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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요동치면 살기殺氣가 뵈고, 차분하면 진기眞機가 뵌다 <채근담>


마음이 흔들리어 움직이면

활 그림자가 뱀으로 의심되고

누인 바위가 엎드린 호랑이로 뵈니

이럴 때는 모든 것이 살기를 띠게 된다.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면

두렵게 느끼던 것도 친근하니 만들 수 있고

소란한 개구리소리도 음악으로 삼을 수 있으니

닿는 곳 어디서나 참된 작용을 보게 된다.


機動的,  弓影疑爲蛇蝎,  寢石視爲伏虎,  此中渾是殺氣.
기동적,  궁영의위사갈,  침석시위복호,  차중혼시살기.
念息的,  石虎可作海鷗,  蛙聲可當鼓吹,  觸處俱見眞機.
염식적,  석호가작해구,  와성가당고취,  촉처구견진기.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기동[機動]  심기용동(心機湧動). 심기가 심하게 요동침.
  • 심기[心機]  마음을 움직이는 실마리. 마음의 기능이나 활동. 마음의 틀. 마음의 움직임.
  • 용동[湧動]  밖으로 세차게 흐르다. 위로 용솟음치다. 솟구쳐 오르다.
  • 궁영[弓影]  활 그림자. 활의 모양이 비춘 것. 배중궁영(杯中弓影). 배중사영(杯中蛇影).
  • 사갈[蛇蝎]  뱀과 전갈(全蠍)을 아울러 이르는 말. 남을 해치거나 심한 혐오감을 주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몹시 해롭거나 남을 해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악독한 사람. 독살스러운 놈. 사람이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자. 참고로, 소옹(邵雍)의 사갈음(蛇蝎吟)에 “뱀의 독을 멀리하면 살고 전갈의 독을 가까이 하면 죽네. 뱀과 전갈 비록 같지 않지만 그 독은 실로 차이가 없네. 뱀은 머리로 사람 물고 전갈은 꼬리로 용사(用事)하니, 어찌하랴 천지간에 머리와 꼬리 두려워하는 것을.[蛇毒遠於生, 蠍毒近於死. 蛇蠍雖不同, 其毒固無異. 蛇以首中人, 蠍以尾用事. 奈何天地間, 畏首又畏尾.]”이라고 하였다.
  • 배중사영[杯中蛇影]  술잔 속의 뱀 그림자. 자기 스스로 의혹(疑惑)된 마음이 생겨 고민하는 일.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의심을 품고 지나치게 근심을 함. 공연한 의심으로 스스로 괴로워함. 부질없이 의심을 품으면 엉뚱한 데에서 탈이 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동한(東漢) 응소(應劭)의 풍속통의(風俗通義) 세간다유견괴(世間多有見怪)에 “우리 할아버지 응빈(應彬: 침郴)이 급현(汲縣)의 현령을 할 때, 하짓날 주부(主簿) 두선(杜宣)을 불러 술자리를 베풀었다. 당시 북쪽 벽에 붉은색 활이 걸려 있었는데 활 그림자가 술잔에 비쳐 그 모양이 뱀처럼 보였다. 두선은 몹시 꺼림칙했지만 상사 앞이라 내색도 못 하고 술을 마셨다. 그날로 두선은 배탈이 나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몸져누웠는데,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여 치료했지만 낫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이 소식을 듣고 두선의 집에 가 문병하며 그 까닭을 물었다. 