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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와 기호에 싸이는 까닭. 정곡을 찌르는 말 <채근담>


세상 사람들은

오직 나라는 존재를 아주 참된 것으로 알기에

흔히 이런저런 기호와 번뇌에 싸이게 된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내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데, 외물의 귀함을 어찌 알겠는가.”라고 하였다.

또 이르기를 “이 몸뚱이가 내가 아닌 것을 아는데, 번뇌가 또 어찌 침범하겠는가?”라고 하였다.

참으로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世人只緣認得我字太眞,  故多種種嗜好,  種種煩惱.
세인지연인득아자태진,  고다종종기호,  종종번뇌.
前人云 :  “不復知有我,  安知物爲貴.”
전인운 :  “불부지유아,  안지물위귀.”
又云 :  “知身不是我,  煩惱更何侵.”  眞破的之言也.
우운 :  “지신불시아,  번뇌갱하침.”  진파적지언야.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연[緣]  ~ 때문에. ~으로 말미암아. ~을 통하여. ~에 의지하여. ~의 이유에 의하여. 由와 같음. 인(因)하다. 연유(緣由)하다. 인연(因緣). 연줄. 연분(緣分). 까닭. 이유(理由).
  • 지연[只緣]  단지 ~때문에. 단지 ~라는 것만으로. 바로 ~이기 때문에. 바로 ~로 인하여. 소식(蘇軾)의 시 제서림벽(題西林壁)에 “옆으로 보면 잿마루요 비스듬히 보면 봉우리라, 원근과 고저에 따라 모습이 같지 않구나. 여산의 진면목을 알 수 없으니, 이 몸이 이 산 속에 있기 때문이로세.[橫看成嶺側成峯, 遠近高低各不同. 不識廬山眞面目, 只緣身在此山中.]”라고 하였다.
  • 인득[認得]  누군가를 잘 알다. 사람·길·글자 따위를 알다. 그 뜻을 인지하여 알아차리다. 논어(論語) 옹야(雍也) 28장의 집주에 “천지의 만물이 모두 자기와 일체임을 인식한다면 어느 것인들 이르지 못하겠는가.[以天地萬物爲一體, 莫非己也, 認得爲己, 何所不至.]”라고 하였다.
  • 종종[種種]  물건(物件)의 가지가지. 물건이나 성질이 다른 가지가지. 이모저모. 여러 가지. 여러 가지로. 시간적이나 공간적으로 간격이 조금씩 뜨게. 가끔. 육조혜능(六祖惠能)의 금강경구결(金剛經口訣)에 “여러 가지 복덕이 경전의 뜻을 늘 지키는 것만 못하다.[種種福德, 不及持經.]”라고 한 데서 보인다. 또한, 머리카락이 짧아지고 듬성듬성해지는 것, 머리숱이 적은 것을 뜻하는데, 늙어 쇠잔해진 모습을 형용하는 말로 쓰인다. 즉 늙어가는 것을 가리킨다. 고계(高啓)의 시 명월만(明月灣)에서 “줄어들고 힘 떨어진 머리 비추지 말고, 근심 많은 이 마음만 비추어다오.[莫照種種髮, 但照耿耿心.]”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기호[嗜好]  어떤 사물(事物)을 즐기고 좋아함. 주로 생리적으로 기본적인 욕구에 관하여 즐기고 좋아함. 무엇을 즐기고 좋아하는 일. 또는 그런 취미. 또는 그런 취미. 참고로, 여씨춘추(呂氏春秋) 우합(遇合)에 “몸에서 대단한 악취가 나는 사람이 있어 친척, 형제, 아내, 친지 등 그 누구도 그와 함께 거처할 수가 없게 되자, 스스로 고민 끝에 홀로 바닷가에 가서 살았는데, 그 바닷가에 사는 한 사람이 유독 그 냄새를 좋아하여 밤낮으로 그를 따라다녀서 그의 곁을 떠날 수 없었다.[人有大臭者 其親戚兄弟妻妾知識無能與居者 自苦而居海上 海上人有說其臭者 晝夜隨之而不能去]”는 기호(嗜好)가 아주 괴벽(怪僻)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 번뇌[煩惱]  인간이 뇌리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온갖 고민과 생각. 마음이 시달려 괴로움. 마음과 몸을 괴롭히는 욕망이나 분노 따위의 모든 망념(妄念)을 이르는 말. 근본적으로 자신에 대한 집착으로 일어나는 마음의 갈등을 나타내는 불교 심리용어. 망념(妄念). 심신을 괴롭히고 번거롭히는 정신 작용의 총칭. 탐(貪), 진(瞋), 치(癡)라는 3독(毒)에 만(慢), 의(疑), 악견(惡見)을 추가한 6종을 근본번뇌라고 하고, 이로부터 파생된 것들을 수번뇌라고 한다. 번뇌를 표현하는 다른 말로는 개(蓋), 결(結), 계(繫), 구(垢), 누(漏), 박(縛), 사(使), 소해(燒害), 액(軛), 전(箭), 조림(稠林), 주올(株杌), 취(取), 폭류(瀑流) 등이 있다.
