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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풍파가 없고 천성에 화육함이 있으면 <채근담/소창유기>


마음이 흔들림 없이 고요하면

어디에 있으나 푸른 산과 푸른 물이요

천성에 만물을 기르는 기운이 있으면

이르는 곳마다 물고기 뛰고 솔개가 난다.


心地上無風濤,  隨在皆靑山綠水.
심지상무풍도,  수재개청산녹수.
性天中有化育,  觸處見魚躍鳶飛.
성천중유화육,  촉처견어약연비.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醉古堂劍掃취고당검소/小窓幽記소창유기 : 素소>


  • 심지[心地]  마음. 생각. 마음자리. 마음의 본바탕, 마음먹음이 선악의 행위를 낳게 함이 땅에서 과일이나 곡물이 낳는 것과 같으므로 이른다. 심지관경(心地觀經)에서 “중생의 마음은 대지와 같다. 모든 곡식과 과일은 대지에서 생겨나는 것처럼, 심법도 세간과 출세간, 일체의 선악오취, 유학과 무학, 연각과 보살 및 여래에 이르기까지 생겨날 수 있다. 이러한 인연으로 삼계가 모두 마음에서 유래하므로 마음을 땅으로 보아 심지라고 이름한 것이다.[衆生之心, 猶如大地, 五穀五果從大地生, 如是心法生世出世善惡五趣, 有學無學獨覺菩薩及於如來. 以是因緣, 三界唯心, 心名爲地.]”라고 하였다. 불교에서는 마음을 마치 만물을 생성하는 대지와 같은 것으로 파악하여, 대상을 따라 일체의 제법(諸法)이 생기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렇게 일컬은 것이다.
  • 풍도[風濤]  바람과 큰 물결. 바람과 파도(波濤). 풍랑(風浪). 풍파(風波). 어려운 때를 만난 것을 가리킨다. 소식(蘇軾)의 시 차운주개조장관견기시(次韻周開祖長官見寄詩)에 “점차 전사를 꾀하면서도 녹봉에 연연하고, 파도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또 물가를 곁하였네.[漸謀田舍猶祿, 未脫風濤且傍洲.]”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송대리봉주부오랑친사불합극부통주(送大理封主簿五郞親事不合郤赴通州)에 “풍파 무릅쓰고 괜히 멀리 왔나니, 금슬 줄 공연히 당겨 놓은 꼴이 됐네.[風波空遠涉 琴瑟幾虛張]”라고 하였고, 곡강삼장장5구(曲江三章章五句)에 “곡강은 스산하고 가을기운 깊어져서, 시들어 부러진 연꽃과 부들 바람 따라 일렁이네.[曲江蕭條秋氣高, 菱荷枯折隨風濤.]”라고 하였다.
  • 풍파[風波]  세찬 바람과 험한 물결을 아울러 이르는 말. 심한 분쟁이나 분란. 세상살이의 어려움이나 고통. 살면서 부닥치게 되는 불행이나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 사회를 살아가는 데서 생기는 곤란이나 고통 따위. 파란(波瀾). 이백(李白)의 시 행로난(行路難)에 “거센 바람에 풍랑 헤쳐 나갈 기회가 오거든, 곧장 구름 돛 걸고 큰 바다를 건너련다.[長風波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라고 하였고, 유우석(劉禹錫)의 죽지사(竹枝詞)에 “늘 한스러운 건 사람 마음이 물처럼 고요하지 못해, 등한한 평지에서 풍파를 일으키는 것일세.[常恨人心不如水 等閒平地起風波]”라고 하였고, 이릉(李陵)의 여소무시(與蘇武詩)에 “풍파에 한 번 제자리 잃으면 각각 천애 멀리 떨어지네.[風波一失所, 各在天一隅.]”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이영각에 입시한 소회[軾以去歳春夏侍立邇英……各述所懷]’에 “미천한 몸 우연히도 풍파의 땅을 벗어나서, 늘그막에 그런대로 철석의 마음을 보존했네.[微生偶脫風波地 晚歲猶存鐵石心]”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대등보변방걸군서(代滕甫辯謗乞郡書)에 “환란을 겪은 뒤에 근심이 쌓여서 마음이 상하고, 풍파를 겪는 사이에 두려워서 병이 된다.[患難之後, 積憂傷心. 風波之間, 怖畏成疾.]”라고 하였다.
  • 풍파지민[風波之民]  마음이 동요되기 쉬운 사람. 바람에 흔들리는 물결처럼 남의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는 사람. 쉽사리 시비에 동요됨. 장자(莊子) 제12편 천지(天地)에 “온 천하가 비난하고 칭찬해도 그에게는 아무런 익손(益損)이 없으니 이런 사람을 일컬어 내면의 덕(德)이 온전히 갖추어진 사람이라 할 것이다. 그에 비하면 나 같은 사람은 바람에 흔들리는 물결처럼 남의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는 인간이다.[天下之非譽, 無益損焉, 是謂全德之人哉. 我之謂風波之民.]”라고 하였다.
