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즐거운 경우가 있으면
곧 또 하나의 즐겁지 않은 경우가 있어
서로 대응이 되고
하나의 좋은 광경이 있으면
곧 또 하나의 좋지 않은 광경이 있어
서로 상쇄가 되니
그저 일상의 끼니와 처지에 맞는 모습이
바로 하나의 안락한 보금자리가 되는 것이다.
有一樂境界, 就有一不樂的相對待.
유일낙경계, 취유일불낙적상대대.
有一好光景, 就有一不好的相乘除.
유일호광경, 취유일불호적상승제.
只是尋常家飯, 素位風光, 纔是個安樂的窩巢.
지시심상가반, 소위풍광, 재시개안락적와소.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경계[境界] 사물이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나누어지는 한계. 인식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는 대상이 되는 것. 일이나 물건이 어떤 표준 아래 맞닿은 자리. 인과(因果) 이치(理致)에 따라서 스스로 받는 경우(境遇). 일정한 기준에 의해 분간되는 한계(限界).
- 경우[境遇] 어떤 조건 아래에 놓인 그때의 상황이나 형편. 놓여 있는 조건이나 놓이게 되는 형편 또는 사정. 상황(狀況). 지경(地境). 사리나 도리. 어떤 일의 이치나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
- 대대[對待] 양편이 서로 마주섬. 양립(兩立)하여 서로 대응하는 것. 이것과 저것은 상대적인 관계에 있음. 어떤 사물이나 개념의 속성이 서로 상반되면서 한편 서로 의존하는 점이 있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음(陰)과 양(陽)의 관계이다. 상대적인 상황에 처하다. 상대적이다. 대우하다. 접대하다. 다루다. 대응하다. 대처하다. 주역(周易)에서 음양(陰陽)을 대대관계(對待關係)라고 한다. 주역(周易) 비괘(否卦) 단전(彖傳)의 전(傳)에 “이치에 반드시 대대가 있음은 생생의 근본이다.[理必有對待, 生生之本也.]”라고 한 데 나오는 말이다.
- 대대승승[對待乘承] 대대승승(對待乘承)은 문장을 쓸 때 대구가 정교하게 맞고 문맥이 순하게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대대(對待)는 본래 서로 상반되는 것이 서로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주역(周易)에서 음양(陰陽)을 대대관계(對待關係)라고 하였다.
- 광경[光景] 광음(光陰), 시광(時光). 벌어진 일의 상태와 모양. 벌어진 일의 형편이나 모양. 어떤 일이나 현상이 벌어지는 장면 또는 모양. 눈에 보이는 자연의 모습이나 현상. 좋지 못한 몰골. 경치. 경색. 풍경. 시간. 세월. 상황. 경우. 광휘(光輝). 화려하고 대규모적인 장면.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 상봉행(相逢行)에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으니, 순식간에 흰머리가 되어버리네.[光景不待人, 須臾成髮絲.]”라고 한 데서 보이고, 소식(蘇軾)의 시 송정건용(送程建用)에 “금년에 다시 기용되었다고 하니, 사책이 광경을 회복하리로다.[今年聞起廢, 魯史復光景.]”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광경[光景] 후한서(後漢書) 공도이전(邛都夷傳)에 이르기를 “청령현(靑蛉縣) 우동산(禹同山)에 벽계(碧鷄)와 금마(金馬)가 있는데 광경이 때때로 나타난다.[光景時時出現]”고 하였다. 이에 대한 주(註)도 화양국지(華陽國志)를 인용하여 이르기를 “벽계의 광경은 사람들이 흔히 볼 수 있다.”고 하였고, 후한서음의(後漢書音義)에는 “금은 말과 같고 벽은 닭과 같다.”고 하였다. 이것으로 보면 광경(光景)은 어떤 물체의 존재하는 모양·형태 같은 것을 사람이 직접 접근해서 본 것이 아니요 멀리서 바라보며 그 모양을 이러니저러니 하면서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 말이다. 그래서 완농광경(玩弄光景)이란 말도 있다. 자기가 직접 체험하고 똑바로 인식한 것이 아니라, 남의 말을 듣고 자기로서 짐작해서 이렇다 저렇다 주장해 보는 것을 ‘광경을 맞히는 장난’이라고 한다.
