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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식을 줄이고 또 줄이고, 잊으려 해도 더 잊을 것 없이 <채근담>


욕심을 줄이고 또 줄이고

꽃을 심고 대를 심으며

모두 다 오유선생에게 돌려보내고

잊어서 더 잊을 것도 없이

향 사르고 차를 달이며

술 가져오는 이 누구든 묻지 않으리


損之又損,  栽花種竹,  儘交還烏有先生.
손지우손,  재화종죽,  진교환오유선생.
忘無可忘,  焚香煮茗,  總不問白衣童子.
망무가망,  분향자명,  총불문백의동자.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손지우손[損之又損]  덜어내고 또 덜어냄.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48장에 “학문을 하면 날로 더해지고, 도를 하면 날로 덜게 된다. 덜고 또 덜어 무위에 이르면, 함이 없는데도 되지 않음이 없다.[爲學日益, 爲道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無爲而無不爲.]”라고 하였고, 공자가어(孔子家語) 권2 삼서(三恕)에 “공자(孔子)가 노 환공(魯桓公)의 사당을 구경하였는데, 의기가 있는 것을 보고 사당을 지키는 이에게 이것이 무슨 기구냐고 묻자, 임금의 자리를 돕는 그릇[宥座之器]이라고 하였다. 이에 공자가 말하기를 ‘내 듣건대, 자리를 돕는 그릇은 비면 기울고 알맞으면 바르게 되며 가득 차면 뒤집어져서 명군(明君)이 이로써 지극한 경계를 삼고 항상 자리 옆에 두었다고 한다.’라 하고, 제자를 돌아보면서 ‘물을 부어 보아라.’라고 하였다. 물을 붓자, 물이 알맞으면 그릇이 바르고 가득 차면 뒤집어졌다. 공자가 탄식하기를 ‘아아, 사물이 어찌 가득 찼으면서도 뒤집어지지 않는 것이 있겠는가?’라고 하니, 자로가 나와서 묻기를 ‘감히 여쭙겠습니다. 가득 찬 것을 유지하는 방도가 있습니까?’라고 하자, 공자가 말하기를 ‘총명과 예지는 어리석음으로 지키고, 천하를 덮을 만한 공은 사양으로 지키고, 세상을 떨칠 만한 용력은 두려움으로 지키고, 사해를 다 가지는 부는 겸손함으로 지킨다. 이를 두고 덜어내고 또 덜어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라고 하였다.[孔子觀於魯桓公之廟, 有欹器焉. 欹傾. 夫子問於守廟者曰 : ‘此謂何器?’ 對曰 : ‘此蓋為宥坐之器.’ 孔子曰 : ‘吾聞宥坐之器, 虛則欹, 中則正, 滿則覆, 明君以為至誡, 故常置之於坐側.’ 顧謂弟子曰 : ‘試註水焉.’ 乃註之, 水中則正, 滿則覆. 夫子喟然嘆曰 : ‘嗚呼! 夫物惡有滿而不覆哉?’ 子路進曰 : ‘敢問持滿有道乎?’ 子曰 : ‘聰明睿智, 守之以愚 ; 功被天下, 守之以讓 : 勇力振世, 守之以怯 ; 富有四海, 守之以謙. 此所謂損之又損之之道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교환[交還]  돌려주다. 반환하다.
  • 오유선생[烏有先生]  오유(烏有)는 무유(無有)로서 ‘없다’는 뜻이니, 존재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한(漢)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자허부(子虛賦)에서 자허(子虛), 오유선생(烏有先生), 무시공(無是公)이라는 가상의 세 인물을 설정하여 문답을 전개했는데, 자허는 ‘빈말’이라는 뜻이고, 오유선생은 ‘무엇이 있느냐’는 뜻이고, 무시공은 ‘이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실제로는 있지 않은 허구의 일이나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후세에 허무한 일을 말할 때 흔히 자허·오유라고 한다. 참고로, 사기(史記) 사마상여전(司馬相如傳)에 “상여는 ‘헛것’이란 자허로 초나라를 칭찬하고, ‘어찌 있겠는가’라는 오유로 제(齊)나라를 힐난하였으며, ‘이런 사람 없다’라는 망시공으로 천자의 도리를 밝히게 했다.[相如以子虛, 虛言也, 爲楚稱. 烏有先生者, 烏有此事也, 爲齊難. 亡是公者, 無是人也, 明天子之義.]”는 대문이 있으며, 송(宋)나라 소식(蘇軾)에게 어느 승려가 소식에게 술 여섯 병을 선사하였는데, 열어보니 빈 병뿐이었으므로 소식이 “어찌 청주의 여섯 종사가 변하여 오유선생이 될 줄을 생각이나 했었겠나?[豈意靑州六從事, 化爲烏有一先生.]”라는 시를 지어 보냈다는 고사가 있다.
  • 백의동자[白衣童子]  백의(白衣)는 동복(僮僕)을 가리키는데 옛날에는 천한 심부름을 맡은 자는 백의를 입었으므로 이르게 된 것이다. 진(晉)나라 도잠(陶潛)이 전원생활을 하면서 술을 마시는 것을 몹시 좋아하였는데, 일찍이 9월 9일 중양절(重陽節)에 술이 없었다. 이에 집 동쪽의 울타리로 가 국화 속에 앉아서는 국화꽃을 한 웅큼 따 들고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백의(白衣)를 입은 사람이 오고 있었는데, 바로 강주 자사(江州刺史)로 있는 왕홍(王弘)이 보낸 술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었다. 이에 그 술을 마시고는 취한 다음에 돌아왔다는 고사가 있다. <南史 卷75 隱逸列傳 陶潛>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 장질부송주육호…(章質夫送酒六壺 …)에 “백의로 술 보낸다기에 연명처럼 춤추면서, 바람 난간 급히 쓸고 깨진 술잔 씻어놓았네.[白衣送酒舞淵明 急掃風軒洗破觥]”라고 하였다. 전하여, 고을 수령이 보낸 술 심부름꾼을 뜻한다.

【譯文】 栽花種竹,  心境無我.
物質欲望要減少再減少,  只是栽花種竹,  一切都交還給烏有先生  ;  忘記得沒什麼可以忘記,  只是焚香煮茗,  縱然不及問訊白衣童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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