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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의 꽃은 생기가 없고 조롱의 새는 천취가 없다 <채근담>


꽃이 화분 안에 있으면 끝내 생기가 없어지고

새가 새장에 들면 문득 천연의 멋이 줄어드니

산골짝에 꽃과 새 어우러져 고운 빛깔 이루고

멋대로 천연스레 날아다니게 하여

스스로 유유하고 흐뭇하게 여기느니만 못하다.


花居盆內終乏生機,  鳥入籠中便減天趣.
화거분내종핍생기,  조입롱중변감천취.
不若山間花鳥錯集成文,  翺翔自若,  自是悠然會心.
불약산간화조착집성문,  고상자약,  자시유연회심.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종핍[終乏]  종구결핍(終究缺乏). 종구(終究: 필경. 드디어. 결국). 결핍(缺乏: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지거나 모자람. 다 써 없어짐)
  • 생기[生機]  삶의 계기(契機). 삶의 기틀. 생존의 기회. 생명력. 삶의 희망. 살아갈 길. 생기 있게 활동함. 생기를 되찾는 계기. 활기. 생명력. 생명의 작용. 생기(生氣).
  • 천취[天趣]  자연적인 정취(情趣). 천연적인 풍치(風致). 천연의 멋. 주로 문학작품이나 예술 작품의 운치를 가리킴. 천상(天上) 세계(世界). 취(趣)는 중생(衆生)의 업인(業因)에 의하여 나아간다는 곳. 오취육도(五趣六道)의 하나. 사람이 죽어 돌아갈 하늘.
  • 착집[錯集]  교착취집(交錯聚集). 서로 모여들어 뒤섞임. 여럿이 모여 어울리다.
  • 착집성문[錯集成文]  서로 얽히고 모여 무늬를 이룸. 서로 어울려 문채(文彩)를 이룸.
  • 문채[文彩]  아름다운 광채. 문장을 아름답게 꾸며 쓴 멋. 옷감이나 조각품 따위에 장식으로 표현하는 여러 가지 형상.
  • 고상[翶翔]  새가 하늘 높이 빙빙 날아다님. 날개를 펼치고 뜻을 얻은 듯이 노닒. 즐겁게 놂. 하는 일없이 놀며 돌아다님. 제멋대로 날뜀. 비상하다. 선회하며 날다. 고(翶)란 새가 날면서 날개를 위아래로 흔드는 것을 말하고, 상(翔)은 날개를 움직이지 않고 날아가는 것을 말한다. 가의(賈誼)의 복조부(鵩鳥賦)에 “깊고 텅 비고 황홀하니 도와 더불어 한가로이 노닌다.[寥廓忽荒兮 與道翶翔]”라고 하였고, 가의(賈誼)의 조굴원문(弔屈原文)에 군자는 쫓겨나고 소인이 득세하는 것을 비유하여 “난봉이 숨음이여, 치효가 높이 날도다.[鸞鳳伏竄兮, 鴟梟翶翔.]”라고 하였고,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아주 작은 뱁새가 구만 리를 날아 올라가는 붕새를 보고 비웃으며 말하기를 “저 새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뛰어올라 봤자 두어 길도 못 오르고 도로 내려와 쑥대밭 속에서 빙빙 돌 뿐인데, 나는 이 정도도 최고로 나는 것이거늘, 저 새는 대체 어디로 간단 말인가.[彼且奚適也 我騰躍而上 不過數仞而下 翶翔蓬蒿之間 此亦飛之至也 而彼且奚適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자약[自若]  큰일을 당하여도 아무렇지 않게 침착하고 태연함. 자재안락(自在安樂)한 모습. 어떤 일에 흔들리지 않다. 태연하다. 태연자약하다.
  • 자시[自是]  스스로 ~이라 여기다. 단지 ~이다. 자연 ~이다. 원래 ~이다. 자연히. 저절로. 이로부터. 단지. 지금부터. 이제부터. 당연히. 원래. 본래. 자기 의견만 옳게 여김.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함. 스스로 자기가 옳다고 여기다. 제멋대로 하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고백행(古柏行)에 “바람에 넘어지지 않은 것은 신령의 보호 때문이고, 바르고 곧게 자란 것은 그렇게 생겨난 덕분이네.[扶持自是神明力, 正直原因造化功.]”라고 한 데서 보이고, 최도(崔塗)의 시 춘석(春夕)에 “뜻 다 펼치고 갈 때 되면 돌아가게 될 것인데, 고향 오호의 연무 풍경 다퉈 볼 이 누구일까.[自是不歸歸便得, 五湖烟景有誰爭.]”라고 한 데서 보이고, 사기(史記) 권124 유협열전(遊俠列傳)에, 사마천(司馬遷)이 유명한 협객들을 차례로 소개하고 나서 “이 뒤에도 협객이 된 자가 매우 많지만, 거만해서 여기에 끼워 줄 만한 자격이 없다.[自是之後, 爲俠者極衆, 敖而無足數者.]”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유연[悠然]  유유(悠悠)하여 태연(泰然)함. 침착하고 여유가 있음. 여유롭고 편안한 모양. 한적한 모양. 담박한 모양. 시름에 젖어 슬퍼하는 모양. 물의 흐름이 완만한 모양. 유연하다. 유유하다. 도잠(陶潛)의 시 음주(飮酒)에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따다가,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노라.[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기악주가사마육장파주엄팔사군양각로오십운(寄岳州賈司馬六丈巴州嚴八使君兩閣老五十韻)에 “벗들이 모두 처지가 불리해져서, 좌천을 당하고도 둘 모두 느긋하였네.[故人俱不利 謫宦兩悠然]”라고 하였다.
  • 회심[會心]  마음에 듦. 또는 그런 마음. 마음에 흐뭇하게 느낌. 마음에 흐뭇하게 들어맞음 또는 그런 상태의 마음. 마음이 합해지다. 마음으로 깨닫다. 마음으로 알아차리다. 마음을 알다. 이해하다. 깨닫다. 파악하다. 납득하다. 영오(領悟). 영회(領會).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회일심최집이봉(晦日尋崔戢李封)에 “만년에 최이와의 사귐을 정하니, 마음 알아줌이 참으로 짝이 드물도다.[晩定崔李交, 會心眞罕儔.]”라고 하였다. 최이(崔李)는 두보가 만년에 사귄 친구 최집(崔戢)과 이봉(李封)을 가리킨다. 또, 세설신어(世說新語) 언어(言語)에, 진(晉)나라 간문제(簡文帝)가 화림원(華林園)에 들어가서 좌우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하기를 “마음에 맞는 곳이 반드시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곳의 그윽한 숲과 물에서 절로 호복에 있는 듯한 생각이 드니 새와 짐승, 물고기가 절로 다가와 사람을 가까이함을 느끼겠다.[會心處不必在遠. 翳然林水, 便自有濠濮間想也, 覺鳥獸禽魚自來親人.]”고 말한 고사에서 보인다.

【譯文】 人為乏生趣,  天機在自然  :  人爲乏趣,  天機自然.
花栽植盆中終究缺乏自然生機,  鳥關進籠中因此減少天然情趣  ;  不如山林間的花草鳥鵲交錯聚集成就華麗文采,  回旋飛翔從容自若,  自然是心領神會韻味無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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