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사이 솔바람과 돌 위의 샘물 소리도
고요하니 듣노라면 천지자연의 음악임을 알게 되고
풀 끝의 안개 빛과 물 위의 구름 그림자도
한가하니 보노라면 천지간 최고의 문장임을 알게 된다.
林間松韻, 石上泉聲, 靜裏聽來, 識天地自然鳴佩.
임간송운, 석상천성, 정리청래, 식천지자연명패.
草際煙光, 水心雲影, 閒中觀去, 見乾坤最上文章.
초제연광, 수심운영, 한중관거, 견건곤최상문장.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송운[松韻] 솔바람 소리. 바람에 흔들리어 나는 소나무의 맑은 소리를 시의 운에 비유하여 일컫는 말.
- 명패[鳴佩] 패옥(佩玉)이 울리는 소리. 예기(禮記) 옥조(玉藻)에 “옛적에 군자가 반드시 옥을 찼으니……수레를 타면 말방울 소리를 듣고 걸을 때는 패옥 소리를 듣는다. 그리하여 그릇되고 간사한 마음이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古之君子必佩玉……君子在車, 則聞鸞和之聲, 行則鳴佩玉. 是以非辟之心無自入也.]”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사대부가 자신을 단속하는 의미로 쓰이는데, 더 나아가 출사(出仕)하여 요직(要職)에서 벼슬을 한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참고로, 남제(南齊) 시인 사조(謝眺)의 시 직중서성(直中書省)에 “여기가 상봉지라는 곳이지, 패옥소리 쟁그랑쟁그랑 울리네.[玆言翔鳳池, 鳴珮多淸響.]”라고 하였다.
- 초제[草際] 풀 사이. 풀 끝. 풀섶. 사조(謝脁)의 시 화서도조(和徐都曹)에 “햇빛은 시냇물 위에서 넘실거리고, 바람 빛은 풀 끝에 떠 있다네.[日華川上動, 風光草際浮.]”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연광[煙光] 안개 자욱한 기운. 안개의 빛. 이백(李白) 시 관원단구좌무산병풍(觀元丹丘坐巫山屛風)에 “물은 돌 위로 잔잔하게 흘러 수많은 골짜기 분명하니, 안개와 풀빛 모두 함께 어우러져 있네.[水石潺湲萬壑分, 煙光草色俱氳氛.]”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후유(後遊)에 “절은 예전에 유람했던 생각나고, 다리는 다시 건너 정겹네. 강산은 기다려준 듯하고, 꽃과 버들은 또 사심이 없네. 들 촉촉하고 연광은 얇은데, 모래는 따뜻하고 해는 길어졌네. 나그네 시름 매우 줄어드니, 이곳을 버리고 또 어디로 가리오.[寺憶曾遊處, 橋憐再渡時. 江山如有待, 花柳更無私. 野潤煙光薄, 沙暄日色遲. 客愁全爲減, 捨此復何之.]”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수심[水心] 수면(水面)의 중심(中心). 물 표면의 중심. 강이나 호수 따위의 한가운데.
- 문장[文章] 여러 가지 색깔이 뒤섞인 꽃무늬.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채를 가리킨다. 고대에는 청(靑)과 적(赤)을 합한 것을 문(文)이라 했고, 백(白)과 적(赤)을 합한 것을 장(章)이라 했다. 文(문)은 紋(문)과 같다.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운 무늬나 광채에서 나아가 위의(威儀) 또는 공업(功業) 등을 가리킨다.
- 문장[文章] 생각·느낌·사상(思想) 등을 글로 표현한 것. 구절을 모아서 한 문제를 논술한 글의 한 편. 문장가(文章家). 일반적으로 어, 구, 절과 함께 문법을 나타내는 언어 단위의 하나.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우제(偶題)에 “문장은 천고토록 썩지 않을 사업, 잘 됐는지의 여부는 마음속으로 잘 안다오.[文章千古事 得失寸心知]”라고 하였다.
- 문장[文章] 한 나라의 문명을 형성한 예악(禮樂)과 제도. 단순히 문학 작품을 가리키기 보다는 예악을 비롯한 문물 전장 제도라든가 존비귀천을 구별하는데 쓰이는 거복정기(車服旌旗) 등 통치행위에 필요한 것들을 포괄하여 가리킨다.
- 문장[文章] 학문의 정채(精彩). 내면에 학덕이 충실하게 쌓여 자연히 정채가 겉으로 드러남을 뜻한다. 맹자(孟子) 진심 상(盡心上)에 학문의 단계적 성취를 말하면서 “흐르는 물은 구덩이를 다 채우기 전에는 더 흘러가지 못하고, 군자가 도(道)에 뜻을 두었을 때는 문장(文章)을 이루지 않고서는 도달하지 못한다.[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 君子之志於道也 不成章不達]”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譯文】 勘破乾坤妙趣, 識見天地文章 : 乾坤妙趣, 天地文章.
山林間松濤音韻, 岩石上泉水聲律, 靜靜地聽起來, 就像賞識天地間最自然的美妙音樂 ; 草叢邊煙霞光暈 ; 水中央雲彩影像, 悠閑地去觀察, 就像見識天地間最上乘的文采華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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