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대나무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은 일지 않고 <채근담>


옛 고승이 이르기를

“대나무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은 일지 않고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물에는 흔적이 없다”고 하였고

옛 선비가 이르기를

“물이 아무리 급하게 흘러도 그 주위는 고요하고

꽃이 분분히 떨어져도 뜻은 절로 한가롭다”고 하였다.

사람이 항상 이러한 뜻을 지니고 사물을 대한다면

몸과 마음이 얼마나 자유롭겠는가.


古德云:  “竹影掃階塵不動,  月輪穿沼水無痕”.
고덕운:  “죽영소계진부동,  월륜천소수무흔”.
吾儒云:  “水流任急境常靜,  花落雖頻意自閒.”
오유운:  “수류임급경상정,  화락수빈의자한.”
人常持此意,  以應事接物,  身心何等自在.
인상지차의,  이응사접물,  신심하등자재.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고덕[古德]  예전에 살았던, 덕(德)이 높은 승려를 높여 이르던 말. 덕행(德行)이 높은 옛날 승려(僧侶). 높은 덕을 지닌 승으로서 옛사람이 된 자를 말한다. 고승(高僧).
  • 오유[吾儒]  우리 유가(儒家). 우리 유자(儒者). 유학(儒學)을 공부(工夫)하는 선비.
  • 접물[接物]  물건에 접함. 남과 교제하다[與別人交際]. 사물에 접하다.
  • 하등[何等]  어떤. 어떠한. 무슨. 얼마나. 어쩌면 그토록. 아무런. 조금도. 주로 ‘하등의’의 꼴로 부정어와 함께 쓰여, ‘아무런’의 뜻을 나타내는 말. 주로 부정어와 함께 쓰여, ‘전혀’, ‘조금도’의 뜻을 나타내는 말. 한(漢)・위(魏)나 육조(六朝) 시대 사람들의 관용어로, 무슨[什麽]의 뜻이다.
  • 자재[自在]  제 스스로 존재함. 저절로 있음. 구속과 방해가 없음, 마음대로 무엇이나 자유롭지 않은 것이 없고 장애될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 자유롭다. 편안하다. 안락하다. 자재(自在)는 대자재(大自在)의 준말로 불교 용어인데, 구애된 바가 없이 진퇴하여 마음이 번뇌를 떠나는 것을 이른다. 법화경(法華經) 오백제자수기품(五百弟子受記品)에 “제불(諸佛)은 대자재의 신통력(神通力)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復聞諸佛有大自在神通之力.]”라고 하였는데, 후세에 자유자재(自由自在)를 가리키는 데에 많이 사용하였다. 참고로, 송(宋)나라 나대경(羅大經)의 학림옥로(鶴林玉露) 권9에 “사람이 되려면 제멋대로 굴면 안 되고, 제멋대로 굴면 사람이 안 된다.[成人不自在 自在不成人]”라는 속담이 소개되어 있다.
  • 고덕운[古德云]  당대(唐代) 대천선사(大川禪師)의 선시에 “노파의 적삼 빌려 노파 나이에 절하니, 숫자에 인사 차릴 건 충분히 다 차렸네.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먼지가 일지 않고, 달빛이 연못을 꿰뚫어도 물에는 흔적 없네.[藉婆衫子拜婆年, 禮數周旋已十分. 竹影掃階塵不動, 月輪穿沼水無痕.]”라고 하였다. 남송(南宋) 도천선사(道川禪師: 야보도천(冶父道川)가 금강경오가해(金剛經五家解)에 남긴 선시(禪詩)라고도 하나 구글검색을 통해서 보면 우리나라 사이트에서는 야보도천의 선시라고 표기한 곳이 대부분이나, 중국 쪽 사이트에서는 당(唐)나라 대천선사(大川禪師)의 선시라고 표기된 곳이 대부분이다.
  • 오유운[吾儒云]  송대(宋代) 소옹(邵雍: 소강절邵康節)의 시 천진감사26수(天津感事二十六首) 중 15수에 “흐르는 물 급해도 심경은 늘 고요하고, 빈번히 꽃 떨어져도 마음 절로 한가하니. 세상 사람이 바쁨 속에 늙어가면서, 평생 얼굴 못 펴는 것과 다르다네.[水流任急境常靜, 花落雖頻意自閑. 不似世人忙裏老, 生平未始得開顏.]”라고 하였다.

【譯文】 處世流水落花,  身心皆得自在  :  流水落花,  身心常靜.
古得道高僧說 :  “竹的影子掃過台階塵土不會飛動  ;  月亮圓輪穿過池沼池水沒有痕跡.”  今儒家學者說  :  “水的流動縱使急湍環境照常寧靜  ;  花瓣謝落雖然頻繁意念自在悠閑.”  人們時常保持這種意念,  用來應付人事接觸外物,  身體和內心多麼自由自在!

Leave a Reply

Copyright (c) 2015 by 하늘구경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