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지어 가는 높은 벼슬아치 무리에
명아주 지팡이 짚은 한 산사람이 끼면
문득 고아한 풍취가 한층 더해지고
어부와 나무꾼이 다니는 길 위에
관복 입은 높은 벼슬아치 하나가 끼면
도리어 숱한 속기를 보태게 되니
이로써 짙은 것은 담박함만 못하고
속된 것은 고아함만 못함을 알 수 있다.
袞冕行中, 着一藜杖的山人, 便增一段高風.
곤면행중, 착일려장적산인, 변증일단고풍.
漁樵路上, 着一袞衣的朝士, 轉添許多俗氣.
어초로상, 착일곤의적조사, 전첨허다속기.
故知濃不勝淡, 俗不如雅也.
고지농불승담, 속불여아야.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곤면[袞冕] 곤복(袞服)과 면관(冕冠). 임금이 입던 곤룡포(袞龍袍)와 머리에 쓰던 면류관(冕旒冠)을 아울러 이르는 말. 곤(袞)은 임금이나 높은 벼슬을 가진 자의 옷. 면(冕)은 귀족이나 고관의 모자. 고대 제왕(帝王)과 상공(上公)이 착용하는 예복(禮服)과 예관(禮冠). 주례(周禮) 춘관사복(春官司服)에 “왕(王)의 길복(吉服)은 호천(昊天) 상제(上帝)에게 제사를 지낼 경우에는 대구(大裘)에다 면(冕)을 쓰고, 오제(五帝)에게 제사를 지낼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며, 선왕(先王)에게 제사를 지낼 경우에는 곤(袞)과 면(冕)을 착용한다. …… 공(公)의 복식은 곤면(袞冕) 이하는 왕의 복식과 같다.”라고 하였다.
- 행중[行中] 함께 길을 가는 모든 사람. 동행(同行)하는 모든 사람. 길을 함께 가는 일동.
- 행렬[行列] 여럿이 줄지어 감. 또는 그 줄.
- 여장[藜杖] 명아주 대궁으로 만든 지팡이. 명아주의 줄기로 만든 지팡이. 려(藜)는 일년생 초본식물 명아주를 가리키는데 줄기가 튼튼하여 지팡이로 만든다. 가벼워 노인이 이용하기에 좋다. 청려장(靑藜杖). 두보(杜甫)의 시 모귀(暮歸)에 “나이 쉰이 되고도 뜻대로 된 것 하나 없이, 내일도 명아주 지팡이 짚고 구름이나 보게 되겠지.[年過半百不稱意, 明日看雲還杖藜.]”라고 하였다.
- 산인[山人] 산림에 은거한 사람. 산림에 은둔한 선비. 속세를 떠난 사람. 세상을 멀리하고 깊은 산속에서 사는 사람. 문인이나 묵객들이 자기의 별호 밑에 붙이는 아호(雅號). 산속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승려나 도사를 이르는 말. 은자(隱者). 도사(道士).
- 고풍[高風] 고아(高雅)한 풍취(風趣). 고상한 인품. 고상한 기풍. 뛰어난 인덕(人德). 높은 인격. 고상한 풍채(風采)나 품격(品格). 남의 풍채(風采)를 높이어 일컫는 말. 고상(高尙)하고 고아(高雅)한 지조(志操)와 풍격(風格)을 가리킨다.
- 고아[高雅] 뜻이 높고 아담(雅淡·雅澹)함. 고상(高尙)하고 우아(優雅)함.
- 풍취[風趣] 아담한 정취가 있는 풍경. 격에 맞는 멋. 아담한 정취의 풍경. 풍경(風景)의 아취(雅趣). 풍치(風致).
- 어초[漁樵] 어부와 나무꾼. 물고기를 잡는 일과 땔나무를 하는 일. 전하여 산중에 은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식(蘇軾)의 전적벽부(前赤壁賦)에 “하물며 내가 그대와 함께 강가에서 고기 잡고 나무를 하며 물고기, 새우와 짝을 하고 고라니, 사슴과 벗함에랴.[況吾與子漁樵於江渚之上, 侶魚蝦而友麋鹿.]”라고 하였고, 왕유(王維)의 도원행(桃源行)에 “날 밝으면 골목마다 떨어진 꽃 쓸어내고, 날 저물면 어부와 나무꾼 배를 타고 돌아오네.[平明閭巷掃花開, 薄暮漁樵乘水入.]”라고 하였고, 고적(高適)의 시 봉구작(封丘作)에 “나는 본디 맹저 들에서 고기 잡고 나무나 하며, 일생이 본래 한가로운 사람이니, 초야에서 광가나 부르며 지낼지언정, 어찌 풍진 속에서 벼슬살이를 할 수 있으랴.[我本漁樵孟諸野, 一生自是悠悠者. 乍可狂歌草澤中, 寧堪作吏風塵下.]”라고 하였다.