- 승제[乘除] 승은 보태는 것이고 제는 나누거나 빼는 것으로, 한 쪽이 성하면 한 쪽은 부족한 것. 일이 잘되고 못되는 것을 비유한다. 인사(人事)의 소장(消長), 성쇠(盛衰), 영허(盈虛), 영고성쇠(榮枯盛衰)의 뜻으로 쓰인다. 참고로, 송(宋)나라 육유(陸游)의 시 견흥(遣興)에 “봄의 경치 내 꿈에 나타나지 말라 하게, 세상만사에는 흥망성쇠가 있다네.[寄語鶯花休入夢, 世間萬事有乘除.]”라고 한데서 보인다.
- 지시[只是] 다만. 단지. 오직. 오로지. 그러나. 그런데. ~인 것이다, 단지 ~에 지나지 않는다. 단지 ~에 불과하다. 只는 불과(不過)와 같다.
- 심상[尋常] 늘. 수시로. 보통. 일반. 평소. 평상시. 범상(凡常). 평범하다. 보통이다. 일상적이다. 일반적이다. 대수롭지 않고 예사롭다. 참고로, 당(唐)나라 유우석(劉禹錫)의 시 오의항(烏衣巷)에 “예전에 세도가 왕씨 사씨네 처마에 살던 제비, 심상하게 백성들의 집에 날아드는구나.[舊時王謝堂前燕, 飛入尋常百姓家.]”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곡강(曲江)에 “술빚은 늘 가는 곳마다 있거니와, 인생에 일흔 넘긴 사람은 예로부터 드물다네.[酒債尋常行處有, 人生七十古來稀.]”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월주장중사수락당(越州張中舍壽樂堂)에 “청산은 고상한 사람처럼 점잖아서, 심상히 관부에 들어가려 하지 않누나.[靑山偃蹇如高人, 尋常不肯入官府.]”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심상[尋常] 심(尋)은 여덟 자[八尺], 상(常)은 심(尋)의 곱절로 열여섯 자[倍尋]를 이른다. 전하여 약간의 길이나 약간의 땅을 의미한다.
- 가반[家飯] 집에서 먹는 밥. 집밥.
- 소위[素位] 본 지위를 지킴. 현재의 지위와 환경. 그 당시의 환경. 그때그때의 지위 또는 환경. 아무런 벼슬이 없음. 소위(素位)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순리대로 받아들여 처해 있는 위치에 알맞게 행한다는 뜻이다. 소기위이행(素其位而行)의 줄임말로 중용장구(中庸章句) 제14장에 “군자는 현재 처한 위치에 알맞게 행동할 뿐이요, 그 이외의 것은 바라지 않는다. 현재 부귀하면 부귀한 처지에 알맞게 행동하고, 현재 빈천하면 빈천한 처지에 알맞게 행동하며, 현재 이적의 가운데에 있으면 그 상황에 알맞게 처신하고, 현재 환난의 가운데에 있으면 그 상황에 알맞게 처신한다. 따라서 군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는 것이다.[君子素其位而行, 不願乎其外. 素富貴, 行乎富貴. 素貧賤, 行乎貧賤. 素夷狄, 行乎夷狄. 素患難, 行乎患難. 君子無入而不自得焉.]”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풍광[風光] 산이나 들, 강, 바다 따위의 자연이나 지역의 모습. 자연이나 세상의 모습. 풍경. 경치(景致). 사람의 용모(容貌)와 품격(品格). 참고로, 백거이(白居易)의 시 감춘(感春)에 “늙은이 마음에 봄을 금치 못하니, 풍광은 눈에 비쳐 새롭구나. 꽃부리는 붉은 새의 부리 같고, 못 물결은 푸른 물고기의 비늘 같아라.[老思不禁春, 風光照眼新. 花房紅鳥嘴, 池浪碧魚鱗.]”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서호절구(西湖絶句)에 “필경 서호의 유월은, 풍광이 계절마다 한결같지 않구나. 하늘과 잇닿은 연잎 끝없이 푸르고, 햇살에 비친 연꽃은 유달리 붉구나.[畢竟西湖六月中, 風光不與四時同. 接天蓮葉無窮碧, 映日荷花別樣紅.]”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곡강(曲江)에 “말 전하건대 풍광이 인사와 함께 유전하거니, 잠시 완상하는 것을 서로 어기지 말지어다.[傳語風光共流轉 暫時相賞莫相違]”라고 하였다.
- 와소[窩巢] 짐승의 굴이나 새의 둥지. 둥우리. 보금자리. 은신처. 소굴.
【譯文】 世間原無絕對, 安樂只是尋常 : 安樂尋常, 事無絕對.
有一個快樂的境界, 就有一個不快樂的相互對應 ; 有一個美好的光景, 就有一個不好光景相互消長. 只有平常的家常便飯, 安於本分的生活光景, 才是人生安逸快樂的安身地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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