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하는 순간에 길고 짧음 다툰들
그 시간이 얼마나 길 것이며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겨뤄본들
그 세계가 얼마나 크겠는가?
石火光中, 爭長競短, 幾何光陰?
석화광중, 쟁장경단, 기하광음?
蝸牛角上, 較雌論雄, 許大世界?
와우각상, 교자논웅, 허대세계?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후집後集>
- 석화[石火] 돌과 돌이 맞부딪치거나 또는 돌과 쇠가 맞부딪칠 때에 번쩍하고 일어나는 불. 부싯돌이 번쩍하는 것처럼 매우 짧은 시간을 말함. 참고로, 백거이(白居易)의 시 우의(寓意)에 “부귀는 오래 머물지 않으니, 기왓골의 서리처럼 빨리 사라지네. 권세는 더욱 빨리 사라져, 부싯돌이 번쩍하는 것보다 빠르네.[富貴來不久, 倐如瓦溝霜. 權勢去尤速, 瞥若石火光.]”라고 하였다. <白氏長慶集 卷2 諷諭>
- 석화광음[石火光陰] 돌이 마주칠 때에 불빛이 한번 번쩍였다가 곧 없어지는 것처럼 빠른 세월을 비유하는 말.
- 석화광중[石火光中] 부싯돌의 불이 번쩍이는 것처럼 지극히 짧은 시간을 이르는 말.
- 기하[幾何] 얼마. 얼마나. 약간. 다소. 오래지 않음을 이른다. 잘 모르는 수효나 분량, 정도 따위를 물을 때 쓰는 말. 도형 및 그것이 차지하는 공간의 성질에 대하여 연구하는 분야. 기하학(幾何學)의 준말. 여하(如何). 어떻게.
- 광음[光陰] 시간이나 세월을 이르는 말. 해와 달이라는 뜻으로, 흘러가는 시간(時間), 세월(歲月), 때. 가는 세월. 광(光)은 日, 음(陰)은 月을 가리켜 해와 달이 번갈아 뜨고 지니 시간이 흘러 세월이라는 뜻이 된다.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에 “천지는 만물의 여관이요, 광음은 백대의 과객이다.[夫天地者 萬物之逆旅 光陰者 百代之過客]”라고 하였고, 송나라 유자환(劉子寰)의 시 옥루춘(玉樓春)에 “부들꽃은 쉽게 지고 갈대꽃은 일찍 지고, 객지의 광음은 마치 새처럼 날아가네.[蒲花易晩蘆花早 客裏光陰如過鳥]”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수세(守歲)에 “다해 가는 한 해를 알고자 할진댄, 골짜기 들어가는 뱀과 같아라. 긴 비늘 반이 이미 들어가 없으니, 가는 뜻을 그 누가 막을 수 있으랴.[欲知垂盡歲 有似赴壑蛇 脩鱗半已沒 去意誰能遮]”라고 하였다.
- 와우[蝸牛] 달팽이.
- 와우각상[蝸牛角上] 달팽이의 뿔 위. 조그마한 땅덩어리를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장자(莊子) 칙양(則陽)에 “달팽이의 왼쪽 뿔에는 만(蠻)이라는 나라가 있고, 오른쪽 뿔에는 촉(觸)이라는 나라가 있는데, 두 나라가 전쟁을 하여 죽은 자들이 백만 명이나 발생하였다.”라고 하였다. 아옹다웅하는 인간 세상을 풍자한 말이다.
- 와각[蝸角] 달팽이의 뿔이라는 뜻으로, 아주 좁은 지경(地境)이나 지극(至極)히 작은 사물(事物)을 이르는 말이다. 장자(莊子) 칙양(則陽)에 “달팽이의 왼쪽 뿔에 나라 하나가 있었는데 촉씨라 한다. 달팽이의 오른쪽 뿔에도 한 나라가 있었는데 만씨라고 한다. 그이 두 나라가 땅을 서로 빼앗으려고 전쟁을 벌였다. 쓰러진 시체가 수만 명이나 되었고, 패배하여 도망치는 자들을 추격하여 십오일 만에야 되돌아 왔다.[有國於蝸之左角者曰觸氏, 有國於蝸之右角者曰蠻氏, 時相與爭地而戰, 伏尸數萬, 逐北旬有五日而後反.]”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좁은 이 세상에서 하찮은 일로 서로 다투는 것을 와우각상(蝸牛角上)의 쟁투[와각상쟁蝸角相爭], 또는 만촉의 전쟁[만촉지쟁蠻觸之爭]이라고 한다.
【譯文】 泡沫人生, 何爭名利 : 苦短人生, 何爭名利.
電光石火中計較長短出入, 能爭得多少時間? 蝸牛觸角上爭論勝負高下, 能有幾許大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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