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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물상지玩物喪志하지 말고 차경조심借境調心하라 <채근담>


숲 속의 맑은 샘과 바위 사이를 거닐면

속세에 찌든 마음이 어느덧 가라앉고

시서와 그림 속에 마음이 머물면

속된 기운이 모르는 사이에 스러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비록

외물에 빠져 본마음을 잃지 않더라도

그윽한 경지를 빌어 늘 그 마음을 고른다.


徜徉於山林泉石之間,  而塵心漸息.
상양어산림천석지간,  이진심점식.
夷猶於詩書圖畫之內,  而俗氣潛消.
이유어시서도화지내,  이속기잠소.
故君子雖不玩物喪志,  亦常借境調心.
고군자수불완물상지,  역상차경조심.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상양[徜徉]  목적 없이 어떤 곳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님. 어슷거려 거닒. 한가로이 거닐다. 유유히 걷다. 유유자적하며 즐기다. 어정거리다. 배회하다. 방황하다. 심신이 불안정한 모양을 가리킨다. 常羊(상양)으로도 쓴다. 당(唐)나라 한유(韓愈)의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曲序)에 “내 수레에 기름 치고 내 말을 잘 먹여서 그대 따라 반곡에서 한가로이 거닐다가 나의 생애를 마치리라.[膏吾車兮 秣吾馬 從子于盤兮 終吾生以徜徉]”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진심[塵心]  속세에 더럽혀진 마음. 속세의 일에 더럽혀진 마음. 번뇌를 일으키는 마음. 속계(俗界)의 명리(名利)를 탐내는 마음. 범속한 사람의 마음. 명리를 쫓는 속인들의 마음. 매요신(梅堯臣)의 시 송현영상인왕여산(送縣潁上人往廬山)에 “속인의 맘 예로부터 씨기 어려웠는데, 폭포는 가을날 무지개를 세웠네.[塵心古難洗, 瀑布垂秋虹.]”라고 하였고, 백거이(白居易)의 시 풍각로처견여엄랑중수화시인희증절구(馮閣老處見與嚴郞中酬和詩因戱贈絶句)에 “행여 놀러 갔더라도 기억하지 말게, 속세의 맘 일어나면 인간세계로 떨어질 테니.[縱有舊游君莫憶, 塵心起卽墮人間.]”라고 하였다.
  • 점식[漸息]  점차 사라짐. 전등록(傳燈錄)에, 어떤 장군이 부귀공명을 버리고 산에 들어가서 중이 되니, 친구들이 와서 말리기를 “자네가 미쳤는가?”라고 하자, 그가 답하기를 “내가 미친 것은 이제 점점 쉬는데[我狂漸息], 그대의 미침은 한창 발작하네.”라고 하였다 한다.
  • 이유[夷猶]  이유(夷由). 머뭇거리며 배회함. 마음이 노니는 것. 마음을 비우고 편안히 대함. 태연자약하다. 주저하다. 머뭇거리다. 유유자적하다(=夷由). 침착하다. 차마 떠나지 못하다(留戀). 계속 머무르다(=留連). 초사(楚辭) 구가(九歌) 상군(湘君)에 “그대 떠나지 못하고 주저함이여.[君不行兮夷猶.]”라고 하였는데, 왕일(王逸)의 주(注)에 “이유는 망설이는 모양[猶豫]이다.”라고 하였다.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 경난리후천은유야랑억구유서회증강하위태수양재(經亂離後天恩流夜郎憶舊遊書懷贈江夏韋太守良宰)에 “연계와 같아서 전진을 하지도 못한 채, 말에게 물만 먹이며 공연히 머뭇거리누나.[連鷄不得進, 飮馬空夷猶.]”라고 하였고, 주희(朱熹)가 황수 자후(黃銖子厚)와 범염덕 백숭(范念德伯崇)과 만나기로 약속했다가 그들이 오지 않아서 지은 회인(懷人)이라는 시에 “우리 당의 이삼자여, 이곳에 와서 나와 만나려고 하였는데. 세상사 참으로 어지러워, 옛 언약 끝내 아득하네. 빈 산에 해가 다시 지니, 우두커니 서서 서글피 배회하네.[吾黨二三子 欲來從我游 塵機諒擾擾 遐諾終悠悠 空山日復晩 佇立悵夷猶]”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속기[俗氣]  속된 기운. 세속(世俗)의 기풍. 돈이나 명예 따위에 집착하는 속된 기풍. 두보(杜甫)의 시 병적(屛迹)에 “백발로 명아주 끌고 다니니, 맘과 자취 둘 다 깨끗해 기쁘구나.[杖藜從白首 心迹喜雙淸]”라는 구절이 있는데, 구조오(仇兆鰲)의 주(注)에서 “맘과 자취가 둘 다 깨끗함은 세속의 기가 없음을 이른다.[心迹雙淸, 言無塵俗氣也]”라고 하였다.
  • 잠소[潛消]  모르는 사이에 사라짐. 남모르게 저절로 스러져 없어지다. 몰래 사라진다. 서경(書經) 경명(冏命)에 “어둡고 어두운 가운데에서 은근히 사라지고 묵묵히 빼앗기고는, 밝고 밝은 즈음에 밝게 간하고 드러나게 간하는 것은 말단의 방법이다.[潛消默奪於冥冥之中 而明爭顯諫於昭昭之際 抑末矣]”라고 하였다.
  • 완물[玩物]  장난감. 재미로 가지고 노는 물건. 이상한 물건을 취미로 구경함. 놀림의 대상이 되는 것. 아이들이 가지고 놀게 할 목적으로 만들어 놓은 여러 가지 물건. 다른 사람에게 놀림의 대상이 될 만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감상품. 경물을 감상하다. 노리개. 노리갯감.