두선은 뱀이 뱃속에 들어가 있어 겁이 난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관사에 돌아와 그 이유를 오랫동안 생각하다가 벽에 걸려 있는 활을 보고 바로 이것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사람을 보내 두선을 가마에 태워 데리고 오도록 하여 술자리를 마련했는데, 잔에는 여전히 뱀이 비쳤다. 할아버지는 두선에게 ‘이것은 벽에 있는 활의 그림자이지 다른 괴이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주었다. 두선은 의혹이 풀리자 마음이 편안해지고 병도 씻은 듯이 나았다.[予之祖父郴爲汲令, 以夏至日請見主薄杜宣, 賜酒. 時北壁上有懸赤弩, 照於杯, 形如蛇. 宣畏惡之, 然不敢不飮. 其日便得胸腹痛切, 妨損飮食, 大用嬴露, 攻治萬端, 不爲愈. 後郴因事過到宣家, 窺視問其故. 云畏此蛇, 蛇入腹中. 郴還聽事, 思惟良久, 顧見懸弩, 必是也. 則使門下史將鈴下侍徐輦載宣, 於故處設酒, 杯中故復有蛇. 因謂宣, 此壁上弩影耳, 非有他怪. 宣意遂解, 甚夷懌, 由是瘳.]”는 이야기가 나오고, 진서(晉書) 권43 악광전(樂廣傳)에 “악광(樂廣)의 자는 언보(彦輔)이고 남양(南陽) 육양인(淯陽人)이다. 하남윤(河南尹)으로 옮겼는데, 늘 오는 친한 객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소식이 없고 다시 오지도 않았다. 악광이 그 까닭을 물으니 ‘전에 자리에서 내려주시는 술을 받았을 때, 막 마시려고 하는데 갑자기 잔속에 뱀이 있음을 보고, 마음속으로 매우 꺼렸으나 이미 마시고 병이 났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때에 하남(河南) 청사(廳事) 벽에 각궁(角弓)이 걸려있었는데 옻칠로 뱀을 그려놓은 것이었다. 악광은 잔속의 뱀이 곧 각궁의 그림자라고 생각했다. 다시 전의 장소에 술상을 차리고, 그 손님에게 ‘잔속에 다시 보이는 것이 있습니까, 없습니까.’라고 물었다. 객이 ‘보이는 것이 처음과 같습니다.’라고 하였다. 악광이 이에 그 까닭을 말하니, 객은 툭 트인 듯이 마음이 풀리고, 마음의 묵은 병이 대번에 나았다.[樂廣字彦輔, 南陽淯陽人. 遷河南尹. 嘗有親客, 久闊不復來. 廣問其故. 答曰, 前在坐蒙賜酒, 方欲飮, 見杯中有蛇, 意甚惡之, 旣飮而疾. 於時河南聽事壁上有角, 漆畵作蛇. 廣意杯中蛇, 卽角影也. 復置酒於前處, 謂客曰, 酒中復有所見不. 答曰, 見所如初. 廣乃告其所以. 客豁然意釋, 沈疴頓愈.]”는 이야기가 나온다. 후에 이를 배중사영(杯中蛇影)이라 하여 의심으로 인해 생기는 병을 비유하게 되었다. <風俗通 怪神> 배중궁영(杯中弓影).
  • 침석[寢石]  가만히 누워 있는 돌.
  • 복호[伏虎]  엎드려 앉은 범. 엎드려 있는 호랑이. 호랑이를 제압하다. 호랑이 같은 강적을 제압하다.
  • 침석위복호[寢石爲伏虎]  가만히 있는 바위가 호랑이로 보임. 사기(史記) 권109 이장군열전(李將軍列傳)에 “이광(李廣)이 사냥을 나갔다가 풀밭에 있는 돌을 호랑이로 보고 활을 쏘았는데, 돌에 적중하여 화살촉이 박혀 버렸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돌이었다. 이광은 다시 한 번 활을 쏘아 보았는데, 아무리 해도 화살촉이 돌에 박히지 않았다.[廣出獵, 見草中石, 以爲虎而射之, 中石沒鏃, 視之石也. 因復更射之, 終不能復入石矣.]”라고 하였다. 또, 한시외전(韓詩外傳)에 “옛날에 초(楚)나라의 웅거자(熊渠子)가 밤길을 가다가 누워 있는 바위를 엎드려 있는 호랑이로 보고 활을 힘껏 당겨 쏘았는데 화살의 깃까지 박혔다. 내려가 보고서야 그것이 돌인 줄 알았다.[昔者楚熊渠子夜行, 寢石, 以爲伏虎, 彎弓而射之, 沒金飮羽. 下視, 知其爲石.]”라고 하였다. 이 이야기는 유향(劉向)의 신서(新序)에도 나온다.
