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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오고감을 보다 외물과 나를 모두 잊노라 <채근담>


발을 높이 걷어 올리고 푸른 산과 푸른 물이

구름과 안개를 머금고 토하는 것을 보노라면

하늘과 땅이 자유자재함을 알 수 있고

대나무 우거지매 제비 새끼치고 비둘기 울어

계절을 차례대로 맞고 보내는 것을 보노라면

외물과 내가 모두 잊어짐을 알게 된다.


簾櫳高敞,  看靑山綠水呑吐雲煙,  識乾坤之自在.
염롱고창,  간청산녹수탄토운연,  식건곤지자재.
竹樹扶疏,  任乳燕鳴鳩送迎時序,  知物我之兩忘.
죽수부소,  임유연명구송영시서,  지물아지양망.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염롱[簾櫳]  발을 친 창. 발. 육유(陸游)의 시 하일호상(夏日湖上)에 “바람 맞은 베개와 자리는 더위를 업신여기고, 물 가까운 발 친 창은 가을 기운을 미리 빌리네.[迎風枕簟平欺暑, 近水簾櫳探借秋.]”라고 하였다.
  • 고창[高敞]  지대(地帶)가 높고 시원함. 높이 드러내다.
  • 청산녹수[靑山綠水]  푸른 산과 푸른 물. 푸른 산과 푸른 물. 녹수청산(綠水靑山). 푸른 산과 푸른 물이라는 뜻으로, 산골짜기에 흐르는 맑은 물을 이르는 말이다.
  • 녹수[綠水]  초목(草木)의 사이를 흐르는 푸른 물. 반악(潘岳)의 추흥부(秋興賦)에 “종묘에다가 거북 뼈로 제사를 지냄이여, 푸른 물로 몸 돌아가길 생각하누나.[龜祀骨于宗祧兮, 思返身于綠水.]”라고 하였다. 또, 중국 남북조시대 제(齊) 나라의 유고지(庾杲之)가 재상 왕검(王儉)의 막료가 되자, 소면(蕭緬)이 왕검에게 “성부(盛府)의 수료(首僚)는 실로 선임하기 어려운 바인데 경행(景行)이 녹수(綠水)에 떠 부용(芙蓉)에 의지하였으니 어찌 그리도 고운가.[盛府元僚, 實難其選. 庾景行泛淥水, 依芙蓉, 何其麗也.]”라며 유고지의 인품을 칭찬한 데서 보인다.
  • 자재[自在]  제 스스로 존재함. 저절로 있음. 구속과 방해가 없음, 마음대로 무엇이나 자유롭지 않은 것이 없고 장애될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 자유롭다. 편안하다. 안락하다. 자재(自在)는 대자재(大自在)의 준말로 불교 용어인데, 구애된 바가 없이 진퇴하여 마음이 번뇌를 떠나는 것을 이른다. 법화경(法華經) 오백제자수기품(五百弟子受記品)에 “제불(諸佛)은 대자재의 신통력(神通力)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復聞諸佛有大自在神通之力.]”라고 하였는데, 후세에 자유자재(自由自在)를 가리키는 데에 많이 사용하였다. 참고로, 송(宋)나라 나대경(羅大經)의 학림옥로(鶴林玉露) 권9에 “사람이 되려면 제멋대로 굴면 안 되고, 제멋대로 굴면 사람이 안 된다.[成人不自在 自在不成人]”라는 속담이 소개되어 있다.
  • 자유자재[自由自在]  자유롭고 거침이 없이 자기의 뜻대로 할 수 있음. 구속도 간섭도 없이 완전히 자기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상황, 자기의 뜻대로 자유롭게 마음대로 할 수 있음. 아무 거리낌이 없는 상태. 무궁자재(無窮自在).
  • 자재무위[自在無爲]  자재(自在)는 세속의 속박을 받지 않고 마음대로 하는 것이며, 무위(無爲)는 인위적으로 함이 없이 자연에 순응함을 이른다.
