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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이 다하면 슬픔과 허무가 온다 <채근담>


손님과 벗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실컷 마시고 질탕하게 노는 것이 즐겁지만

어느덧 시간이 다하여 촛불 가물대고

향은 스러지고 차마져 식고 나면

모르는 사이 즐거움이 구토와 오열로 변하고

사람을 한없이 쓸쓸하고 아무 흥미도 없게 만든다.

세상의 일이 모두 이러하건만

사람들은 어찌하여 빨리 생각을 돌리지 않는가.


賓朋雲集,  劇飮淋漓樂矣,  俄而漏盡燭殘,  香銷茗冷,
빈붕운집,  극음임리낙의,  아이누진촉잔,  향소명냉,
不覺反成嘔咽,  令人索然無味.
불각반성구열,  영인삭연무미.
天下事率類此,  人奈何不早回頭也.
천하사솔류차,  인내하부조회두야.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후집後集>


  • 빈붕[賓朋]  손님으로 대접하는 좋은 친구.
  • 운집[雲集]  구름처럼 많이 모임. 구름처럼 모인다는 뜻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듦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극음[劇飮]  맘껏 술을 마시다. 술 따위를 지나치게 많이 마심. 극음(極飮). 통음(痛飮)하다. 호음(豪飮)하다. 참고로, 주역(周易) 미제괘(未濟卦) 상구(上九)의 단사(彖辭)에 “술을 마셔 머리를 적심은 또한 절제를 모르는 것이다.[飮酒濡首 亦不知節也]”라고 하였고, 구양수(歐陽脩)의 석비연시집서(釋秘演詩集序)에 비연(秘演)이 석만경(石曼卿)과 절친하여 “실컷 마시고 크게 취하게 되면 노래 부르고 시를 읊조리며 웃고 소리치는 것으로 제 마음에 맞는 천하의 즐거움으로 삼았으니 이 얼마나 씩씩한가.[當其極飮大醉 歌吟笑呼 以適天下之樂 何其壯也]”라 하였고, 수훤록(樹萱錄)에 “왕진(王晉)이 젊어서 숭양(嵩陽)에 있었는데, 네 늙은이가 술을 가지고 찾아왔기에 고담준론하면서 술을 실컷 마셨다. 이미 취하자 모두 원숭이로 변하여 가버렸다.[王晉少在嵩陽, 有四叟擕榼來訪. 高談劇飮, 旣醉 俱化猿而去.]”라는 고사에서 보인다.
  • 임리[淋漓]  액체가 눅진해져 뚝뚝 떨어지는 모양. 축축하게 젖거나 방울이 맺혀 떨어지는 모양. 물이나 피가 흠뻑 젖어 뚝뚝 흘러 떨어지거나 흥건한 모양. 원기가 넘치는 모양. 풍부하고 생동감 넘치는 모양.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진 모양. 뚝뚝 떨어지다. 줄줄 흐르다. 흥건하다. 액체가 아래로 떨어지다. 줄줄 흐르다. 통쾌하다. 흥을 다하다. 참고로, 한유(韓愈)의 시 취후(醉後)에 “마시다 흘린 술 옷을 적시고, 붓 들어 갈긴 글씨 괘발에 개발.[淋漓身上衣, 顚倒筆下字.]”라고 하였고, 송지문(宋之問)이 지은 용문응제(龍門應制)에 “용문을 뚫고 도성 밖으로 나가자, 씩씩한 우림 군사 행차를 호위하네.[鑿龍近出王城外, 羽從淋漓擁軒蓋.]”라고 하였고, 동파(東坡) 소식(蘇軾)의 시 강상치설효구양체(江上值雪效歐陽體)에 “동곽선생(東郭先生)은 해진 신발을 신고 찬 눈 위를 걸었고, 학창의(鶴氅衣)를 입은 왕공(王恭)은 신선의 자태를 뽐내었다. 