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잘대는 새소리며 벌레소리는
모두가 마음을 전하는 비결이요
아름다운 꽃이며 풀빛은
모두가 도를 드러내는 문장이다.
학문을 하는 사람은
타고난 본성을 맑게 하고
가슴에 품은 뜻을 영롱하게 하여
접촉하는 것마다 깨달음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
鳥語蟲聲, 總是傳心之訣. 花英草色, 無非見道之文.
조어충성, 총시전심지결. 화영초색, 무비현도지문.
學者要天機淸澈, 胸次玲瓏, 觸物皆有會心處.
학자요천기청철, 흉차영롱, 촉물개유회심처.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후집後集>
- 조어[鳥語] 새의 지저귀는 소리. 알아듣기 힘든 말소리. 참고로, 당대(唐代)의 시승(詩僧) 한산(寒山)의 시에 “솔바람 소리는 맑게 솔솔 불어오고, 새 우는 소리는 재잘재잘 들려오네.[松風淸颯颯, 鳥語聲.]”라고 하였다.
- 충성[蟲聲] 벌레소리. 벌레 우는 소리. 참고로, 구양수(歐陽修)의 추성부(秋聲賦)에 “동자(童子)는 대답하지 않고 머리를 숙인 채 졸고 있었으니, 단지 사방 벽에 풀벌레가 시끄럽게 울어대는 소리만 들리면서 마치 나의 탄식 소리를 돕는 듯하였다.[ 童子莫對, 垂頭而睡. 但聞四壁蟲聲喞喞, 如助余之嘆息.]”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전심[傳心] 언어나 문자 등에 의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여 자연히 뜻을 깨쳐 아는 일. 말이나 글자 따위에 의(依)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傳)하여 자연(自然)히 뜻을 깨쳐 아는 일.
- 비결[秘訣]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묘한 방법. 세상에 알려져 있지 않은 비밀스러운 방법. 남이 알지 못하는 자기만의 독특하고 효과적인 방법. 앞날의 길흉화복을 얼른 보아 그 내용을 알 수 없도록 적어 놓은 글. 또는 그런 책.
- 천기[天機] 하늘이 부여한 재능. 사물의 천연(天然)의 모습. 만물을 주관하는 하늘이나 대자연의 비밀 또는 신비. 모든 조화(調和)를 꾸미는 하늘의 기밀(機密). 중대한 기밀. 천리(天理)가 발용(發用)하는 것. 천부의 영기(靈機), 즉 영성(靈性). 타고난 근기(根器). 하늘의 비밀이란 뜻으로, 조화(造化)의 은밀한 기틀. 참고로,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기호와 욕망이 깊은 사람은 천기(天機)가 얕다.[其耆欲深者 其天機淺]”라고 하였다.
- 천기[天機] 만물 속에 내재(內在)한 하늘의 기틀, 즉 자연의 이법(理法). 내면의 천진(天眞)함. 천부적으로 타고난 기지(機智)나 성품. 춘추 시대 진 목공(秦穆公)이 일찍이 말[馬]의 상(相)을 잘 보았던 구방고(九方皐)로 하여금 천리마(千里馬)를 구해 오게 했는데, 3개월이 지난 뒤에야 구방고가 와서 천리마를 얻었다고 하므로, 목공이 어떤 말이냐고 물으니, 구방고가 누런 암말[牝而黃]이라고 대답하므로, 다른 사람을 시켜 가서 보게 한 결과 검은 숫말[牡而驪]이었다. 그러자 목공이 앞서 구방고를 천거한 그의 친구 백락(伯樂)을 불러 책망하기를 “실패했도다. 그대의 천거로 말을 구해 오게 했던 사람은 말의 색깔도 암수도 알지 못하는데, 무슨 말을 알 수 있단 말인가.”라고 하니, 백락이 말하기를 “구방고가 본 것은 곧 천기(天機)이므로, 그 정(精)한 것만 얻고 추(麤)한 것은 잊어버리며, 내면의 것만 중시하고 외면의 것은 잊어버린 것입니다.”라고 했는데, 말을 데려와서 보니, 과연 천하의 양마(良馬)였더라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列子 說符>
- 청철[淸澈] 맑다. 투명하다. 깨끗하다.
- 흉차[胸次]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마음속에 품은 생각. 마음속. 가슴속. 심정. 포부. 흉금. 도량. 지향. 참고로, 논어(論語) 선진(先進)에서 공자가 “나는 점과 함께하겠다.[吾與點也.]”라고 허여하였는데, 그 집주에 “그 가슴속이 유연하여 곧바로 천지 만물과 더불어 위아래로 함께 흘러 각각 제자리를 얻은 묘한 경지가 은연중에 저절로 말 밖으로 드러났다.[其胸次悠然, 直與天地萬物上下同流, 各得其所之妙, 隱然自見於言外.]”라고 하였다.
- 영롱[玲瓏] 영리하고 민첩하다. 정교하고 아름답다. 눈부시게 찬란하다. 영롱하다.
- 영롱[玲瓏] 영롱(玲瓏)은 백거이(白居易)의 시에 나오는 기녀(妓女) 상영롱(商玲瓏)을 가리키는데, 상영롱에게 준 취가(醉歌)라는 시에 “허리의 붉은 자사(刺史) 인끈 언제까지나 찰 수 없고, 거울 속의 홍안 역시 벌써 빛을 잃었도다. 영롱이여 영롱이여 이 늙음을 어찌하노, 내 노래 끝나거든 네가 또 노래를 불러 다오.[腰間紅綬繫未穩 鏡裏朱顔看已失 玲瓏玲瓏奈老何 使君歌了汝更歌]”라는 구절이 나온다. <白樂天詩後集 卷1>
- 회심[會心] 마음에 듦. 또는 그런 마음. 마음에 흐뭇하게 느낌. 마음에 흐뭇하게 들어맞음 또는 그런 상태의 마음. 마음이 합해지다. 마음으로 깨닫다. 마음으로 알아차리다. 마음을 알다. 이해하다. 깨닫다. 파악하다. 납득하다. 영오(領悟). 영회(領會).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회일심최집이봉(晦日尋崔戢李封)에 “만년에 최이와의 사귐을 정하니, 마음 알아줌이 참으로 짝이 드물도다.[晩定崔李交, 會心眞罕儔.]”라고 하였다. 최이(崔李)는 두보가 만년에 사귄 친구 최집(崔戢)과 이봉(李封)을 가리킨다. 또,세설신어(世說新語) 언어(言語)에, 진(晉)나라 간문제(簡文帝)가 화림원(華林園)에 들어가서 좌우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하기를 “마음에 맞는 곳이 반드시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곳의 그윽한 숲과 물에서 절로 호복에 있는 듯한 생각이 드니 새와 짐승, 물고기가 절로 다가와 사람을 가까이함을 느끼겠다.[會心處不必在遠. 翳然林水, 便自有濠濮間想也, 覺鳥獸禽魚自來親人.]”고 말한 고사가 전한다.
- 회심처[會心處] 마음에 꼭 들어맞는 곳. 마음에 흐뭇하게 들어맞는 곳.
【譯文】 天地萬物, 皆是實相.
鳥的語言蟲的聲音, 全都是傳達心情的秘訣 ; 花的英華草的秀色, 無非是見示道理的文飾. 讀書人要天賦靈機淸淨明澈, 心靈靈活敏捷, 接觸事物都會有心領神會的地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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