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자랑하는 것은
이름을 피해 숨는 풍취만 못하고
일에 숙련되어 능숙한 것은
일을 덜어내어 한가로움만 못하다.
矜名不若逃名趣, 練事何如省事閒.
긍명불약도명취, 연사하여생사한.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긍명[矜名] 명예를 숭상하다. 이름을 자랑하다. 이름을 숭상하다. 명성을 숭상하다.
- 도명[逃名] 이름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도록 함. 명성(名聲)을 피해 살다. 세상에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피하여 숨다. 이름이 나는 것을 피해 달아나다. 세속적 명성을 추구하지 않다. 참고로, 사공도(司空圖)의 시 귀왕관차년작(歸王官次年作)에 “술 마시고 노래하며 이름 피해 산 긴 세월, 문 앞에 귀인들 수레 찾아올 일 없었네.[酣歌自適逃名久, 不必門多長者車.]”라고 하였고, 후한서(後漢書) 일민전(逸民傳) 법진(法眞)에 “법진은 이름을 들을 수는 있어도 몸은 만나기 어렵다. 이름에서 도망쳐도 이름이 나를 따라오고 명성을 피하려 해도 명성이 나를 쫓아오니 백세의 스승이라고 이를 만하다.[法眞名可得而聞, 身難得而見; 逃名而名我隨, 避名而名我追, 可謂百歲之師者矣.]”라고 하였고, 한나라 조기(趙岐)가 지은 삼보결록(三輔決錄)에 “장후는 자가 원경이다. 집에 세 갈래 길이 있었는데, 오직 양중과 구중하고만 노닐었다. 이중(二仲)은 청렴으로 추천받았으나 명예에서 도피하였다.[蔣詡字元卿 舍中三逕 唯羊裘仲從之游 二仲皆推廉逃名]”라고 하였다.
- 불약[不若] ~만 같지 않다. ~만 못하다. ~에는 미치지 못한다.
- 일취[逸趣] 뛰어난 흥취. 소탈하고 꾸밈없는 정취. 세속을 벗어난 흥취.
- 풍취[風趣] 아담한 정취의 풍경. 격에 맞는 멋. 풍경(風景)의 아취(雅趣). 풍치(風致).
- 연사[練事] 일에 숙련되다. 일에 능숙하다.
- 하여[何如] 어떻게 또는 어찌. 어떠냐. 어떤. 어떠한가. 어찌 ~만 하겠는가. ~만 못하다.
- 생사[省事] 일을 줄임. 일을 덜어냄. 수고를 덜다. 편리하다. 간단하다. 참고로, 진서(晉書) 순욱전(荀勖傳)에 “관리를 줄이는 것이 관직을 줄이는 것만 못하고, 관직을 줄이는 것이 일을 줄이는 것만 못하고, 일을 줄이는 것이 마음을 맑게 하는 것만 못하다.[省吏不如省官 省官不如省事 省事不如淸心]”라고 하였다. 또, 매성유(梅聖兪)의 일식가행(日蝕歌行)에 “늙은 까마귀의 거처가 이미 본디 편안한 지, 세 발로 버티고 서서 어찌 그리 게으른가. 너는 지금 부리가 있어도 쪼지 않고, 너는 지금 발톱이 있어도 할퀴지 않네. 요물이 천안을 가리는 것 구경만 하니, 이제부터 일을 줄이고 너의 몸 보존하라.[老鴉居處已自穩 三足鼎峙何乖慵 而今有觜不能噪 而今有爪不能攻 任看怪物翳天眼 方且省事保爾躬]”라고 하였다.
【譯文】 隱者高明, 省事平安.
崇尙名聲不如逃避名聲饒有趣味, 熟諳世事不如減少事務使人安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