야승(野僧)은 길을 찍으며 문을 나가는데, 찬물이 코에 가득하여 맑게 흘러내린다. 눈발은 도포와 소매에 스며들고 구두 밑창을 적시는데, 그래도 홀(笏)을 잡고서 조신(朝臣)들은 대궐로 달려간다. 배 안의 나그네는 무엇을 좋아하느냐 하면, 사냥 말 잡아 타고 바람 뚫고 나가는 것. 풀 속에서 헐떡거리는 겨울 산토끼, 송골매 내리꽂고 일천 사내 치달린다. 얼음 깨고 사슴 굽는 재미가 제일 즐거워, 내가 술을 못 마셔도 억지로 잔을 비울 밖에.[高人著屐踏冷冽 飄拂巾帽眞仙姿 野僧斫路出門去 寒液滿鼻淸淋漓 灑袍入袖濕靴底 亦有執板趨堦墀 舟中行客何所愛 願得獵騎當風披 草中咻咻有寒兔 孤隼下擊千夫馳 敲冰煮鹿最可樂 我雖不飮强倒巵]”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아이[俄而]  곧. 머지않아. 갑자기. 참고로, 당(唐)나라 장설(張說)의 배공신도비(裴公神道碑)에 “갑자기 원문에서 옥을 머금더니 묶은 끈을 풀고 납관(納款)하였다.[俄而銜璧轅門 釋縛納款]”라고 하였고, 장자(莊子) 지락(至樂)에 “얼마 뒤 골개숙(滑介叔)의 왼쪽 팔에 버드나무 가지가 나왔다.[俄而柳生其左肘]”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누진[漏盡]  다 새어 없어짐. 새어서 조금도 남지 아니하고 다 없어짐. 마음이 물건(物件)에 끌리는 번뇌(煩惱)가 다 없어짐. 물시계의 물이 다 없어짐. 5경(更) 인시(寅時). 종명누진(鐘鳴漏盡)의 준말로 통행금지를 알리는 인경(寅更)의 종이 울리고 물시계가 다했다는 뜻으로,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 시간도 다 끝나서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삼국지(三國志) 권26 위지(魏志) 전예전(田豫傳)에, 전예(田豫)가 노년에 위위(衛尉: 종3품 벼슬, 태후삼경太后三卿 중의 하나)에 임명되자 늙고 병들었다는 핑계로 치사(致仕)를 청하면서 말하기를 “나이 70이 넘었는데 직위에 있는 것은, 비유하건대 통금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물시계의 물이 다했는데도 쉬지 않고 밤새껏 돌아다니는 것과 같으니, 이는 죄인입니다.[年過七十而以居位, 譬猶鍾鳴漏盡而夜行不休, 是罪人也.]”라고 한데서 보인다.
  • 촉잔[燭殘]  촛불이 쇠잔함. 촛불이 꺼지다. 초가 다 녹다.
  • 향소[香銷]  향이 스러지다. 향이 다 타서 사라지다. 참고로, 송나라 진관(秦觀)의 화황법조억건계매화(和黃法曹憶建溪梅花)에 “달 지고 삼성 기울고 화각소리 구슬픈데, 암향이 다 사라져 사람을 늙게 하누나.[月沒參橫畵角哀, 暗香銷盡令人老.]”라고 하였다.
  • 명랭[茗冷]  차가 식다.
  • 불각[不覺]  깨닫지 못함. 깨닫지 못하거나 생각하지 못함. 사각의 첫 단계. 아직 번뇌를 끊지 못하였으나 인과의 이치는 깨달은 단계. 각오가 확실치 않음. 정신이 확실치 않음.
  • 구열[嘔咽]  토하고 오열함. 구토경열(嘔吐哽咽). 목이 메어 흐느낌. 흐느낌을 토하다.