  • 부소[扶疎]  부소(扶疏). 가지와 잎이 자라나 우거진 모양. 나뭇가지가 자라서 사방으로 뻗은 모양. 가지와 잎이 무성하면서도 가지런함. 가지와 잎이 무성하게 펼쳐져 있는 모양. 휘날리는 모양. 도연명(陶淵明: 도잠陶潛)의 시 독산해경[讀山海經]에 “초여름에 풀과 나무 자라나서, 집을 에워싸고 나뭇가지 우거졌네. 뭇 새들도 깃들 곳이 있어 즐겁고, 나 또한 나의 집을 사랑하노라.[孟夏草木長, 繞屋樹扶疎. 衆鳥欣有托, 吾亦愛吾廬.]”라고 하였고, 진서(晉書) 석숭전(石崇傳)에 “왕개(王愷)는 무제(武帝)의 외삼촌이므로 무제(武帝)가 매양 왕개(王愷)를 도와주었다. 일찍이 산호수(珊瑚樹)를 그에게 하사하였는데, 높이는 두 자 쯤 되고 가지가 무성하여 세상에 그와 같은 것이 드물었다.[武帝每助(王)愷, 嘗以珊瑚樹賜之, 高二尺許, 枝柯扶疏, 世所罕比.]”라고 하였고, 세설신어(世說新語) 태치(汰侈)에 “무제(武帝)는 왕개((王愷))의 외조카로 항상 왕개를 도와주었는데 일찍이 높이 두 자나 되는 산호수(珊瑚樹)를 왕개에게 주었다. 가지가 무성하게 늘어져 세상에서 보기 드문 귀한 것이었다.[武帝, 愷之甥也. 每助愷, 嘗以一珊瑚樹, 高二尺許賜愷, 枝柯扶疏, 世罕其比.]”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임빙[任凭]  자유에 맡기다. 마음대로 하게 하다. ~일지라도. ~하여도. ~하더라도. ~에 관계없이. 청임(聽任).
  • 유연[乳燕]  제비 새끼. 새끼제비. 추연(雛燕). 새끼를 갓 낳은 어미 제비. 송(宋)나라 신기질(辛棄疾)의 사(詞) 만강홍(滿江紅)에 “어미 제비는 새끼 대동하여 나는 힘이 약하고, 지저귀는 꾀꼬리는 벗 부르느라 아리따운 소리 허약하네.[乳燕引雛飛力弱, 流鶯喚友嬌聲怯.]”라고 하였다.
  • 시서[時序]  돌아가는 시절의 차례. 돌아가는 철의 차례. 계절의 순서. 철의 바뀜. 두보(杜甫)의 시 춘일강촌(春日江村)에 “하늘땅은 만 리를 바라보는 곳이요, 사시 변천은 일생 백 년의 마음이로다.[乾坤萬里眼 時序百年心]”라고 하였다.
  • 물아양망[物我兩忘]  일체의 사물과 나를 모두 잊음. 세상일에 구애받지 않고 유유자적하게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 물아[物我]  피차(彼此). 외물(外物)과 자신. 바깥의 사물과 자아(自我). 객관(客觀)과 주관(主觀). 물질계와 정신계. 바깥 사물(事物)과 나. 열자(列子) 양주(楊朱)에 “군주와 신하를 다 편안하게 하고, 남과 나를 아울러 이롭게 하는 것이 옛날부터 내려오는 도이다.[君臣皆安, 物我兼利, 古之道也.]”라고 하였다. 또, 논어(論語) 태백(泰伯)의 주석에서 “안자의 마음은 오직 의리가 무궁한 것만 알았고 물아에 간격이 있는 것은 보지 않았다.[顔子之心, 惟知義理之無窮, 不見物我之有間.]”라고 하였다.
  • 양망[兩忘]  두 가지를 다 잊음.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샘물이 마르면 물고기들이 땅위에 서로 남게 되어 서로 물기를 뿜어주고 서로 거품으로 적셔주는데 이는 물이 마르기 전의 강과 호수에서 서로를 잊고 지내느니만 못하다. 성군 당요(唐堯)는 찬양하고 폭군 하걸(夏桀)은 비난하는 것 또한 둘 다 잊어버리고 도와 함께 변화하는 것만은 못하다.[泉涸 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 不如相忘於江湖 與其譽堯而非桀也 不如兩忘而化其道]”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박박주(薄薄酒)에 \ “생전엔 부귀 누리고 사후엔 문장 남긴다 하나, 백 년이 순식간이요 만세가 하 바삐 지나가네. 백이·숙제와 도척의 이름이 모두 덧없는 것이거니, 가장 좋은 건 지금 당장에 한번 취하여, 시비와 우락을 모두 다 잊는 거로세.[生前富貴死後文章, 百年瞬息萬世忙. 夷齊盜跖俱亡羊, 不如眼前一醉, 是非憂樂都兩忘.]”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接近自然風光,  物我歸於一如  :  乾坤自在,  物我兩忘.
門簾窗櫳高大寬敞,  看見靑山綠水呑吐著雲霧煙霞,  認識到天地的自由自在  ;  竹林樹叢枝葉茂盛,  任憑雛燕斑鳩送迎著冬去春來,  知道了物我的一起忘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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