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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번화繁華함이 가을날의 공명空明함만 못하다 <채근담>


봄날 날씨가 화사하여

사람의 몸과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은

가을날의 흰 구름과 맑은 바람

난초와 계수나무의 그윽한 향기

물과 하늘 한 빛으로 온 천지가 공활이 밝아

사람의 몸과 마음을 모두 맑게 하는 것만 못하다.


春日氣象繁華,  令人心神駘蕩,  不若秋日雲白風淸,
춘일기상번화,  영인심신태탕,  불약추일운백풍청,
蘭芳桂馥,  水天一色,  上下空明,  使人神骨俱淸也.
난방계복,  수천일색,  상하공명,  사인신골구청야.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기상[氣象]  바람, 구름, 비 등 대기 중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 대기(大氣) 중(中)에서 일어나는 물리적(物理的)인 현상(現象)을 통틀어 이르는 말. 바람, 구름, 비, 눈, 더위, 추위 따위를 이른다.
  • 기상[氣像]  사람의 타고난 기질이나 마음씨. 사람이 타고난 기개(氣槪)나 마음씨. 또는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모양(模樣). 타고난 성정. 사람의 타고난 성품과 몸가짐. 의기(意氣). 분위기. 기색.
  • 경상[景象]  산과 물 따위의 자연계의 아름다운 현상(現象). 산이나 들, 강, 바다 따위의 자연이나 지역의 모습. 현상. 상태. 상황. 광경. 경치.
  • 번화[繁華]  성대하고 화려함. 번창(繁昌)하고 화려(華麗)함. 얼굴이 높고 귀(貴)하게 될 빛이 있고 환함. 얼굴에 달기(達氣)가 있고 화려. 최도(崔塗)의 시 감화(感花)에 “춘풍에 한바탕 저물녘 비가 내리니, 번화한 꽃이 또다시 꿈에서 깨는 때라오.[東風一陣黃昏雨, 又是繁華夢覺時.]”라고 하였고, 송(宋)나라 육유(陸遊)의 시 회성도(懷成都)에 “방옹이 나이 쉰에도 호탕 방종하였는데, 금성에서 한 번 번화한 꿈에서 깨어났네.[放翁五十猶豪縱, 錦城一覺繁華夢.]”라고 하였다.
  • 태탕[駘蕩]  넓고 큰 모양. 구속받지 않고 멋대로 행동함. 봄의 바람이나 날씨 따위가 화창(和暢)한 모양. 기대나 환희로 마음이 들뜨는 상태. 방탕함. 사영운(謝靈運)의 시 직중서성(直中書省)에 “벗 그리는 정은 가슴속에 울적하고, 봄의 풍광은 화창도 하여라. 어찌하면 바람을 탈 만한 날개를 얻어, 산수를 마음대로 완상할 수 있을꼬.[朋情以鬱陶, 春物方駘蕩. 安得凌風翰, 聊恣山泉賞?]”라고 하였고, 장자(莊子) 잡편(雜篇) 천하(天下) “혜시의 재능은 멋대로 행동하여 제대로 터득하지 못했으며 만물을 쫓아가 돌아오지 않았으니, 이것은 메아리를 멈추게 하고자 하면서 큰 소리를 지르고 몸이 그림자와 경주하면서 그림자에게서 떨어지려 하는 것이다.[惠施之才, 駘蕩而不得, 逐萬物而不反, 是窮響以聲, 形與影競走也.]”라고 한 데서 보이는데, 성현영(成玄英)은 “태(駘)는 방탕(放蕩)함이다.[駘, 放也.].라고 하였다.
  • 방탕[放蕩]  술, 성적 쾌락, 노름 등에 과도하게 빠져 바르게 살지 못함. 주색잡기(酒色雜技)에 빠져서 행실(行實)이 좋지 못한 것. 마음이 들떠서 갈피를 잡을 수 없음. 마음이 들떠 걷잡을 수 없는 것. 구애 받지 않다. 거리낌 없이 행동하다. 절제하지 못하고, 허영심이 넘쳐 나며, 삶의 규모가 없고, 그 내면에 가치 있는 것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타락한 자의 그릇된 행태를 가리킨다.
  • 난방[蘭芳]  난초의 그윽한 향기. 미덕(美德)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난방(蘭芳)은 난초 향기와 같은 현신(賢臣)을 비유한다. 초사(楚辭) 초혼(招魂)에 “난초향 환한 기름불 밝혀놓고 아름다운 등잔을 가지런히 놓았네. 마음 속 깊은 정을 서로 엮어 읊조리니 향기로운 그 마음 꽃다운 난초로다.[蘭膏明燭, 華鐙錯些. 結撰至思, 蘭芳假些.]”라고 하였다.
  • 계복[桂馥]  계수나무의 향기.
  • 공명[空明]  텅 비어 밝음. 달빛이 비치는 투명한 강물. 달빛이 물에 비치어 텅 비고도 밝은 모습. 달빛이 부서져 내리는 투명한 강물 빛. 하늘과 땅 사이의 빈 곳. 동파(東坡) 소식(蘇軾)의 전적벽부(前赤壁賦)에 “계수나무 노와 목란 상앗대로, 맑은 물결을 치며 달빛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도다. 아득한 나의 회포여, 하늘 저 끝에 있는 미인을 그리도다.[桂棹兮蘭槳, 擊空明兮泝流光. 渺渺兮余懷, 望美人兮天一方.]”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공활[空闊]  광활하다. 넓고 넓다. 속이 깊고 너그럽다.
  • 공활[空豁]  텅 비어 몹시 넓음.
  • 신골[神骨]  마음과 몸. 정신과 육체. 신운(神韻)과 풍골(風骨). 신운풍골(神韻風骨) 즉 운치와 기상을 가리킨다.

【譯文】 春之繁華,  不若秋之淸爽  :  繁華之春,  不若秋實.
春天裏景象繁榮華盛,  使人心情精神怡悅蕩漾,  不如秋天浮雲潔白微風淸爽,  蘭花芬芳桂花馥鬱,  水天相接渾然一色,  天地交合空曠明澈,  使人神韻風骨全都淸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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