가난하여 오두막에서 쑥대를 엮어서 방문을 만들고 깨진 독으로 구멍을 내서 바라지창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위로는 비가 새고 아래는 습기가 찬 방에서 바르게 앉아 금슬(琴瑟)을 연주했다고 한다. <莊子 讓王>
- 봉창[蓬窓] 거적을 씌운 배의 창문. 배에 덮개를 씌워 비바람을 가린 뒤, 밖을 볼 수 있게 내놓은 창문이다.
- 죽옥[竹屋] 대나무로 만든 허술한 집. 대로 엮은 집.
【譯文】 樂貴自然眞趣, 景物不在多遠 : 盆池竹屋, 意境高遠.
獲得樂趣不在多少, 盆盞池水拳握石頭之間, 煙霧雲霞俱全十足 ; 領會景色不在遠近, 蓬草窗戶竹子房屋之下, 淸風明月悠然自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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