  • 완물상지[玩物喪志]  외물(外物)에 빠져 내심(內心)을 해친다는 말. 외물은 진기한 물건에서부터 오관(五官)과 심신을 즐겁게 하는 모든 물욕적, 정서적, 오락적 향수(享受)를 말하며, 내심은 도덕적 수양 또는 유가적(儒家的) 이상의 추구를 말한다. 서경(書經) 여오(旅獒)의 “사람 때문에 정신이 팔려서 노닐다 보면 자기의 덕을 상실하고, 물건 때문에 정신이 팔려서 노닐다 보면 본래의 뜻을 잃게 된다.[玩人喪德 玩物喪志]”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인데, 송유(宋儒) 정호(程顥)의 문인인 사양좌(謝良佐)가 사서(史書)를 잘 외우며 박학다식한 것을 자부하자, 정호가 “잘 외우고 많이 알기만 하는 것은 장난감에 정신이 뺏겨 본심을 잃는 것과 같다.[以記誦博識 爲玩物喪志]”라고 비판한 말이 근사록(近思錄) 위학(爲學)에 나온다.
  • 완물상지[玩物喪志]  쓸 데 없는 물건(物件)을 가지고 노는 데 정신(精神)이 팔려 소중(所重)한 자기(自己)의 의지(意志)를 잃는다는 뜻으로, 물질(物質)에만 너무 집착(執着)한다면 마음 속의 빈곤(貧困)을 가져와 본심(本心)을 잃게 됨을 비유(比喩)한 말이다. 근사록(近思錄) 권2에 “명도 선생은 기억하고 외워 널리 아는 것을 완물상지라고 여기셨다.[明道先生以記誦博識, 爲玩物喪志.]”라고 하였다. 명도 선생은 정호(程顥)이고, 완물상지는 외물을 지나치게 좋아하다가 자신의 뜻을 잃게 됨을 뜻한다. 정호와 정이(程頤)의 문인 사양좌(謝良佐)가 처음에 잘 기억하는 것을 공부라고 생각하여 해박함을 자부하고서 자랑삼아 정호의 앞에서 역사책을 놓고 한 자도 빠뜨리지 않고 끝까지 암송하였다. 그러자 정호가 “그대가 이렇게 많이 기억하고 있으니 완물상지라고 이를 만하다.[賢却記得許多, 可謂玩物喪志.]”라고 하니, 사양좌가 이를 듣고 부끄러워서 온몸에 땀이 나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고 한다. <近思錄集解 卷2>
  • 완물상지[玩物喪志]  기송박식(記誦博識)을 말한다. 사상채(謝上蔡: 사양좌謝良佐)가 옛사람의 선행(善行)을 모아 별도로 책 1권을 만들었더니, 스승인 정명도(程明道: 정호程顥)가 보고는 “이는 완물상지(玩物喪志)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는 심중에는 털끝만한 일도 두는 바가 있어서는 안 됨을 말한 것이다. 즉 글 읽는 것을 귀히 여기는 것은 마음을 보존하고 이치를 밝히려는 것인데, 기송(記誦)에만 힘쓰면 글이란 역시 외물(外物)이므로 본심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近思錄 卷2 爲學>
  • 완물상지[玩物喪志]  서경(書經) 여오(旅獒)에 “사람을 가지고 희롱하면 덕을 잃을 것이고, 물건을 가지고 희롱하면 뜻을 잃을 것입니다. 뜻을 도(道)로써 편안하게 하시고, 말을 도(道)로써 접하소서. 무익한 일을 함으로써 유익한 일을 해치지 않으면 공(功)이 이에 이루어질 것이며, 특이한 물건을 귀하게 여김으로써 늘 쓰는 물건을 천하게 여기지 않으면 백성들이 이에 풍족해질 것이며, 먼 곳의 물건을 보배로 여기지 않으면 먼 곳 사람들이 와서 복종하게 될 것이고, 보배로 여기는 것이 오직 어진 사람이라면 가까운 사람들이 편안하게 될 것입니다.[玩人喪德, 玩物喪志. 志以道寧, 言以道接. 不作無益害有益, 功乃成, 不貴異物賤用物, 民乃足. 不寶遠物, 則遠人格, 所寶惟賢, 則邇人安.]”라는 구절에서 연유한 것으로, 사람이 외물(外物)을 좋아하면 곧 흉중(胸中)의 지기(志氣)를 상실함을 말한 것이다. 사상채(謝上蔡)가 처음 정자(程子)의 문하(門下)에 들어갔을 때 사기(史記)의 어느 한 조항이 언급되자 그 전문(全文)을 모두 외웠다. 그러자 정자는 완물상지(翫物喪志)라고 책망하였는데, 이 말을 들은 상채는 등줄기에서 땀이 흘렀다고 한다.
  • 차경[借境]  환경을 빌림. 외부의 자연환경을 끌어들여 자신의 풍경으로 만드는 것을 차경(借境)이라고 한다.
  • 차경조심[借境調心]  환경을 바꾸어 마음을 달램. 주변의 환경에 의지하여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유아(幽雅)한 경지를 빌려 저속에 빠지는 마음을 조절하는 것.
  • 경지[境地]  정신이나 몸, 기술 따위가 도달해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단계나 상태. 학문이나 예술 따위에서 일정한 체계로 이루어진 어떤 영역이나 분야. 일정한 경계 안의 땅.

【譯文】 聖境之下,  調心養神.
悠閑徘徊在山川林野泉溪岩石之間,  而凡塵的心念會漸漸平息,  從容留連在詩詞書法圖軸畫卷之內,  而世俗的氣習會暗中消失.  所以有才德修養的人雖然不沉迷玩賞寶物而喪失志向,  也要經常假借自然環境來調息身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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