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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자연인이 될 것은 없고, 풍류는 알아야 한다 <채근담>


부귀를 뜬구름으로 여기는 풍격이 있더라도

산속 바위틈이나 토굴에 살 필요는 없고

자연을 좋아하는 고질병은 없더라도

늘 스스로 술을 즐기며

시를 읊조리는 멋은 있어야 한다.


有浮雲富貴之風,  而不必巖棲穴處.
유부운부귀지풍,  이불필암서혈처.
無膏肓泉石之癖,  而常自醉酒耽詩.
무고황천석지벽,  이상자취주탐시.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풍격[風格]  풍채(風采)와 품격(品格). 글이나 그림 따위에서 나타나는 고상하고 아름다운 면모나 모습. 사람의 겉모양과 타고난 성품. 취향과 품성[風標格範풍표격범].
  • 기풍[氣風]  어떤 집단이나 지역 사람들의 공통적인 기질. 기상(氣像)과 풍채를 아울러 이르는 말. 어떤 사회나 집단의 사람들을 지배하는 공통적인 분위기.
  • 혈처[穴處]  굴속에서 삶. 흙이나 바위의 굴 속에서 삶.
  • 암혈[巖穴]  바위에 뚫린 굴. 산림. 속계를 떠난 산중. 벼슬자리에서 물러난 사람이 은거해 숨어 사는 산골짜기. 암혈지사(巖穴之士)로, 학덕이 높은 재야(在野)의 인재를 가리킨다. 참고로, 신간증보삼략(新刊增補三略)에 “석굴(石窟)을 암(巖)이라 하니 순(舜)임금이 암랑(巖廊)에서 노닐었고, 토실(土室)을 혈(穴)이라 하니 여망(呂望)이 낚싯줄을 던지러 물가로 간 것이다.[石窟曰巖 舜遊巖廊 土室曰穴 呂望所以投綸而逝也]”라고 하였다.
  • 고황[膏肓]  고황은 심장과 격막(膈膜) 사이에 있는 부분으로, 여기에 병이 나면 침이나 약으로도 치유할 수 없다는 데서 전하여 고칠 수 없는 고질병을 가리킨다. 춘추 시대 진후(晉侯)의 병이 위독했을 때, 진(秦)나라에 의원을 요청하여 완(緩)이라는 의원이 진(晉)나라로 가던 도중, 진후의 꿈에 질병이 두 아이로 변하여 나타나 그중 한 아이가 말하기를 “그 사람은 훌륭한 의원이니, 우리를 괴롭힐까 두렵다. 어디로 도망갈 거나?[彼良醫也 懼傷我 焉逃之]”라고 하자, 또 다른 한 아이가 말하기를 “횡격막의 위요 심장의 아래에 가 있으면 우리를 어찌하겠느냐.[居肓之上膏之下 若我何]”라고 하는 꿈을 꾸었는데, 이윽고 진나라의 의원이 와서 진후의 병세를 살펴보고는 말하기를 “이 병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병의 근원이 횡격막의 위에 있고 심장의 아래에 있어 다스릴 수가 없습니다. 침을 놓아도 닿지 않고, 약을 써도 약 기운이 이르지 못합니다.[疾不可爲也 在肓之上膏之下 攻之不可 達之不及 藥不至焉]”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春秋左氏傳 成公10年> 인하여 병이 심한 것을 일러 병이 고황에 들어 갔다고 한다. 전하여 자연의 승경(勝景)에 대한 애착심을 표현하는 말로 쓰인다.
  • 고황[膏肓]  고칠 수 없는 병. 고(膏)는 심하(心下)에 있는 미지(微脂)요. 황(肓)은 격상(膈上)에 있는 박막(薄膜)이다. 병마가 그곳으로 들어가면 치료할 수 없다고 한다. 전하여 고질병이 든 것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성공(成公) 10년 조에 이르기를 “진 경공(晉景公)이 병이 나서 진백(秦伯)에게 의사를 요청하자 의사 완(緩)에게 치료하라고 했다. 완(緩)이 오기 전에 경공이 꿈을 꾸었는데 두 녀석이 서로 말하기를 ‘저 사람은 양의이니 우리를 해칠까 두렵구나.’라고 하자 한 녀석이, ‘황(肓) 위 고(膏) 아래에 있다면 우리를 어쩔 것인가?’라고 했다. 의완이 와서 경공에게 말하기를 ‘병을 치료할 수 없습니다. 황 위에 있고 고 아래에 있어서, 치료가 미칠 수 없고, 약도 쓸 수 없습니다.’라고 하였더니 경공이 ‘양의이다.’라고 하고, 후하게 예를 표하고 돌려보냈다.[公疾病 求醫于秦 秦伯使醫緩爲之 未至 公夢疾爲二豎子 曰 彼良醫也 懼傷我 焉逃之 其一曰 居肓之上 膏之下 若我何 醫至 曰 疾不可爲也 在肓之上 膏之下 攻之不可 達之不及 藥不至焉 不可爲也 公曰 良醫也 厚爲之禮而歸之]”라고 하였다.
  • 천석[泉石]  샘과 돌. 산수(山水)의 경치(景致). 물과 돌이 어우러진 자연의 경치. 수석(水石). 양만리(楊萬里)의 시 송유혜경(送劉惠卿)에 “시와 술이 고질적인 병인 줄 알았더니, 새로 온 산천도 약이 없는 독이로다.[舊病詩狂與酒狂, 新來泉石又膏盲.]”라고 하였다.
  • 천석고황[泉石膏肓]  천석(泉石)은 산수의 경치, 고황(膏肓)은 불치의 병을 이른다. 자연을 즐기는 버릇이 불치의 병처럼 됨. 마치 고질병 환자처럼 산수(山水)에 중독되어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는 뜻으로, 자연의 승경(勝景)에 대한 혹독한 애착심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전유암(田游巖)이 당 고종(唐高宗)에게 “신은 물과 바위에 대한 병이 이미 고황에 들고 연무(煙霧)와 노을에 고질병이 들었는데, 성상의 시대를 만나 다행히 소요하고 있습니다.[臣泉石膏肓煙霞痼疾 旣逢聖代 幸得逍遙]”라고 말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舊唐書 卷192 田游巖傳>
  • 취주[醉酒] 술에 빠지다. 술에 탐닉하다. 술에 취하다. 음주중독(飮酒中毒)의 다른 이름.
  • 탐시[耽詩]  시문(詩文)에 탐닉(耽溺)함. 시를 탐함.

【譯文】 不親富貴,  不溺酒色  :  輕視富貴,  不溺泉石.
具有富貴如浮雲的風範,  就不必岩石棲身洞穴獨處  ;  沒有泉石入膏肓的癖好,  就經常獨自喜好喝酒吟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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