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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아 족함을 알면 어디서나 즐겁다 <채근담>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은

흰 구름과 먼 바위에서 현묘한 이치를 깨닫고

영화를 좇아 달리는 사람은

맑은 노래와 묘한 춤에서 피로를 잊지만

오직 깨달아 족함을 아는 사람만이

소란도 고요도 없고 번영도 쇠락도 없이

어디를 가나 그 천성을 즐기지 못할 곳이 없다.


嗜寂者,  觀白雲幽石而通玄.  趨榮者,  見淸歌妙舞而忘倦.
기적자,  관백운유석이통현.  추영자,  견청가묘무이망권.
唯自得之士,  無喧寂,  無榮枯,  無往非自適之天.
유자득지사,  무훤적,  무영고,  무왕비자적지천.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유석[幽石]  그윽한 바위. 멀리 있는 바위. 묘석(墓石). 남조(南朝) 송나라 포조(鮑照)의 무성부(蕪城賦)에 “동도의 아름다운 여인이요 남국의 고운 사람이라. 난초 같은 마음이요 비단 같은 바탕이며, 옥 같은 용모요 붉은 입술인데, 모두 유석에 넋이 묻히고 궁진에 뼈가 버려지지 않음이 없다.[東都妙姬, 南國麗人, 蕙心紈質, 玉貌絳唇, 莫不埋魂幽石委骨窮塵.]”라고 하였다.
  • 통현[通玄]  사물의 현묘한 이치를 깨달음. 사물의 깊은 이치를 깨달음. 심오한 철리를 깨달아 진리의 세계에 들어가다.
  • 청가[淸歌]  소리가 맑고 낭랑한 노랫소리. 악기 반주 없이 사람의 목소리로만 부르는 노래. 기생의 간드러지는 노래. 참고로, 조비(曹丕)의 시 연가행(燕歌行)에 “시권 펼쳐 맑은 노래 부르며 편안해지려 해보지만, 즐거움 떠나고 슬픔이 와 애간장을 태웁니다.[展詩淸歌聊自寬, 樂往哀來摧肺肝]”라고 하였고, 조식(曺植)의 낙신부(洛神賦)에 “풍이가 북을 치고, 여와가 청가를 부른다.[馮夷鳴鼓, 女媧淸歌.]”라고 하였다.
  • 청가묘무[淸歌妙舞]  맑은 노래와 기묘한 춤. 당나라 시인 송지문(宋之問)의 시 유소사(有所思)에 “공자와 왕손들 꽃다운 나무 아래 놀고, 맑은 노래 고운 춤 낙화 앞에서 놀았네.[公子王孫芳樹下, 淸歌妙舞落花前.]”라고 하였다.
  • 영예[榮譽]  영광스러운 명예(名譽).
  • 망권[忘倦]  피로를 잊다. 피곤을 잊다.
  • 자득[自得]  스스로 만족함. 스스로 얻음. 스스로 깨달아 알아냄. 스스로 터득함. 스스로 뽐내어 우쭐거림. 자기가 자기의 한 일에 대하여 갚음을 받는 일. 득의하다. 스스로 느끼다. 체득하다. 참고로, 중용장구(中庸章句) 14장에 “부귀에 처해서는 부귀대로 행하고, 빈천에 처해서는 빈천대로 행하며, 이적에 처해서는 이적대로 행하며, 환난에 처해서는 환난대로 행하니, 군자는 들어가는 곳마다 스스로 만족하지 않음이 없다.[素富貴, 行乎富貴, 素貧賤, 行乎貧賤, 素夷狄, 行乎夷狄, 素患難, 行乎患難. 君子無入而不自得焉.]”라고 하였고, 맹자(孟子) 이루 하(離婁下)에 “군자가 깊이 나아가기를 도로써 함은 자득하고자 해서이니, 자득하면 처(處)하는 것이 편안하고 처하는 것이 편안하면 자뢰(資賴)함이 깊게 되고 자뢰함이 깊으면 좌우에서 취함에 그 근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君子深造之以道 欲其自得之也 自得之則居之安 居之安則資之深 資之深則取之左右 逢其原 故君子欲其自得之也]”라고 하였다.
  • 훤적[喧寂]  시끄러움과 고요함. 훤적은 시끄럽고 적막한 것으로, 속세와 부처의 세계를 말한다.
  • 영고[榮枯]  번성함과 쇠퇴함. 번영과 쇠망. 초목의 무성함과 시듦. 세월이 흐름에 따라 변전하는 번영과 쇠락. 초록이 무성함과 말라죽음을 사물의 번영과 쇠락에 비유하는 말이다. 참고로, 백거이(白居易)의 시 감춘(感春)에 “근심과 기쁨은 다 마음의 불이요, 영고성쇠는 곧 눈앞의 티끌이거니, 한 잔 술 기울이는 일 이외에, 무엇이 또 내 몸에 관계될쏜가.[憂喜皆心火, 榮枯是眼塵. 除非一杯酒, 何物更關身.]”라고 하였고, 안연지(顔延之)의 시 추호(秋胡)에 “누구라서 추위와 더위가 머물 것을 알겠으며, 순간으로 어떻게 번성과 쇠미를 보겠는가.[孰知寒暑積, 僶俛見榮枯.]”라고 하였고, 온정균(溫庭筠)의 시 제단정수(題端正樹)에 “초목이 자라고 시드는 게 사람의 일과 같아서, 황릉의 가을 숲도 적막하기 짝이 없네.[草木榮枯似人事, 綠陰寂寞漢陵秋.]”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자적[自適]  무엇에도 속박됨이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생활함.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제 마음 내키는 대로 편안하게 즐김. 아무런 속박을 받지 않고 마음껏 즐김. 마음이 가는 대로 유유히 생활함. 유유자적(悠悠自適). 참고로,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이러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할 일을 대신 처리하고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여겨 자기의 즐거움을 스스로 즐거워하지 못하는 자들이다.[是役人之役, 適人之適, 而不自適其適者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超越喧寂,  悠然自適.
嗜好寂泊的人,  觀察潔白雲彩幽暗碑石也能通曉玄妙的哲理  ;  趨求榮譽的人,  見到淸亮歌聲美妙舞蹈就會忘卻喧囂的倦怠.  只有怡然自得的人士,  沒有喧嘩孤寂,  沒有尊榮瘠枯,  無論到那裏都是自得其樂悠然閑適的天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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