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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것이 딱딱한 것보다 튼튼하다 [柔之堅於剛유지견어강] <설원>


한평자(韓平子)가 숙향(叔向)에게 물었다.

“강한 것과 부드러운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견고합니까?”

이에 숙향이 대답하였다.

“저는 지금 나이가 여든입니다. 이는 모두가 빠지고 빠져서 없지만, 혀는 아직도 그대로 있습니다. 노담(老聃)이 한 말 중에 ‘천하에 가장 부드러운 것만이 천하에 가장 견고한 것을 타고 부릴 수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 ‘사람이 태어날 때는 유약하지만 죽고 나면 뻣뻣하며, 만물의 초목도 갓 자라날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어서는 말라 뻣뻣하다. 이로 보건대 유약함이란 살아 있는 무리들이 지닐 수 있는 것이요, 강함이란 죽은 무리들의 것이다.’라는 말도 하였습니다. 무릇 생명이 있는 것은 허물어져도 다시 복원되지만, 죽은 것은 한 번 무너지면 더욱 쇠잔해지고 맙니다. 저는 이 까닭으로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보다 견고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평자가 말하였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그대의 행동은 무엇을 따르고 있습니까?”

숙향이 말하였다.

“저 역시 부드러움을 따를 뿐이니, 어찌 강함을 따르겠습니까.”

평자가 말하였다.

“부드러움은 너무 무른 것이 아닙니까?”

숙향이 말하였다.

“부드러움은 감아 묶어도 부러지지 않고, 구부려도 이지러지지 않으니, 어찌 무르고 약하다 하겠습니까. 하늘의 법도는 미약한 것이 이기게 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두 군대가 맞붙으면 부드러운 자가 이기며, 원수진 두 사람이 이익을 다투게 되면 약자가 얻게 됩니다. 주역(周易)에 ‘천도(天道)는 가득 찬 것을 덜어 겸손한 것에게 보태 주고, 지도(地道)는 가득 찬 것을 변화시켜 겸손한 쪽으로 흐르게 하며, 귀신은 가득 찬 것을 해하여 겸손한 이에게 복을 주며, 인도(人道)는 가득 찬 것을 싫어하며 겸손한 것을 좋아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무릇 겸(謙)을 품고 있으면 유약의 부족함을 위의 사도(四道)가 도와 줄 것이니, 어디를 간들 자기의 뜻을 이루지 못하겠습니까.”

평자가 말하였다.

“좋은 말씀입니다.”

<설원 : 경신>


韓平子問於叔向曰 : 「剛與柔孰堅?」 對曰 : 「臣年八十矣, 齒再墮而舌尚存, 老聃有言曰 : 「天下之至柔, 馳騁乎天下之至堅.」 又曰 : 「人之生也柔弱, 其死也剛強 ; 萬物草木之生也柔脆, 其死也枯槁. 因此觀之, 柔弱者生之徒也, 剛強者死之徒也.」 夫生者毀而必復, 死者破而愈亡 ; 吾是以知柔之堅於剛也.」 平子曰 : 「善哉! 然則子之行何從?」 叔向曰 : 「臣亦柔耳, 何以剛爲?」 平子曰 : 「柔無乃脆乎?」 叔向曰 : 「柔者紐而不折, 廉而不缺, 何爲脆也? 天之道, 微者勝, 是以兩軍相加而柔者克之 ; 兩仇爭利, 而弱者得焉. 易曰 : 「天道虧滿而益謙, 地道變滿而流謙, 鬼神害滿而福謙, 人道惡滿而好謙.」 夫懷謙不足之, 柔弱而四道者助之, 則安往而不得其志乎?」 平子曰 : 「善!」 【說苑 : 敬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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