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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가 없으면 상황에 농락당하고 허무의 나락에 떨어진다 <채근담>


기름 닳은 등에 불꽃이 없고

해진 가죽옷에는 온기가 없듯이

모든 것은 상황의 지배를 받게 된다.

몸은 말라 죽은 나무와 같고

마음은 불이 꺼진 재와 같아서는

허무의 나락에 떨어짐을 면치 못한다.


寒燈無焰,  敝裘無溫,  總是播弄光景.
한등무염,  폐구무온,  총시파롱광경.
身如槁木,  心似死灰,  不免墮在頑空.
신여고목,  심사사회,  불면타재완공.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후집後集>


  • 한등[寒燈]  쓸쓸히 비치는 등불. 추운 밤에 비치는 등불. 기름 없는 등잔. 차가운 밤을 밝히는 외로운 등불. 많은 경우 고적(孤寂)하고 처량(凄凉)한 환경을 가리킨다. 참고로, 고적(高適)의 시 제야작(除夜作)에 “여관의 차가운 등 아래 홀로 잠 못 드니, 나그네의 마음 어인 일로 이리도 처연한가. 고향에서는 오늘밤 천리 밖 내 생각할 터인데, 서리 앉은 살쩍 내일이면 또 한 해로다.[旅館寒燈獨不眠, 客心何事轉凄然. 故鄕今夜思千里, 霜鬢明朝又一年.]”라고 하였다.
  • 총시[摠是]  모두 ~이다.
  • 총시[總是]  반드시. 꼭. 절대로. 전연. 결국. 아무튼. 어쨌든. 아무래도. 늘. 줄곧. 언제나. 영원히. 예외 없이. 모두 ~이다.
  • 파롱[播弄]  장난감처럼 여겨 가지고 노는 것. 손으로 가지고 놀다. 장난하다. 구슬리다. 감언으로 속이다. 도발하다. 부추기다. 선동하다. 조종하다. 지배하다. 좌지우지하다.
  • 광경[光景]  광음(光陰), 시광(時光). 벌어진 일의 상태와 모양. 벌어진 일의 형편이나 모양. 어떤 일이나 현상이 벌어지는 장면 또는 모양. 눈에 보이는 자연의 모습이나 현상. 좋지 못한 몰골. 경치. 경색. 풍경. 시간. 세월. 상황. 경우. 광휘(光輝). 화려하고 대규모적인 장면.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 상봉행(相逢行)에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으니, 순식간에 흰머리가 되어버리네.[光景不待人, 須臾成髮絲.]”라고 한 데서 보이고, 소식(蘇軾)의 시 송정건용(送程建用)에 “금년에 다시 기용되었다고 하니, 사책이 광경을 회복하리로다.[今年聞起廢, 魯史復光景.]”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광경[光景]  후한서(後漢書) 공도이전(邛都夷傳)에 이르기를 “청령현(靑蛉縣) 우동산(禹同山)에 벽계(碧鷄)와 금마(金馬)가 있는데 광경이 때때로 나타난다.[光景時時出現]”고 하였다. 이에 대한 주(註)도 화양국지(華陽國志)를 인용하여 이르기를 “벽계의 광경은 사람들이 흔히 볼 수 있다.”고 하였고, 후한서음의(後漢書音義)에는 “금은 말과 같고 벽은 닭과 같다.”고 하였다. 이것으로 보면 광경(光景)은 어떤 물체의 존재하는 모양·형태 같은 것을 사람이 직접 접근해서 본 것이 아니요 멀리서 바라보며 그 모양을 이러니저러니 하면서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 말이다. 그래서 완농광경(玩弄光景)이란 말도 있다. 자기가 직접 체험하고 똑바로 인식한 것이 아니라, 남의 말을 듣고 자기로서 짐작해서 이렇다 저렇다 주장해 보는 것을 ‘광경을 맞히는 장난’이라고 한다.
  • 상황[狀況]  어떤 일이 되어 가는 과정이나 또는 상태, 형편. 어떤 일이나 현상 따위가 이루어지거나 처해 있는 일정한 때의 모습이나 형편. 개인이 각기 이해관계를 가지고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현실.
  • 사회[死灰]  불기운이 없어진 식은 재. 생기 없는 사람을 비유하여 일컫는 말. 불 꺼진 재처럼 마음이 외물(外物)에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 고목사회[枯木死灰]  말라 죽은 나무와 불이 꺼진 재라는 뜻으로, 사람이 욕심이 없거나 생기가 없는 것을 형용하는 말임. 불교에서 흔히 쓰는 화두(話頭)로서 적막하여 감정이 없는 것. 형체는 마른 나무가 서 있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마음은 불 꺼진 재처럼 아무 생각이 없음을 이른다. 사람의 무위무심(無爲無心)함을 비유한다.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남곽자기(南郭子綦)가 안석에 기대앉아서 하늘을 우러러 길게 숨을 내쉬자, 그 멍한 모양이 마치 짝을 잃은 것 같았으므로, 안성자유(顔成子游)가 곁에서 그를 모시고 있다가 묻기를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형체는 진실로 마른 나무와 같이 할 수 있고, 마음은 진실로 식은 재와 같이 할 수 있는 것입니까? 지금 안석에 기대앉은 분은 전에 안석에 기대앉은 그분이 아닙니다.[何居乎? 形固可使如枯木, 而心固可使如死灰乎? 今之隱几者, 非昔之隱几者也.]”라고 하니, 남곽자기가 대답하기를 “언아, 자네는 또한 착하지 아니한가. 자네가 그렇게 물음이여. 지금 나는 나의 존재를 잊고 있었는데, 자네도 그것을 알았던가?[偃不亦善乎? 而問之也. 今者吾喪我, 女知之乎?]”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즉 마음에 아무런 동요가 없음을 의미한다.
  • 완공[頑空]  완고(頑固)하게 공(空)한 것만을 주장하는 것. 소승불교의 견해로 ‘만물은 일체의 공’이라는 관념을 가지고 사람을 피하고 세상을 등짐. 완고하여 모든 것이 실질이 없음.
  • 완공집공[頑空執空]  완공(頑空)은 완고하게 공(空)한 것만을 주장하는 것. 집공(執空)은 공에 집착된다는 뜻으로 불법의 이치는 공하면서도 실(實)함을 알아야 하는데 공한 그것에만 빠진다는 말이다.
  • 나락[奈落]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극한 상황. 도저히 벗어나기 힘든 절망적인 형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살아 있을 때에 나쁜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이 죽어서 간다는 상상의 세계. 지옥. 구원할 수 없는 마음의 구렁텅이. 산스크리트어 ‘나라카(naraka)’에서 온 말로 지옥을 뜻하는 불교용어다. 바뀐 뜻 본뜻 그대로 지옥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구원할 수 없는 마음의 구렁텅이를 가리키는 말로도 널리 쓰인다.

【譯文】 極端空寂,  過猶不及.
寒夜孤燈沒有火焰,  破舊皮衣沒有溫暖,  全都是操縱玩弄時光情景  ;  身體猶如枯槁樹木,  心靈宛似死寂灰燼,  難免會墜落陷入冥頑虛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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