  • 삭연[索然]  눈물을 흘리는 모양. 헤어지는 모양. 흥미가 없는 모양. 다하여 없어지는 모양. 뿔뿔이 흩어지는 모양. 흩어져 없어지는 모양. 쓸쓸한 모양. 공허한 모양. 흥미가 없다. 따분하고 답답하다. 지루하다. 참고로, 설원(說苑) 귀덕(貴德)에 “가령 사람들이 당에 가득 모여서 술을 마실 경우, 그중에 한 사람이 홀로 쓸쓸히 구석을 향하여 운다면 온 당에 모인 사람들이 다 즐겁지 않을 것이다.[今有滿堂飮酒者, 有一人獨索然向隅而泣, 則一堂之人, 皆不樂矣.]”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무미[無味]  맛이 없음. 재미가 없음. 취미(趣味)가 없음. 의미(意味)가 없음. 참고로, 송(宋)나라 진여의(陳與義)의 시 송왕주사부발운사속관(送王周士赴發運司屬官)에 “차라리 서 말의 먼지를 먹을지언정 시 없는 사람에겐 손으로 읍도 안 하고, 차라리 서 말의 식초를 마실지언정 재미없는 시구는 귀로 듣지도 않는다.[寧食三斗塵 有手不揖無詩人 寧飮三斗醋 有耳不聽無味句]”라고 한 데서 보이고, 한유(韓愈)가 송궁문(送窮文)에서 지궁(智窮), 학궁(學窮), 문궁(文窮), 명궁(命窮), 교궁(交窮)의 다섯 궁귀(窮鬼)가 자신을 괴롭히는 행위를 지적했는바, 그 대략에 “다섯이 각기 주장한 바가 있고 사사로이 이름자를 세워서, 내 손을 비틀어 뜨거운 국을 엎지르게 하고, 입을 열었다 하면 남의 기휘를 저촉하게 하여, 나로 하여금 면목을 가증스럽게 하고 언어를 무미건조하게 하는 것이 모두 그대들의 뜻이다.[各有主張 私立名字 捩手覆羹 轉喉觸諱 凡所以使吾面目可憎 語言無味者 皆子之志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솔류차[率類此]  모두 이러함. 대체로 이와 같다. 率(솔)은 대강, 대략의 뜻.
  • 회두[回頭]  생각을 돌림. 머리를 돌이킴. 생각을 고침. 머리를 돌린다는 뜻으로, ‘뱃머리를 돌려 진로를 바꿈’을 이르는 말. 배교(背敎)하였다가 다시 돌아옴. 고개를 돌리다. 돌아오다. 뉘우치다. 회답하다. 춘앵전(春鶯囀)에서, 한 팔씩 들며 그 팔 쪽을 돌아다보는 사위. 참고로 백거이(白居易)의 시 남포별(南浦別)에 “볼 때마다 애간장 끊어지나니, 고개 돌리지 말고 잘 가시게나.[一看腸一斷, 好去莫回頭.]”라고 하였고, 두소릉시집(杜少陵詩集) 권10 두보(杜甫)의 시 만성(漫成)에 “고개를 들어 새를 구경하느라 정신을 팔다가, 고개 돌려 옆 사람에게 생뚱맞은 대답을 한다.[仰面貪看鳥 回頭錯應人]”라고 하였고, 불가(佛家)에 “고해는 끝이 없으나 머리만 돌리면 바로 거기가 언덕이다.[苦海無邊 回頭是岸]”라는 말이 있고, 심경부주(心經附註) 권2 군자낙득기도장(君子樂得其道章)에, 여여숙(呂與叔)이 말하기를 “어떤 조정의 관인이 오랫동안 백순(伯淳: 정호程顥)을 보지 못했다가 만나서 이르기를 ‘백순이 그렇게 총명하면서 어찌하여 수많은 날을 그냥 보내고 끝까지 머리를 돌려 조정으로 오지를 않는가?’라고 하자, 백순이 ‘그것은 고개를 돌렸다가 잘못될까 두려워서이다.’라고 하였다.[嘗有一朝士, 久不見伯淳, 謂曰, 以伯淳如此聰明, 因何許多時, 終不肯回頭來, 伯淳答云, 蓋恐回頭錯耳.]”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歡樂極兮哀情多,  興味濃後感索然  :  樂極悲至,  興濃味索.
賓客朋友雲臻聚集,  痛飮狂歡盡興酣暢十分快樂,  頃刻間刻漏已盡蠟燭殘剩香煙消散杯茗冰涼,  不由得反而成了嘔吐哽咽,  使人毫無意味.  天底下事情一般類似如此,  爲何不及早回頭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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