  • 불부[不復]  다시 ~않다. 더는 ~않는다. 다시 ~하지 않다.
  • 불부지유아 안지물위귀[不復知有我 安知物爲貴]  다시 나 있음을 알지 못하면서 어찌 물건의 귀함을 알랴. 참고로, 도연명(陶淵明)의 시 음주20수(飮酒二十首) 기14(其十四)에 “내가 있음조차 알지 못하거늘, 외물 귀히 여길 줄 어찌 알랴. 연연하는 마음 아득 멀어지니, 술 속에 깊은 뜻 담겨 있구나.[不覺知有我, 安知物爲貴. 悠悠迷所留, 酒中有深味.]”라고 하였다.
  • 파적[破的]  화살이 과녁에 적중하다. 말이 요령이 있고 이치에 맞다. 요점을 찔러 정확하게 말하다. 파적(破的)은 과녁에 적중시키는 것으로서 말과 글이 이치에 꼭 들어맞는 것을 말한다. 참고로, 세설신어(世說新語) 품조(品藻)에 “유윤(劉尹: 유담劉惔)이 왕장사(王長史: 왕몽王濛)의 집을 방문하여 청담을 나누고 있었다. 당시 구자(苟子: 왕수王脩)는 열 세살로, 의자 곁에 앉아 듣고 있었다. 유윤이 떠난 뒤에 구자가 아버지에게 ‘유윤 아저씨와 아버님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왕장사는 ‘뛰어난 목소리와 멋진 말 표현은 나를 따르지 못하지만, 왕왕 곧바로 과녁을 깨뜨리는 면에서는 나보다 낫단다.’라고 대답하였다.[劉尹至王長史許淸言, 時荀子年十三, 倚牀邊聽;旣去, 問父曰: ‘劉尹語何如尊?’ 長史曰: ‘韶音令辭, 不如我 ; 往輒破的, 勝我’]”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파적지언[破的之言]  진리를 꿰뚫는 말. 핵심을 꿰뚫는 말. 정곡을 찌르는 말.
  • 정곡[正鵠]  목표 또는 핵심의 비유. 사물의 가장 중요한 요점 또는 핵심. 조금도 틀림없이 바로. 과녁의 한 가운데에 있는 점. 과녁의 한가운데 표적을 정확하게 맞추다. 옛날에는 과녁을 세우면서 가운데 표적으로 고니를 그려 붙였기 때문에 어떤 일을 훌륭하게 성취하거나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꿰뚫은 경우에 정곡을 찔렀다는 표현을 쓰게 되었다. 예기(禮記) 사의(射義)에 “활을 쏘는 것은 성덕을 관찰하기 위함이다.[射者, 所以觀盛德也.]”라 하였고, “활을 쏘는 사람은 어떻게 쏘며 어떻게 듣는가. 소리를 좇아서 발사하고 발사해서 정곡을 놓치지 않는 자는 오직 어진 사람일 뿐이다. 저 재주 없는 사람이라면 어찌 적중시킬 수 있겠는가.[射者何以射, 何以聽. 循聲而發, 發而不失正鵠者, 其唯賢者乎. 若夫不肖之人, 則彼將安能以中.]”라고 하였다. 또 중용(中庸) 제14장의 말미에 “공자(孔子)가 말했다. 활을 쏘는 것은 군자와 닮은 점이 있다. 정곡을 놓치면 돌이켜 자기 자신에게서 문제점을 찾는다.[子曰, 射有似乎君子. 失諸正鵠, 反求諸其身.]”라고 하였다. 정현(鄭玄)의 주(注)에 의하면 “천에 과녁을 그리는 것을 ‘정(正)이라 하고 가죽에 그리는 것을 ‘곡(鵠)이라 한다. 육덕명(陸德明)의 석문에 의하면 ‘정’과 ‘곡’은 모두 새의 이름이다. 또는, ‘정’은 ‘바르다(正)라는 뜻, ‘곡’은 ‘곧다(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대사(大射)에는 가죽 바탕에 ‘곡’을 그리고, 빈사(賓射)에는 천 바탕에 ‘정’을 그린다.[畵布曰正, 栖皮曰鵠. 陸德明釋文, 正鵠皆鳥名也. 一曰, 正, 正也, 鵠, 直也. 大射則張皮侯而栖鵠, 賓射張布侯而設正也.]”고 하였다.

【譯文】 煩惱由我起,  嗜好自心生  :  煩惱由我,  嗜好自心.
世俗之人只是因爲認識得個  “我” 字太認眞,  所以多了各種各樣的嗜好,  各種各樣的煩惱.  從前的人說  :  “不再知道自我存在,  如何知道外物可貴?”  又說  “知道身軀不是我的,  煩惱又如何侵害我?”  眞是點破的旨的言語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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