  • 수재[隨在]  있는 곳에 따라. 가는 곳 마다. 어디에나.
  • 청산녹수[靑山綠水]  푸른 산과 푸른 물이라는 뜻으로, 산골짜기에 흐르는 맑은 물을 이르는 말. 녹수청산(綠水靑山).
  • 성천[性天]  천성(天性). 본성. 사람이 타고난 성품. 타고난 성격. 어떤 사람이나 사물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품성.
  • 화육[化育]  천지자연이 만물을 만들어 내고 자라게 함. 천지의 조화가 만물을 육성하는 것. 천지의 운행에 따라 만물이 변화생육(變化生育)하는 것. 하늘과 땅의 자연스런 이치로 모든 물건을 만들어 기름. 천지자연이 만물을 생성·발육시키다. 양육하다. 육성하다.
  • 화육유행[化育流行]  내고 기름이 넓게 행해짐. 중용장구(中庸章句) 제12장에서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솔개가 날아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가 연못에서 뛰어오르네.’라고 하였으니, 상하의 이치가 밝게 드러남을 말한 것이다.[詩云 鳶飛戾天 魚躍于淵 言其上下察也]”라고 한 데에 대한 주(註)에 “군자의 도는 가깝게는 부부가 집에 거처하는 사이로부터 멀리는 성인과 천지로서도 다할 수 없는 것에 이르러, 그 큼은 밖이 없고 그 작음은 안이 없으니, 비(費)하다고 이를 만하다. 그러나 그 이치의 소이연은 은미하여 드러나지 않는다.[君子之道, 近自夫婦居室之間, 遠而至於聖人天地之所不能盡, 其大無外, 其小無內, 可謂費矣. 然其理之所以然, 則隱而莫之見也.]”라고 하고 “자사는 이 시를 인용하여 화육이 유행하여 상하에 밝게 드러남이 이 이치의 작용이 아님이 없음을 밝혔으니, 이른바 비(費)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소이연은 보고 들음이 미칠 수 있는 바가 아니니, 이른바 은(隱)이라는 것이다.[子思引此詩以明化育流行, 上下昭著, 莫非此理之用, 所謂費也. 然其所以然者, 則非見聞所及, 所謂隱也.]”라고 하였다.
  • 화육만물[化育萬物]  만물을 화육(化育)함. 관자(管子) 심술 상(心術上)편에 “허무하니 형체가 없는 것을 도(道)라 한다. 만물을 길러내는 것을 덕(德)이라 한다. 군신과 부자 사람간의 일을 의(禮)라 한다. 오르고 내림에 절하고 양보하고, 귀하고 천함에 차등이 있고, 친하고 소원함에 격식이 있는 것을 예(禮)라 한다.[虛無無形謂之道. 化育萬物謂之德. 君臣父子人間之事謂之義. 登降揖讓. 貴賤有等. 親疏之體謂之禮]”고 하였고, 중용장구(中庸章句) 제22장에 “오직 천하의 지극한 성실함만이 그 본성을 다할 수 있으니, 그 본성을 다하면 사람의 본성을 다할 수 있고, 사람의 본성을 다하면 사물의 본성을 다할 수 있으며, 사물의 본성을 다하면 천지의 화육을 도울 수 있고, 천지의 화육을 도우면 천지와 대등하게 셋으로 병립할 수 있다.[惟天下至誠, 爲能盡其性. 能盡其性, 則能盡人之性 ; 能盡人之性, 則能盡物之性 ; 能盡物之性, 則可以贊天地之化育 ; 可以贊天地之化育, 則可以與天地參矣.]”라고 하였다.
  • 촉처[觸處]  어디든지. 도처에. 가서 닥치는 곳마다. 걸핏하면. 하는 일마다.
  • 어약연비[魚躍鳶飛]  중용장구(中庸章句) 제12장에 “군자의 도는 비하고 은미한 것이다. ……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못에서 뛴다.’고 하였으니, 이는 도의 쓰임이 위아래에 나타난 것을 말한 것이다.[君子之道費而隱 …… 詩云鳶飛戾天 魚躍于淵 言其上下察也]”라고 하였고, 그 집주(集注) 정자(程子)의 말에 “이 한 대목은 자사께서 매우 긴요하게 사람을 위한 곳으로, 생동감이 넘친다.[此一節 子思喫緊爲人處 活潑潑地]”라고 하였다.
  • 연비어약[鳶飛魚躍]  만물이 모두 제자리를 얻고 즐거워함. 천하가 태평함. 세상 모든 것이 각자 열심히 움직. 시경(詩經) 대아(大雅) 한록(旱麓)에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고기는 연못에서 뛰어오르네.[鳶飛戾天 魚躍于淵]”라고 하였는데, 중용장구(中庸章句) 제12장에 자사(子思)가 이 시를 인용하여 “상하에 이치가 밝게 드러남을 말한 것이다.”라고 하여, 군자의 도(道)의 용(用)이 상하(上下)로 드러난 것으로 설명하였다.

【譯文】 心地能平穩安靜,  觸處皆靑山綠水  :  心地平靜,  靑山綠水.
內心田地上沒有風雨波濤,  隨處都是靑山綠水  ;  人性天命中存有德化仁育,  到處見到魚躍鳶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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