  • 살기[殺氣]  독살스러운 기운(氣運). 남을 죽이거나 해치려는 듯한 무서운 기운. 무시무시하고 거친 기운(氣運). 남을 해(害)치거나 죽이려는 사나운 기운(氣運). 음부경(陰符經)에 이르기를 “하늘이 살기를 내니 용과 뱀이 뭍에서 일어나고, 사람이 살기를 내니 하늘과 땅이 뒤집힌다.[天發殺機, 龍蛇起陸. 人發殺機, 天地反覆.]”라고 하였다.
  • 염식[念息]  마음이 고요함. 마음이 가라앉음. 마음속에 욕망이 없는 상태. 심념평식(心念平息).
  • 심념[心念]  마음속으로 생각함. 또는 그 생각. 마음속으로 생각함. 또는 그러한 마음.
  • 평식[平息]  평온해지다. 가라앉다. 수습되다. 원상태로 돌아가다. 진압하다. 평정하다.
  • 석호[石虎]  왕릉(王陵)이나 큰 무덤의 곡장(曲墻) 안에 만들어 세운 돌로 만든 범. 범처럼 생긴 돌. 옛날 초(楚) 나라의 웅거자(熊渠子)가 밤에 길을 가다가 돌을 보고는 엎드려 있는 범으로 착각한 다음 활을 쏘았는데, 화살이 깊이 박혔다. 뒤에 돌임을 확인하고는 다시 화살을 쏘았으나 촉이 들어가기는커녕 흔적조차 나지 않았다. 이것은 먼젓번에는 거자가 꼭 범인줄 알고 온 정성을 쏟아 쏘았기 때문에 지성에 감동되어 돌이 쪼개진 것이라 한다. <韓詩外傳>
  • 석호[石虎]  5호16국 시절 후조(後趙)의 제3대 임금인 무제(武帝) 석계룡(石季龍)의 성명이다. 자가 계룡(季龍)이다. 명제(明帝) 석륵(石勒)의 종자(從子: 조카)로, 용맹이 당대의 으뜸이라는 평을 받았으나, 성품이 매우 잔인하였다. 석륵을 도와 화북(華北) 통일에 공훈을 세운 뒤 군부를 장악하였다. 석륵의 아들 석홍(石弘)을 폐위하고 스스로 대조천왕(大趙天王)이라고 칭하였으며, 천왕(天王)의 지위에 오른 뒤 업(鄴)으로 천도하였으며, 칭제(稱帝)하였다. 그의 치세 15년간은 전조(前趙)・후조(後趙)를 통해 남흉노계(南匈奴系) 국가의 전성기였으나, 정치를 황태자 석수(石邃)에게 맡긴 채 수렵과 주색에 빠져 화려한 궁전을 짓는 등 국력을 피폐시켰다. 부채를 애용하였으며 좋은 부채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후조(後趙)는 건국한 지 32년 만에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4명의 단명한 임금들이 석호의 뒤를 이어 왕조의 연명을 꾀했으나 그 기간은 불과 2년이었다. 석호는 사실상 망국의 군주였다. 석호(石虎)의 아들 석수(石邃)와 석선(石宣)이 태자가 되자마자 차례로 죽게 되자, 이것은 모계가 미천하기 때문이므로 다음부터는 모계가 귀하고 효성스러운 자식을 태자로 삼으라는 주위의 충고에 대해 석호가 탄식하며 “나는 정갈한 재 세 섬을 가지고 내 배 속을 말끔히 닦아내고 싶다. 내 배 속이 더럽고 사악하기 때문에 흉한 아들을 낳았다. 아이는 갓 스무 살을 넘겼다. 문득 공을 죽이고 싶다.[吾欲以純灰三斛洗吾腹. 腹穢惡, 故生凶子, 兒年二十餘, 便欲殺公.]”라고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하고, 석호(石虎)가 스스로를 대조천왕(大趙天王)이라 칭하면서 신하들과 함께 태무전(太武殿)에서 잔치를 벌이니, 불교 전파를 위해 구자국(龜玆國)에서 중국으로 와있던 외국인 승려 불도징(佛圖澄)이 그 연회 소식을 듣고는 “가시나무가 숲을 이루고, 그 가시가 장차 사람들의 옷을 찢으리라.[棘子成林, 將壞人衣.]”라고 탄식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晉書 卷106 石季龍載記上>
