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울 아래 홀연 개 짖고 닭 우는 소리 들리니
황홀하기가 구름 속 세상 같더니
서재에서 맑은 매미 소리 갈까마귀 소리 들으니
비로소 고요 속 별천지임을 알겠네
竹籬下, 忽聞犬吠鷄鳴, 恍似雲中世界.
죽리하, 홀문견폐계명, 황사운중세계.
芸窓中, 雅聽蟬吟鴉噪, 方知靜裏乾坤.
운창중, 아청선음아조, 방지정리건곤.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 소창유기小窓幽記)에는 “띠집 처마 밖에 문득 개 짖는 소리, 닭 울음소리 들리니 구름 속 세상처럼 황홀하구나. 대나무 주렴 아래 매미소리, 까치소리 들리니 고요의 세계임을 비로소 알겠네.[茅簷外, 忽聞犬吠雞鳴, 恍似雲中世界 ; 竹窗下, 唯有蟬吟鵲(鴉)噪, 方知靜裏乾坤.]”라고 되어 있다.
- 죽리[竹籬] 대 울타리. 굵은 대를 결어서 만들거나 대를 심어서 이룬 울타리. 소식(蘇軾)의 시 우거정혜원지동잡화만산유해당일주토인부지귀야(寓居定惠院之東雜花滿山有海棠一株土人不知貴也)에 “강성엔 장기가 많고 초목이 번성한데, 단지 명화 한 그루가 있어 몹시도 외롭구나. 대 울타리 사이서 한번 상긋 미소 지으니, 산 가득한 복사꽃 오얏꽃은 다 추속하기만 하네.[江城地瘴蕃草木 只有名花苦幽獨 嫣然一笑竹籬間 桃李漫山總麤俗]”라고 하였고, 산촌(山村) 5절 가운데 첫 수에 “대나무 울타리 두른 초가집이 개울 따라 늘어서 있는데, 봄날 산촌에 들어서니 곳곳이 꽃이로세.[竹籬茅屋趁溪斜, 春入山村處處花.]”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견폐계명[犬吠鷄鳴] 개가 짖고 닭이 욺. 신선전(神仙傳) 유안(劉安)에 의하면, 한(漢)나라 때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신선술(神仙術)을 좋아하여 방사(方士) 수천 명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팔공(八公)이라 일컫는 여덟 명의 방사로부터 신선술을 터득하여 온 가족을 데리고 환한 대낮에 신선이 되어 백일승천(白日昇天)하였다 하는데, 당시 사람들이 전하기를 “팔공과 유안이 떠날 때, 먹다 남긴 약그릇을 마당 가운데 두었는데, 닭과 개가 그것을 핥아 먹고 쪼아 먹고 하여 모두 하늘로 올라갔기 때문에, 하늘에서 닭이 울고, 구름 속에서 개가 짖었다.[八公安臨去時. 餘藥器置在中庭. 雞犬舐啄之, 盡得昇天, 故雞鳴天上, 犬吠雲中也.]”고 하였다고 한다. 또, 술이기(述異記) 권상(卷上)에 “제양산의 마고가 등선한 곳에서는, 전설에 ‘산 위에서 천년 묵은 금계가 울고 옥견이 짖는다.’라고 한다.[濟陽山麻姑登仙處, 俗說山上千年金鷄鳴玉犬吠.]”라고 하였다.
- 황홀[恍惚] 미묘(微妙)하여 헤아려 알기 어려움. 눈이 부시어 어릿어릿할 정도로 찬란하거나 화려함. 어떤 사물에 마음이나 시선이 혹하여 달뜸. 아련하다. 아스라하다. 신이 아득하다. 비슷하다. 몽롱하다. 멍하다. 얼떨하다. 달뜬 상태가 되다. 참고로, 노자서승경(老子西升經) 도상(道象)에 “대도는 형상과 시말이 없어, 없는 것도 같고 있는 것도 같다.[道象無形端, 恍惚亡若存.]”라고 하였다.
- 운창[芸窓] 서실(書室). 글을 읽는 방(房). 글 읽는 방의 창문. 서재(書齋)나 서재의 창(窓)을 멋스럽게 이르는 말. 예전에, 좀을 막기 위하여 책장(冊欌)에 운초(芸草)의 잎을 넣어 두던 데서 유래(由來)한다. 운창의 운(芸)은 다년생인 운향(芸香)이라는 풀인데, 좀을 물리치는 향기를 지녔다. 서재나 장서실(藏書室)에 이것을 넣어 두기 때문에 장서실(藏書室)을 운각(芸閣), 또는 운창(芸窓)이라고 한다.
- 방지[方知] 비로소 ~알다. 바야흐로 ~알다.
【譯文】 雲中世界, 靜裏乾坤.
在竹籬茅舍下忽然聽聞雞鳴狗叫, 恍惚宛似雲霄中的世界 ; 從書房窗戶中嫻雅靜聽蟬鳴鴉啼, 方才知道寧靜裏的天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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