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야기를 보전하고 홍진을 떨쳐내는 방법 [臥雲弄月 絕俗超塵] <채근담>


갈대꽃 이불 덮고 눈밭에 누워 구름 속에 잠들면

움막 가득 청명한 밤기운을 보전할 수 있고

댓잎술잔 기울이며 바람을 노래하고 달을 즐기면

세상의 온갖 더러움을 모두 떨쳐 낼 수 있다.


蘆花被下,  臥雪眠雲,  保全得一窩夜氣.
노화피하,  와설면운,  보전득일와야기.
竹葉杯中,  吟風弄月,  躲離了萬丈紅塵.
죽엽배중,  음풍농월,  타리료만장홍진.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노화[蘆花]  갈대꽃. 갈대에 피는 꽃. 참고로, 송(宋)나라 유자환(劉子寰)의 시 옥루춘(玉樓春)에 “부들꽃은 쉽게 시들고 갈대꽃은 일찍 지고, 객지의 세월은 마치 새처럼 날아가네.[蒲花易晩蘆花早, 客裏光陰如過鳥.]”라고 하였다.
  • 노화피[蘆花被]  솜 대신 갈대의 꽃을 넣어 부풀린 이불을 이른다.
  • 와[窩]  움집. 움을 파고 지은 집. 우묵한 곳. 간직해 두는 곳. 굴(窟)
  • 야기[夜氣]  밤공기의 차고 눅눅한 기운. 청명한 밤기운. 더럽지 않은 깨끗한 마음. 일체의 바깥 사물이 잠든 깊은 밤중이나 새벽의 전혀 잡념이 없는 순수한 마음가짐. 정기(精氣)를 회복할 때의 정신 상태. 한밤중의 깨끗하고 맑은 기운으로, 밤중에 고요히 생각할 적에 생겨나는 양지(良知)와 선념(善念)을 말한다. 맹자(孟子) 고자 상(告子上)에 이르기를 “야기(夜氣)가 보존될 수 없으면 금수(禽獸)와의 거리가 멀지 않다.[夜氣不足以存, 則其違禽獸不遠矣.]”라고 하였다. 송나라의 남당(南塘) 진무경(陳茂卿)이 스스로 경계하기 위해 지은 숙흥야매잠(夙興夜寐箴)에 “밤의 기운으로 마음과 정신을 잘 기르면, 정이 다시 원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것을 항상 생각하고 마음에 두어, 밤낮으로 부지런히 힘써야 한다.[養以夜氣, 貞則復元. 念玆在玆, 日夕乾乾.]”라고 하였다.
  • 야기[夜氣]  밤사이에 생겨나는 천지의 맑은 기운으로, 새벽녘 사물과 접하지 않았을 때의 청명한 마음. 유가(儒家)에서는 이 기운을 흔히 사람의 양심(良心)에 비겨서 중하게 여긴다. 외물을 접하기 이전의 청명한 새벽에는 이런 마음이 남아 있다가 낮에 불선(不善)한 행위를 함으로 말미암아 점점 사라지게 된다고 하는데, 이것을 제(齊)나라 우산(牛山)의 나무에 비유해서 자세히 설명한 내용이 맹자집주(孟子集註) 고자장구 상(告子章句上)의 우산장(牛山章)에 “밤에 자라나는 바와 새벽의 맑은 기운에 그 좋아하고 미워함이 남들과 서로 가까운 것이 얼마 되지 않는데 낮에 하는 소행이 이것을 짓눌러 없애니, 짓눌러 없애기를 반복하면 야기가 족히 보존될 수 없고, 야기가 보존될 수 없으면 금수와 거리가 멀지 않게 된다.[其日夜之所息、平旦之氣, 其好惡與人相近也者幾希, 則其旦晝之所爲, 有梏亡之矣. 梏之反覆, 則其夜氣不足以存; 夜氣不足以存, 則其違禽獸不遠矣.]”라고 보인다. 서산(西山) 진덕수(眞德秀)가 이를 주제로 하여 야기잠(夜氣箴)을 지었는데, 그 내용이 성리대전(性理大全) 권70에 보인다.
  • 음풍농월[吟風弄月]  맑은 바람을 읊고 밝은 달을 즐긴다는 뜻으로, 아름다운 자연의 경치를 시로 노래하며 즐김을 이르는 말. 맑은 바람과 밝은 달에 대하여 시를 짓고 즐겁게 놀다. 참고로, 이락연원록(伊洛淵源錄) 권1 염계선생(濂溪先生)에 정호(程顥)가 “내가 주무숙을 재차 뵙고 나서 음풍농월하며 돌아온 뒤로 ‘나는 증점을 허여하겠다.’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自再見周茂叔後, 吟風弄月以歸, 有吾與點也之意.]”라고 하였다.
  • 타리[躲離]  피하여 떠남. 비키다. 물러서다. 피하다. 타피(躲避).
  • 만장[萬丈]  높이가 만 길이나 된다는 뜻으로, 무척 높거나 대단함을 이르는 말.
  • 홍진[紅塵]  길에서 붉게 일어나는 흙먼지. 거마(車馬)가 일으키는 먼지. 번화한 곳. 바람이 몹시 불어 햇빛에 벌겋게 일어나는 티끌. 번거롭고 어지러운 속(俗)된 세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부귀에 연연하여 경쟁이나 각축이 심한 티끌세상. 불교와 도교에서 인간세상을 일컬음. 진세(塵世), 속세(俗世). 참고로, 한(漢)나라 소무(蘇武)가 지었다는 이릉녹별시(李陵錄別詩) 21수 중 제15수에 “홍진은 천지를 막아, 밝은 해를 어째서 어둡게 하는가.[紅塵塞天地, 白日何冥冥.]”라고 하였고, 당(唐)나라 유우석(劉禹錫)의 시 자조주지경희증간화제군(自潮州至京戱贈看花諸君)에 “도성 거리 뿌연 먼지가 얼굴을 스치는데, 꽃구경 간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네. 현도관 안에 복숭아나무 일천 그루는, 모두가 이 유랑이 떠난 뒤에 심은 거로다.[紫陌紅塵拂面來 無人不道看花回 玄都觀裏桃千樹 盡是劉郞去後栽]”라고 하였고, 왕건(王建)의 시 종군후기산중우인(從軍後寄山中友人)에 “한밤중에 닭 우는 소리에 흰머리를 빚고, 날이 밝자 말을 달려 번화가로 들어가네.[夜半聽鷄梳白髮, 天明走馬入紅塵.]”라고 하였다.

【譯文】 臥雲弄月,  絕俗超塵.
蘆花披臥雪地安心神閑眠煙雲,  保全那一分靜思產生的良知善念  ;  舉竹葉杯飮美酒賦詩文吟詠風月,  遠離那一片喧囂繁華的人間塵世.

Leave a Reply

Copyright (c) 2015 by 하늘구경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