  • 해구[海鷗]  바닷가에 있는 갈매기. 열자(列子) 황제(黃帝)에 “옛날 어떤 사람의 집이 바닷가에 있었다. 그는 매일 갈매기와 함께 놀면서 서로 친해지고 익숙해졌는데 그의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고서, 그에게 갈매기를 잡아오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그가 다시 바닷가로 갔을 때에는 갈매기들이 문득 그에게 가까이 오지 않았다.[古代有一人家住在海邊 每日和鷗鳥遊戱 相親相習 他父親知道後 要他捉鷗鳥回去 他再去海邊時 海鷗便不飛近他了]”라고 하였다.
  • 와성[蛙聲]  개구리의 우는 소리. 음란한 음악 소리. 떠드는 소리.
  • 고취[鼓吹]  북과 피리. 고는 타악, 취는 관악. 음악 연주(演奏). 북을 치고 피리를 붊. 전하여 북을 치고 피리를 불면 저절로 흥이 나는 것처럼 용기나 기운을 북돋워 일으키거나 의견, 사상 등을 열렬히 주장하여 불어넣는 것을 가리킨다. 선전(宣傳). 고취하다. 부추기다. 북치고 나발 불다. 고무하여 사기를 북돋우다.
  • 고취[鼓吹]  제향(祭享)이나 궁중의 예식(禮式)이나 국장(國葬)이 있을 때 그 반열에서 연주하던 아악대(雅樂隊)또는 아악대가 연주하는 음악을 이른다.
  • 와성당고취[蛙聲當鼓吹]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양부(兩部)의 음악 연주와 맞먹는다는 뜻이다. 남조(南朝) 제(齊)나라의 공치규(孔稚珪)가 일찍이 자기 문정(門庭)의 잡초를 제거하지 않아 그 안에서 개구리들이 매우 시끄럽게 울어 대므로, 혹자가 그에게 묻기를 “그대가 뜰을 소제하지 않고 지저분하게 내버려 두던 진번(陳蕃)을 닮고자 해서 이렇게 두는가?”라고 하자, 공치규가 웃으면서 “나는 이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양부의 음악 연주로 삼거니, 어찌 반드시 진번을 본받으려 하겠는가.[我以此當兩部鼓吹, 何必期效仲擧?]”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南齊書 孔稚珪列傳>
  • 촉처[觸處]  어디든지. 도처에. 가서 닥치는 곳마다. 걸핏하면. 하는 일마다.
  • 진기[眞機]  본연의 진실한 기밀이나 작용. 마음의 미묘한 활동. 사물의 진실한 본래대로의 기틀. 현묘(玄妙)한 이치 또는 도리. 마음이나 사물의 진정한 모습. 진정한 기밀. 마음속 비밀. 우주의 근본 기틀. 우주의 가장 본래적인 근본 도리는 워낙 은미하여 잘 알 수도 없고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고 한다. 진기(真機).
  • 작용[作用]  평소의 행위. 몸가짐. 움직이게 되는 힘. 어떤 현상이나 운동을 일으킴. 한 힘에 다른 힘에 미치어서 영향(影響)이 일어나는 일. 사물이나 사람에 변화를 가져다주거나 영향을 미침. 작용하다. 영향을 미치다. 행동하다. 참고로, 불교에서 심(心)·의(意)·식(識) 중 식(識)이 대상을 판별하는 활동을 작용(作用)이라 한다. 전등록(傳燈錄)에 “성이 어디에 있는가? 작용에 있다.[性在何處 曰在作用]”고 하였다.

【譯文】 像由心生,  像隨心滅.
心機湧動的人,  弓影懷疑成爲蛇蠍,  寢石看作成爲臥虎,  這中間全都是殺氣  ;  心念平息的人,  石虎可以化作海鷗,  蛙聲可以當作鼓吹,  到處都可看到眞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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