- 곤의[袞衣] 12가지의 무늬를 수놓은 제복(祭服)인 십이장복(十二章服)을 말한다. 12가지 무늬는 일(日)·월(月)·성신(星辰)·산(山)·용(龍)·화(火)·화충(華蟲)·조(藻)·분미(粉米)·보(黼)·불(黻)이다.
- 곤의[袞衣] 임금이 입는 정복(正服), 곧 곤룡포(袞龍袍). 예전에, 천자(天子)가 입는 용의 무늬가 수놓인 예복을 이르던 말. 삼공(三公)을 뜻하는 말. 삼공도 곤의(袞衣)를 입기 때문에 이를 비유하여 부르는 것임. 곤의(袞衣)는 고대에 제왕이나 공경이 입었던 권룡(卷龍)을 수놓은 예복이다. 시경(詩經) 구역(九罭)에 “우리가 그분을 만나 보니, 곤의와 수상을 입었도다.[我覯之子 袞衣繡裳]”라고 하였고 “이러므로 곤의가 있는 것이니, 우리 주공(周公)을 데리고 돌아가, 우리 마음 슬프게 하지 말라.[是以有袞衣兮 無以我公歸兮 無使我心悲兮]”라고 한 데서 보인다. 곤의수상(袞衣繡裳)은 용을 그린 곤룡포와 수놓은 치마의 관복을 이른다.
- 조복[朝服] 조정(朝廷)에 나아갈 때 입는 의복(衣服). 조하(朝賀) 때 입는 예복. 관원이 조정에 나아가 의식을 시행할 때 입는 예복. 관원이 조정에 나아가 하례할 때에 입던 예복. 붉은빛의 비단(緋緞)으로 지었다.
- 조사[朝士] 조정에 몸을 담고 있는 신하. 조정에서 벼슬살이를 하는 신하. 조관(朝官). 조신(朝臣). 조정의 관리, 즉 중앙관리들을 가리킨다.
- 조사[朝士] 주대(周代) 추관(秋官)에 딸린 관직명이다. 외조(外朝)의 관리 서열 및 형옥(刑獄)을 관장한다. 외조(外朝)는 천자와 제후가 정사를 처리하는 곳이다.
- 전첨[轉添] 도리어 ~을 더하다.
- 속기[俗氣] 속된 기운. 세속(世俗)의 기풍. 돈이나 명예 따위에 집착하는 속된 기풍. 두보(杜甫)의 시 병적(屛迹)에 “백발로 명아주 끌고 다니니, 맘과 자취 둘 다 깨끗해 기쁘구나.[杖藜從白首 心迹喜雙淸]”라는 구절이 있는데, 구조오(仇兆鰲)의 주(注)에서 “맘과 자취가 둘 다 깨끗함은 세속의 기가 없음을 이른다.[心迹雙淸, 言無塵俗氣也]”라고 하였다.
- 속기[俗氣] 연화기(烟火嗜. 불을 때서 음식을 먹고사는 속인(俗人)이 좋아하는 생활을 의미한다.
- 속취[俗臭] 세속의 더러운 냄새. 돈이나 명예 따위에 집착하는 속된 기풍. 고상(高尙)하지 못하고 속(俗)된 냄새. 염증(炎症)이 날 만한 범속(凡俗)한 기풍(氣風).
【譯文】 鄙俗不及風雅, 淡泊反勝濃厚 : 俗不及雅, 淡反勝濃.
穿戴袞服冕冠的行列中, 出現一位手持藜杖的山裏士人, 就會增加一分高尙風雅 ; 漁父樵夫往來的道路上, 加入一個穿著禮服的朝廷之士, 轉眼增添許多世俗風氣. 因此知道濃豔不如淸淡, 粗俗不如文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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